기본

친구의 재혼(2)

정순이 2004. 5. 19. 13:30

세 번째의 만남은 친구조카가 학원을 개원하면서 초대장을 보내오면서였다. 거기선 적지 않은 소득이 있었다. 언니가 일찍 결혼을 한탓인지 조카의 나이가 친구보다 두 살이나 많다. 원탁을 앞에놓고 담소를 나누고 있는 맞은편에서 조카친구의 이야기를 듣게되었다. 이야기 맥을 따라가보니 학교다닐때의 아주 절친했던 친구의 언니이름이 들리는게 아닌가. 서둘러 전화번호를 적게 되었고, 친구언니로부터 알게된 친구의 전화번호...그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싶은 마음은 밤이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침에 눈을 떠자말자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며 친구에게 전화를 걸게되었고, 그일 이후로 '동창회' 라는 곳에도 참석할 기회가 생겼다. ^^ 이야기가 옆으로 새고말았다. 나의 친구 '성화'가 <술이 익는 마을>이라는 옥호를 내걸고 '부산대'후문쪽으로 가게를 시작한다는 말을 들었던건 한참지나서였다. 가게철시를 하고 술생각이 간절하던 남편은 나의 손을 잡고 그 친구 가게로 놀러가자는 말을 해왔다. 한번쯤은 찾아가야하지 않겠나는 의무감이 작용했고, 10시가 넘어서야 친구가게를 방문했다. 부엌에서 모습을 드러낸 친구의 모습은 요즘 유행하는 '계량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오는 모습이 사대부집 여자같은 다소곳한 모습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듯했다.


짧은 만남은 늘 허전함과 아쉬움을 동반한다. 가게를 처분했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긴했지만 인터넷통신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가까이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도 점점 희미해져갔다. 그친구가 가게에 들린건 곰거리를 사기 위해서였다. 친구를 따라 같이 온 낯선 남자....그 분이 지금의 친구 남편이라는건 아이가 옹알이를 한참 시작하고 나서였다. 자신이 우리가게에 들리때는 이미 임신5개월째 였었다는 고백을 수줍은 듯 고백을 했다.


가끔 전화선을 통해 아이의 옹알거리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친구집에 놀러온 손님의 아이인걸로만 이해를 할정도로 관심이 멀어져 있었는지 모른다. 엊그제 낯익은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들려왔다. "정순아, 나야. 성화야...""그래? 왜 여태 전화한번 하지 않았어? 니가 아르켜 준 번호로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더라, 어떻게 된거야? ""응, '온천장집' 은 세를 주고 '양산'에 가 있었어.""그랬구나.니는 우리가게 전화번호를 알고 있으니 전화를 한번 하지 그랬어?""미안하다.우리 언제 한번 만나자. 니는 '온천장'에 한번 넘어오라고 그렇게 말을 해도 왜 안 오니? 언제 시간내서 한번오지않을래?" "니도 내 사정 빤히 알잖아, 시간 낼수 없단는거....""그럼 내가 네가게에 놀러갈게." "그래~? 듣던중 반가운 소리네. 몇시에 올래? 니가 온다면 퇴근않고 기다릴려구..." "퇴근시간이 몇시야? " "응, 7시30분쯤" "알았어, 시간 맞춰서 갈께..."그진 5년만에 만난 친구를 만나본다는 설레임에 하루가 길게만 느껴졌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무렵에 친구는 한 아이를 데리고 가게에 들렀다. 몇살이냐고 물어보니 5살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눈이 똘망똘망해보이는 그 아이는 지 언니의 5살 때 모습과 너무나흡사하게 행동을 같이하고 있어 잠시 혼란을 일으킬 정도였다.  "행복하지~?" "행복하긴 사는게 그렇지머..." "그래도 대단해 총각시집을 갔으니 말이야~"


"나를 얼마나 쫓아다녔다구." "그랬구나." 그 친구는 남편의 박봉으로 자식 뒷바라지하기가 힘에 버겁다며 취직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는 말을 해왔다. "남편봉급이 얼마이기에? 공무원들은 학자금이 나오기 때문에 힘들지 않을텐데..." " 말도마. <행복>이 밑에(친구의 큰아들)한달 들어가는 돈이 얼만지 알아? 00000만원이 넘어. 그러니 남편봉급으로는 어림도 없지." "남편봉급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나같으면 충분히 생활할 것 같은데..." 그 친구의 아들은 부산에서 인접해있는 위성도시에서 합숙하며 공부를 하는 모양이다. 주 5일동안 학교에서 제반적인걸 다 해주는 대신 수업료가 아주 비싼모양이었다. 토요일에나 겨우 아들과 만난다는 말을 하며 친구는 화사한 웃음으로 행복함을 드러낸다. 한번 실패한 결혼...그친구의 재혼은 마냥행복해 보여 내마음마저 환한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오래도록 부부금실이 좋았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