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현격한 세대차이

정순이 2006. 3. 13. 12:01
  

동시대를 살았던 우리 나이 세대들은 아내나 남편과의 불협화음을 빚고 난 후 에도 시간이 지나면 대립을 빚었던 마음은 잊혀지고 용서하게 되고 이해를 한다. 그러나 요즘 세대들은 전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해서 ‘부부 싸움을 물베기’ 라는 말은 이제 장롱속에 들어가야할 낡은 골동폼에 지나지 않게 될일도 멀지 않은 듯하다. 남편에게 서운했던 이야기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실타레 풀어놓듯이 하는 고객이 몇 사람이나 된다. 그녀도 그 부류에 속한다. 부부싸움 끝에 남편의 휴대전화를 부수게 되었던 모양이다. 그녀의 항변은 왜 휴대 전화를 갖고 다니면서도 외출할때는 집에 전화 한통화 해주지 않은게 비화가 돼서 싸움을 한모양이다. 그렇게 전화를 잘 해주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전화요금은 10만원이나 되었고, 어딜 그렇게 전화통화를 하기에 요금이 그렇게 많이 나왔냐는 게 요지였는데, 그 각의 대립은 요원의 불길처럼 타올랐고, 급기야는 휴대전화를 부수게 된 모양이다. 물론 나름데로의 속사정은 있겠지만, 여하간 휴대전화를 깨드리고 보름여가 지난 요즘 그녀는 남편이 안쓰러워 휴대전화를 다시 사주고 싶은 여린마음의 페이소스가 있다.


자신의 분신처럼 세수할 때는 세면도구 위에 잠잘 때도 머리맡에 두고 잘 정도라니 휴대전화를 잃고 난 후의 그 공황은 당사자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불을 보듯 뻔한 게 아닌가. 그러니 풀이 죽어 있는 남편을 대할 때 마다  휴대전화를 다시 사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단다. (그래도 휴대전화를 깨뜨릴대는 마음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더란다.) 해서 딸에게 아버지 휴대전화를 사드리면 어떻겠느냐고  딸의 의견을 물어보게 되었단다. 그러나 딸의 대답은 완강했고, 다시 며칠이 지나고 난 후 딸에게 물어보았으나 여전히 “노‘ 였단다.  “어머니, 아직 아버지의 휴대전화는 좀 있다가 사드려요. 이제 휴대전화 부순지 시일이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사드릴려고 그러세요? 좀 더 아버지의 하시는 태도를 봐가면서 사드려요.” 이런걸 보면 열효자보다 악처마누라가 낫다는 말이 실감난다. 


요즘 세대들의 생각은 ‘아니면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버지의 태도가 아니다 싶으면 자신의 태도는 완강해진다. 부모라서 아버지라서 정실에 얽메이지는 않는다는걸 알수 있다. 좀은 냉소적이다 싶은 생각도 들긴하지만, 자신이 남편의 태도를 고칠수 없었는 데 다 큰 딸이 자신의 일을 대신해주는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서 남편의 태도가 고쳐진다면 더할수 없이 다행스런 일이 아닌가. 일전에 가게에 오는 고객도 그런말을 한적이 있다. 어린 아들의 눈에도 아버지 엄마의 싸움이 잦다보니 남들보기에도 창피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어느 날, 그날도 어김없이 아버지와 엄마는 싸움을 했단다. 엄마의 우는 모습을 본 아들은 자신의 능력없음을 자학하며서 울고 있는 엄마에게 단호하게 말을 하더란다. “엄마, 엄마와 아빠가 싸우지는 않고 살것 같지는 않아 보여요. 엄마도 아버지하고 싸우지 않고 살아갈 자신 있어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아버지와 헤어지세요. 한번 두 번도 아니고, 빈번하게 싸우니까 내가 완전히 정신병자 되겠어요. 그러니 이번 기회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결정하세요.” 라더란다. 어느 새 상황판단을 할수 있는 시각이 냉철히 자라있음에 새삼스럽게 놀라워했단다. 여태 아이로만 봐왔던 자신은 바보스러울 만치 남편이 어떤 요구라도 아내인 자신에게 원하기만 하면 가정이 평화로울꺼라는 그 생각 하나만으로 참고 살아왔던 지난날들의 핍박당하며 살아왔던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고, 새삼스런 서러움이 봇물 이루듯 했다고 한다. 그나마 자신을 알아주는 자식이 있기에 든든하기 까지 했다는 두 여성....


세월의 빠름에 무임승차라도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