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나,있죠?

정순이 2006. 3. 11. 12:29
 

자기 잘난맛에 사는 사람이 있다.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렇게 잘나보이지 않는데도 얼굴을 위로 치켜들고 목에 부목이라도 댄거 같이 힘을 잔뜩 주고  있다. “돼지등심 한 2kg만 주세요.”“ 뭐하실려구요? 돈까스 만드시려나봐요.” “그냥 돈까스 하는 두께로 썰어주면 되요.” 이렇게 순순하게 나오는 고객이 있는가하면 연배가 지긋하신 분들은 막무가내인 경우도 더러 있다. 용도를 알아야지 그 용도에 맞게 썰어줄텐데 무조건 부위명만 말하고는 ‘달라는데로 주면 되지 왠 말이 그렇게도 많으냐‘ 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그럴 때는 가슴이 먹먹해진다.“용도에 맞에 썰어드릴려고 그러죠~” 그제서야 미안한 기색과 함께 엷은 웃음을 띄고 용도를 밝힌다. 행여라도 용도를 밝히면 부위를 속일까 싶어서 그러는진 모르지만 하여간 용도를 물을 때 정색을 하는 분들이 간혹 있다.


“돈까스를 만들려는 게 아니구, 다른 요리를 해볼려구요. 이 요리를  해주면 가족들이 다 좋아하고 아주 잘 먹거든요.” 가족들이 잘먹는다는 소리에 더 구미가 당겼다.


“말해보세요. 나도 배워서 써먹어보게요.” 가끔 고객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일부러 묻는 경우도 더러 있긴하나 정말 알고 싶을 때도 있다.  “이야기하자면  복잡한 데....그리고 재료 준비가 어렵거든요.” “하긴 저도 그런적이 있었어요. 레스토랑 하는 가게에 물건을 납품 한적이 있었어요. 거래처다보니 가끔 거기가서 사먹기도 해지거든요. 맛이 있다 싶어 하는 방법을 물어 본적이 있어요. 물론 들어가는 재료를 다 아르켜 준다는 생각을 한건 아니였어요. 그렇게 어렵게 물어 알아내긴 했는 데 아주 까다롭더라구요. 재료상에 가서 재료를 구입할려니 양이 너무 많은거 있죠? 죄다 깡통에 들어있었는 데 소량은 아예  팔지도 않더라구요. 레스토랑을 상대로 영업을 하니 그럴꺼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나 같은 사람도 있을거 아니에요.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소량을 판매하면 좋을텐 데...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기왕 마음먹은거 구입하긴 했는 데 두어 번 사용하고는 나중에는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거 있죠? 아까워서 ‘해먹어야지‘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게 쉽지 않았고,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그맛이 나지 않는거에요.그래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결국은 버려지더라구요. 쉬운 재료를 사용해서 만들 수 있는 음식이라면 아르켜 주세요. 요리는 예술이라고 하잖아요. 아티스트가 어떤 노하우를 개발해서 요리를 하는 지 그 요리하는 테크닉에 따라 맛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그정도로 추켜 세우자 한껏 목에 힘을 준 그녀는 자신이 갖고 있는 색다른 비결을 아르켜 주었다. 이야기가 끝나자 한껏 목에 힘을 주고는 자신이 남다름을 알아달라는 듯한 태도다.


 “아이들이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먹기 싫다는 거에요. 내가 해준 음식에 길들여져서인지, 음식점에 가면 간이 너무 짜고 맛도 없어서 도저히 못 먹겠데요.” “싱겁게 먹는게 좋긴 한데, 그래도 어느정도 간이 맞아야 맛도 있을 텐 데 음식점에서 먹는 음식이 간이 짜다면 정말 싱겁게 먹긴하나보네요.” 그녀는 몇 년 전 레스토랑을 했으니 만드는 방법에는 숨어있는 노하우도 있을 것이다.


자기 건물인거 까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일층에는 프랜차이즈로 금강제화 <렌드로바>신발을 판매하고, 여유가 있어서인지 이층에다 레스토랑을 창업했었다. 처음 얼마 동안은 성업을 했다. 날이 갈수록 들어가는 양이 적었고, 급기야는 다른 사람에게 인수를 한다는 말을 돌았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날 부터는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것이었다. 알고 봤드니 만들어진 돈까스를 소스만 끼얹어 판매한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는 그녀와는 교류가 뜸해졌다.


 “그리고 나는 있죠?” 라며 다시 한번 목에 힘을 준다. “ 아이들이나 남편이 먹고 남긴 음식은 절대로 먹지 않아요. 아무리 귀한 음식이라두요...” “주부는 그래서 살이 찐다는 말이 있잖아요. 가족들이 먹지 않은 음식을 버릴려면 아까워서 먹다보니 살이 찐대잖아요” “아깝긴 하죠. 그렇게해서라도 버리지 않으면  절대 버리지 못해요. 그래서 난 과감히 버려요. 어저다 우리 가족이 외식을 하잖아요. 가끔 갈치매뉴로해서 나오는 집에 가는 데, 거기 가서 음식을 먹으면 도막난 갈치 지느러미에 붙어있는 가시는 남편이 다 발라내줘요.” 놀랍다는 듯한 얼굴로 그녀를 보자, 말이 이어진다. “ 남편이 얼마나 깨끗하게 발라내주는 지 말도 못해요. 가시도 발라내주지만, 비늘은 수저로 싹 걷어주기까지 해요, 그러니 딸 둘이와 난 남편이 발라내준 갈치 속살만 먹어요. 그러다 보면 남편은 항상 밥을 나중에 먹게 되요. 우리 딸이 이러는거 있죠? 마침 학교 급식에서 생선이 반찬으로 나왔나봐요. 가시를 발라내지 못하고 수저를 대지 않으니 아이들이 눈치를 채고는 가르켜 줬다지 머에요.” 그러면서 깔깔 거린다. 옆에 있던 다른 고객도 자신도 그와 같은 경우라며 목에 힘을 준다.^^ 어쩜 다들 삼식이 같은 남편을 만나 즐거운 삶을 영위해가는 지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에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