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의 모습...
의자에 앉자말자 “아휴 힘들어 죽겠어요. 두 아이 학자금 낼려니 허리가 휘청해요.” “왜 그러지 않겠어요. 많이 나왔죠? 학자금이 인상 됐다는 말도 들리던걸요” “ 내 힘으로는 역부족이라 학자금 대출을 했었지머에요” 그녀는 조그마한 사업을 하다가 여의치 않자 생활전선으로 뛰어들었고, 남편의 박봉과 얼마되지 않는 자신의 월급을 합해도 아이들 둘 학비를 댈려니 여력이 모자랐던 모양이다. “그래도 동생이 백만원이나 보냈지 뭐예요” "그래요? 얼마나 고맙겠어요. 아무리 돈을 잘벌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형제들이 많은데 그만한 큰 액수를 선뜻 내어 놓는다는 건 보통 마음가지고는 힘들죠.“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동생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신세를 지는지 몰라요.“ 그러면서 자신이 신고 있는 신발, 자켓,바지...등등을 가리키며 ”이것도 동생이 다 사준 거에요. 나 같은 형편이면 어디 이 비싼옷 사입을 생각이나 하겠어요? 그래도 돈을 잘버는 동생이니까 사주는거죠“ ”돈을 잘 번다고해서 욕심이 없는 건 아니에요. 아무리 돈을 잘벌어도 쓸줄 모르는 사람도 많은걸요. 그런 성격도 타고나야 하는거에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하는듯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유산으로 남겨진 재산으로 형제간 다툼이 심해 우애가 끊어진 집이 어디 한 두집인가. 이 동생은 자신의 노력으로 벌은 돈으로 언니에게 배푸는걸 보면 유산보다 더 갚진 돈을 쓰는 셈이다. 자신이 힘들게 버는 돈으로 언니에게나 친정에 좋은 일을 한다는 건 자신이 노력하지 않고 부모로부터 받은 유산을 갖고 다른사람들에게 베푸는 돈의 성격보다 더 좋은 일을 하는게 아닌가.
주변을 둘러보면 많지 않은 재산으로 형제간이 다투는걸 자주보았다. 얼마 있지 않은 재산 때문에 시부모님을 모시려 한다든가(모신다는 의미가 퇴색된지 오래지만, 모시는 게 아니라 아예 데리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전자의 동생 이야기와 후자의 이야기를 대비해보면 많은 괴리감이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앞집도 이집과 다르지 않다. 대체로 전라도 지역인 사람들이 결집력이 대단하고 형제간의 우애도 더 돈독하지 않나는 생각은 어제 오늘 한게 아니다.(예외도 있겠지만....^^아까 말한사람은 고향이 경상도다) 남편은 반대를 했지만, 아들을 믿는 어머니의 생각깊은 행동으로 큰 돈은 아니지만 아들에게 자본금을 대준 모양이다. 지금은 그 어머니의 희생으로 인해 자수성가를 하다싶이 많은 돈을 벌은 모양이다. 그런 큰 아들은 어머니의 뜻에 어긋나지 않게 매달 생활비를 보태듯이 많은 돈을 보내오고,자보다 두 살 어린 여동생의 가계부에 많은 보탬을 하고 있다. 조카들의 학자금이라든지, 자동차 월부금에서부터 기름값까지 오빠가 다 부담하고 있다니 그 오빠의 일방적인 홀로사랑은 부러움과 시샘마저 일게한다.
IMF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은행이 문을 닫는 바람이 직장을 잃고만 동생 남편(즉 매부)을 위해... 솔직히 말하자면 가엾은 여동생을 위해 자신의 생활자금에서 일부를 여동생을 위해 기꺼이 일조하는 든든한 오빠가 있기에 그녀의 앞날은 머지 않아 여과를 거치지 않아도 더 나은 삶을 영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던 어느 날 가게로 출근하기 위해 아파트 앞 경사 진 곳이라 천천히 걷고 있는 등뒤에서 경적을 울리는 것이었다. 아파트 들어서는 입구 길이라 협소한 편이다. 차량들의 소통이 원활하도록 가장자리로 걷고 있는데도 ‘빵빵’ 거리며 요란한 경적을 울리기에 뒤를 돌아보았다. ‘도대체 누구야?’ 미간을 찡그리며^^
”가게 출근하세요?“ 그러고 보니 우리 앞집 아주머니 딸이 아닌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서로 바쁜 생활을 하고 있으니 만나는 기회는 가뭄에 콩 나듯했고, 어쩌다 출 퇴근길에 길에서 마주치는 정도였다. 그런데 그 여자가 차를 몰고 있는 게 아닌가. 자신의 형편을 감안하면 차량을 갖고 있다는 건 어울리지 않는 허영에 불과해 보였다. 그 이전에도 친정엄마가 자주 딸의 형편을 이야기 하곤 했었기 때문에 그집안 사정은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레저용 차량같은 코란도를 몰고 있었다. 외양이 작은 여성들한테는 어울리지 않을만큼 차체가 아주 커서 언밸런스였다. ”가게 출근하는 길이면 타세요. 가게 앞까지 태워다 드릴께요.“ 반가운 마음과 가게까지 걸어가지 않아도 되겠다는 편안함이 교차를 하며 그녀가 앉아 있는 운전석 옆으로 발을 들어 올렸다. ”어딜 가는 거에요?“
평소에는 화장도 하지 않은 깨끗한 맨얼굴로 다니드니 머리를 곱게 빚어 넘겨 핸드링으로 고정시켰고, 빨갛게 바른 강력한 립스틱색상이 눈길을 끌었다. 개인적으로 빨간색 립스틱을 못 바른다. 빨간색 립스틱을 바른 사람들을 보면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만큼 내게는 그런 용기가 없다. 항상 연한 핑크빛 립스틱을 고집하는 내게 화장품가게 여주인은 ”다른 색깔의 립스틱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걸 보면 성격이보여요. 다른 색도 한번 발라보세요. 그날의 기분에 따라 변화도 줘보구요. 그럼 기분이 달라질 겁니다.“ 라는 말로 핀잔인지 칭찬인지를 하면서 웃는얼굴로 눈을 옆으로 흘기곤했다.
그녀가 요즘 차량을 몰고 다니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직장을 얻은 모양이다. 국회의원 사무실에 출퇴근을 한다는 것과 바쁘니까 차량이 없어서는 안되는 이유를 주석으로 달며 행복한 듯 야릇한 미소를 날렸다. 우리집도 그런 케이스지만, 아들이나 딸이나 형제없이 혼자 있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서 형제들이 서로 마음과 물질적으로 주고받고 하는 그들의 따뜻한 우애가 한없이 행복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