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미담

정순이 2006. 2. 1. 11:48

요즘같은 각박한 세상에 며느리도 나몰라라하는 시어머니를 먼 친척뻘인 그녀가 일주일에 한번씩 병든 노모들을 돌보는 훈훈한 미담이 우리가게 단골고객이다. 본인이 이야기 하지 않으면 그 사실이야 묻혀버릴 수 있지만, 자랑삼아 말을 하는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분들의 딱한사정을 보고 독거노인들인 그 할머니집에만 갔다오면 눈물을 흘렸다며 안타까워한다.

 

크다란 눈망울과 구릿빛 피부에 외모에 전혀 신경쓰지 않아 다소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해보이나 그 마음만은 아주 여려보였다. 살아온날보다 살아갈날이 적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친정어머니는 딸을 보자 같은 부산에 살고 있으면서도 아직 한번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 속사정이야 다 알수 없지만, 며느리가 있는데도 시어머니를 등한시해 독고노인처럼 살고 있다는 사실과 주소를 가르켜주며 한번 찾아가볼것을 말한 모양이다. 먼 친척뻘이라 평소 때 왕래가 없다시피해 부산에 살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던 그녀의 어머니가 가르켜준 주소지를 들고 물어물어 찾아가게 되었고, 골방같은 지하단칸방에서 정기장판 하나에 의지하며 살고 있는 두 노인. 오랫동안 왕래가 없었으니 알아보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할머니 몸이 불편하니 집안꼴은 말이 아니었다. ‘돼지우리’ 그 표현이 어울릴 듯 방안은 손길이 미치지 않아 어지러이 널브려져 있는 집기들로 어수선했고, 오랫동안 목욕하지 않아서인지 노인들의 몸에서는 심한 악취가 났다.

 

긴 호흡으로 입안에 공기를 충분히 들이마신 뒤 내쉬지 않고, 다시 긴 호흡으로 공기를 불어넣은뒤 짧게 내쉬기를 여러번 하고 나서야 대충 방을 정리할 수 있었다. 다시 걸레를 빨아 집기 위에 쌓인 찌든 먼지를 털어내고서야 사람사는 방 같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가스렌지위에 목욕물을 올려놓고 할머니 앞에 앉으니 고맙다며 소나무 외피같은 거치른 손으로 그녀의 손을 덥석 잡으며 굵은 눈물을 흘리는 그 할머니.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괴로웠을까. 얼마나 자식들이 괘씸했을까. 회한의 눈물을 쏟아낼때 그할머니의 마음이 전해져오는거 같아 같이 울고 말았다는 착하디 착한 그녀....지난 번에는 소고기국을 끓여여들여야겠다며 구입해가드니 이번에는 할머니들이 먹고 싶어 주문하시더라며 잡채용고기를 주문한다.

 

돌아오는 길에 그 할머니가 부르기에 잠시 할머니앞에 앉았드니 손에 뭘 쥐어주며 손을 접길 원한다. 자신이 보는앞에서 펼치지 말라는 뜻이였으리라.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느낌은 돈 같았고, 손을 펼친 그녀는 눈물이 글썽거렸고, 다시 돈을 할머니에게 건냈다. 할머니가 돈을 받아든거 같았는 데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고 주머니를 뒤져보니 아까 할머니가 준 돈이 거기 들어있었단다. 할머니가 돈이 어디있겠나싶어 받았다는 생각을 하겠다며 도로 돌려드렸는데 그럴 수 없었던 할머니가 그녀의 호주머니에 몰래 넣어두었던 모양이다.

 

며느리도 병든 시어머니를 외면하는 데 하물며 먼 친척뻘인 그녀가 자신을 찾아와준것만도 고마운 마음뿐인데 여러 가지 음식들을 마련해주고 가는게 여간 고맙지 않았을터이고, 작은 보답으로라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으리라. 돈으로 환산하면 그 몇배의 비용이 버스비로 반찬비로 들어가지만, 그녀는 전혀 내 아까워하지 않는다.‘측은지심’에 인프라되어 박애사랑을 펼치는 그녀가 마냥 이뻐보인다. 그녀는 그돈을 할머니께 도로 돌려드리기보다 맛있는 걸 사다드려야겠다며 해맑은 웃음을 뒤로하고 가게를 나서는 뒷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워보일수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