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
장례를 치른 뒤 죽은 이의 혼백을 평안하게 하기 위하여 지내는 제사를 삼우제라 한다.장사 당일날 지내는 제사는 초우(初虞), 다음날 지내는 제사는 재우(再虞), 그 다음날 지내는 제사를 삼우(三虞)라 한다. 삼우제라는 것은 장사를 지낸 뒤 죽은 이의 혼백을 평안하게 하기 위해 지내는 제사를 말하는 것으로, 오늘날에 와서는 흔히 장사 지낸 후 삼일째 되는 날 삼우제만 지내는 경우가 많다. 회가 거듭될수록 간소하게 지내려는 유족들의 생각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우리가 삼오제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은 고인을 장지에 묻거나 화장을 한 날부터묻고난 뒤 3일째 되는 날 제를 지내기 때문에 그렇게 불려지지 않나싶다. 삼우제당일 오전 11시까지 시댁에서 모여 장지로 가기로 시간을 정했다. 고인이나 망자가 편히 쉬도록 올린다는 삼우제...길섶으로는 백목련이 하얀꽃망울을 터뜨리고있었고, 이제 겨우 몽우리를 머금고 있는 벚꽃들이 겨울의 핍진했던 박해를 견뎌내고 저마다 꽃을 피우기 위한 워밍업을 하고 있는 듯 했다. 분향소가 마련되어있는 곳으로 가는 옆길들도 봄의 향연으로 눈길을 잡는다. 간단한 상차림을 끝내고 마지막 제사를 지내고 누런 장복을 벗었다. 날아갈 것만 같았다.
화사한 봄을 만끽하기에는 더없는 행복감이 온몸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둘째 시숙님은 형수와 제수씨들의 의견을 구한다. "오늘은 제가 한턱 쏠테니 먹고 싶은거 있으면 이야기 해요. 멀 먹을지.." 다리가 아픈지 화단을 조성해놓은 세멘둘레에 걸터앉아있던 큰동서도 입을 뗀다." 얼른 먹고 싶은거 이야기 해...나야 어딜 먹어보러 다녀봤어야지 음식을 맛있게 하는 집을 알지..." 다들 말이 없다. 딱히 갈곳을 정하지 못한 채 무작정 차를 유턴 시켰다. 가면서 생각하기로 했다. 멀지 않은 곳에 '범어사' 부산에서 알아주는 큰 사찰이 있다. 그 부근에서 일단 차를 정차를 시키고 여러집을 돌아본 뒤 '하늘아래 첫 동네'라는 소갈비 집으로 들어갔다. 측백나무둘레와 백일혼 나무 둘레를 온통 미니전구로 화려하게 장식을 한 아주 멋있는 곳이었다.
시시포스처럼의 반복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부부가 그런곳에 간다는건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모처럼 가족들이 다 모였다. 막내아들까지 결혼을 하고 난후 시작된 아들들의 생일잔치는 셋째 시숙의 몇번의 불참으로 흐지부지 되어 모처럼의 모든 가족들의 나들이는 우리를 흥분케 하기에 충분했다. 한순배씩 술잔이 돌아가고 둘째 시숙님이 제안을 하신다. " 인제 우리 가끔 이렇게 만나 한잔씩하면 어떻겠어요?" 하고 여러 의견을 물어오신다. 셋째 동서가 반론이 있다며 봉기를 든다. "아주버님. 저는 무엇보다 시댁과의 화목을 언제라도 환영합니다. 제생각은 그렇지만 모임이 있는날 남편이 참석하지 않으면 제 얼굴이 머가 되겠어요. 그러니 남편에게 단단히 다짐을 받고 결정하는게 어떻겠어요?" 주위에 폭소가 이어진다.
시어머님 당신이 살아 계실 때는 셋째시숙님더러 김정일 같은 놈이라고 하시곤 했다. 모임이 있을 때나 무슨 행사같은 때 번번히 약속을 잘 어기기 때문에 그런말씀을 하셨으리라는 생각이다. 머쓱해진 셋째 시숙님이 말을 잇는다. "일년에 한번이야 불참하겠나..." 느릿한 목소리로 목에 무게를 잔뜩 싣고 말씀을 하셨다. 총무는 막내 동서로 정했다. 부의금 들어온 액수를 계산하는데 아주잘했다는 후문과 미혼시절에 은행에 다녔다는 전례가 있어 총무로 발탁이 되었고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셋째 동서는 "이럴때는 방망이가 필요한데..."라면서 말을 거든다. 막내본인은 극구 만류했지만 무사히 통과 되었다. 매달 1만원씩 회비를 막내동서 통장으로 송금을 하기로 정하고 모여진 돈으로 일년에 한번씩 형제들끼리 동부인을 하고 만나기로 했다. 서울에 사는 시누이도 적극 협조할 뜻을 비쳤다.
둘째 시숙님하고 셋째 시숙님하고 서로 계산을 하겠다며 나섰지만 몰래 살짝 자리를 피한 둘째 시숙님이 계산을 하였다. 꽤 많은 액수가 나왔을 것이다. 2차로 노래방을 가자며 밀고 당기기를 몇분...셋째 시숙님이 총대를 메기로 했다. 시누이는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며 일어섰고, 시숙님들로부터 몇잔을 받은 술기운 탓인지 동서들의 얼굴들이 창문을 통해 반사된 형광들 불빛에 빨간 홍옥같이 홍조를 띄고 있다. "이렇게 헤어지긴 너무 허전해요. 자주 만나는것도 아닌데..."라며 막내 도련님이 앞장을 선다. 네온사인이 명멸하고있는 노래방으로 향했다. 항상 무게를 지키기만 하던 셋째 시숙님이 머리에 손수건을 동여매고 온몸을 던져 분위기를 제조하고 있다. 스테이지에 또다른 분위기 맨...막대도련님..두분다 직장생활을 한 탓인지 분위기를 제조하는데는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듯 했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만나는 분들이지만 새로운 모습에 우리들은 파안대소, 박장대소....배를 잡고 웃는다. 두시간동안 무대를 주름잡았고, 주인장의 서비스로 4시간을 다 채우고 나서야 가벼워진 마음으로 서로의 일상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