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행복을 만나고 왔습니다.^^

정순이 2005. 12. 25. 19:23
 

 

도심으로 나가면 길거리는 온통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노래들이 거리를 활기차게 할텐데 도심지를 벗어나서인지 도무지 크리스마스가 오늘인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신문활자로도 거리군 냄비가 등장하고 눈이 쌓인 거리를 마냥 즐거운 듯 웃어대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보이지만, 우리 동네는 조용하기만 하다. 재빛같은 을씨년 스러움을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어 며칠 전부터 남편에게 “크리스마스 이브 날이에는 서면에 놀러갔다 올께요” 갑작스런 아내의 요구에 황당한 눈빛이드니 자신은 한달에 두 번 쉬고 있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갔다오라며...” 가볍게 받아들이는거 같았다. 혼자서 잘 외출하지 않는 아내의 성격으로 ‘설마 혼자서 가겠나?‘ 싶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또 외출 하는 당일날 갑작스럽게 시내로 외출을 하겠다면  남편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 몰라 미리 이야기를 해두는게 나을 듯 싶었다. 그런 엊그제 “좀 있다가 6시 30분 되면 나 서면에 잠시 갔다올께요.” 잠시 뜸을 들이는 걸 보니 영 불안하다. 며칠 전 까지만해도 “갔다오라며...” 라는 말로 한 발 물러서는 거 같드니 금세라도 “머할라고 갈라카노?” 라고 목소리라도 높이면 계획이 엇나가고 말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농담처럼 “누구 만나러라도 가나?” 대답대신 눈을 흘겼다. 대충 머리만 빗고 평소 때 입지 않던 외투를 걸치고 핸드백도 둘러맸다. 기분이 최상이다. 시내 번화가로 나가 사람들과 부대끼고 인파속을 헤집고 다니며, 사람냄새를 맡는 다는게 더없이 즐거워졌기 때문이다. 내심은 쾌재를 불러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다.


정류장까지 가는 짧은 거리인데도 지나간 추억들이 숨가쁘게 달려온다. 시대가 주는 빈곤의 단조로움속에 크리스마스라 날이라고 해봐야 별다른 이벤트가 없었지만, 벙어리 장갑 한 켤레, 머플러 하나 주고 받는 선물에도 감격해했던 지난 날들....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기 위해 지나가는 택시를 잡았다. 그 시간이면 온통 밀려드는 차량들로 병목현상이라도  빚어질 것 같았는 데 아주 한산한 거리풍경이다. 가까운 지하철 역 앞에서 주차를 하고 노면에 내려서니 거리는 크리스마스 물결로 넘쳐난다. 곳곳의 가게 앞을 장식한 상록수들, 그 상록수를 휘감고 있는 휘황찬란한 전구불빛, 나무는 밤을 잊고 사람들의 욕심에 의해 인위적으로 불을 밝혀 고통스러워하겠지만, 지나가는 행인들은 저마다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있다.


드디어 서면, 젊음의 열기들이 뿜어내는 입김들 속으로 합류했다. 손에는 휴대전화기를 들고 연신 눌러대는 연인들, 진열장안에 디스플레이 되어있는 화려한 의상들, 지나가는 사람들을 호객하는 장사치....소비와 향유하는 사람들로 인해 밀리면서 앞으로 나가야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장식하는 것이구나‘ 새삼스럽게 신기한  즐거워졌다. 몇 번 와 본 곳 인데도 모든 게 신선하게 보이고 새롭게 느껴졌다. 겨울인데도  물을 뿜어내는 분수대 앞에서 분위기도 잡아봤다.^^ 진동으로 설정해둔 휴대 전화기가 주머니 속에서 떨렸다. 액정화면을 보니 아들이다. “어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 “서면이다” “그쪽으로 갈까요?” 친구들과 낮에 크리스마스 이브를 재밋게 보내고 시간이 남아돌자 전화를 걸어왔던 것이다. 불과 며칠 전 만해도 “민규야, 우리 크리스마스 이브 날 서면에 놀러갈래?” 했을 때 “하이고 어머니, 저같이 젊은 사람이 할머니 같은 어머니하고 데이트 하라구요?” 말도 안되는 소리 말라는 듯 손사래를 치든 아들이었다. 물론 조크로  하는 소린줄 알고 있었지만, 나 역시 그냥 물러설 수만은 없는 일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 내가 더 젊어 보이게 꾸며볼게...^^”


파안대소를 했던 며칠 전 일이 오브랩되어왔다. “잠시 구경하다가 돌아갈텐 데 머하러 올려구? 조금만 더 구경하다가 집에 갈게.” 디스플레이 되어있는 옷들의 가격이 아주 비싸다. 눈요기만 잔뜩하고 빈손으로 오기 미안해 만두를 사갖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아예 뾰루퉁해 말도 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 편인 남편도 MBC에서 방송하는 ’해신‘ 이나  KBS에서 방송하는 ’징기스칸‘은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이다. 먼저 시작하는 ’ 징기스칸‘을 ’해신‘ 할 시간이 되면 MBC로 채널을 돌릴만큼 ’신돈 ‘은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이다. 매주 빠지지 않고 보던 드라마도 외출한 아내가 없으니 속이 상했는지 보지 않고 있었다.


목소리에 애교를 섞어 “만두 사왔어요. 술안주 하라구요” 쟁반을 가져다가 만두를 펼쳐 놓아도 반응이 없다.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다. 그러나 등산 이야기만 하면 남편의 화는 이내 풀리고 만다는 걸 알고 “내일 준비할 게 머에요?” 알고있지만, 다시 묻는 내게 반색을 하며 화답한다. “밥 넣는 곳에 국을 담고 보온병에는 커피를 담아라” 산정상에 올라가면 추워서 뜨거운 게 최고거든“ 똬리처럼 틀고 있던 마음이 풀어졌는지 등산에 대해 이야기를 장광설로 늘어놓는다. 고지가 <1614m> 나 되는 데 5시간 산행을 해야한다네. 등산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5~6시간 등산을 해야 한다는 데 눈이라도 내렸으면 더 걸릴지 몰라. 잘 걷는 사람들과 같이 가면 시간이 단축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더 지체 될 수도 있거든. 그나마 내려 올때는 곤도라를 타고 내려오나봐” 행복의 파랑새 미치르와 치르치르를 만나고 돌아온 기분을 남편때문에 어긋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휴...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