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밤비노의 저주(Bambino's curse)

정순이 2005. 12. 19. 12:55

보스턴의 명물인 펜웨이파크의 오른쪽 담장에는 4개의 큰 숫자가 걸려있다. 9(테드 윌리엄스), 4(조크로닌), 1(보비 도어), 8(칼 야스트렘스키) 등 레드삭스를 빛낸 스타들의 영구결번이다. 이를 나열하면 9418이 된다. 이는 보스턴과 시카고가 벌인 1918년 월드시리즈 전날(9월4일)과 같다.


1914년부터 3년연속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던 보스턴 레드삭스는 1918년 월드시리즈도 이겼는데 승리의 주역이 바로 베이브 루스. 그리고 보스턴은 그 겨울에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현금트레이드했다. 이후 레드삭스는 단 한번도 월드시리즈 정상에 서보지 못했다. 그래서 '밤비노의 저주'라는 말이 생겨났다.


밤비노(아이라는 이탈리아어)는 베이브 루스의 애칭. 보스턴 팬들은 이후 두차례 레드삭스가 월드시리즈에 올랐을 때 밤비노 악령이 사라지기를 기대했지만 75년에는 신시내티 레즈에게, 86년에는 뉴욕 메츠에게 모두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하고 말았다.


특히 86년의 월드시리즈는 3승2패로 앞서가던 6차전에 1루수 빌 버크너의 이해할 수 없는 알까기로 역전패를 불러 밤비노의 저주를 실감했다. 86년 보스턴 마운드의 기둥이 바로 로저 클레멘스였다. 그해 혜성처럼 나타나 강속구를 던졌던 클레멘스는 루스의 저주를 끊어줄 희망으로 떠올랐다.


보스턴의 팬들에게는 양키스가 원수였다. 루스를 데려가 레드삭스가 지독한 저주를 받게 만들었고 결정적인 고비마다 보스턴의 발목을 잡은 팀이 항상 얄미운 뉴욕 양키스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양키스의 우승을 우울한 눈으로 바라보았던 보스턴 팬들은 올해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클레멘스가 원수같은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었다는 뉴스였다.


구단이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자 토론토로 옮겨갔던 클레멘스가 양키스에 들어앉자 지금 보스턴은 초상집 분위기다. 또다른 저주가 드리워지지나 않을지 보스턴의 운명이 어떻게 될까 궁금증을 유발시킨다는 일화가 있다. 는 일화가 있다.


물론 주술적인 의미를 부여해 그럴수도 있지만, 그런일이 있고난 후부터 몇 십년이 지난 지금에까지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는 걸 보면 가끔 죄를 지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례로 모르모트(marmotte)로 실험되고 죽은 쥐들의 영혼을 위한 제사를 지내주는 걸 보면서 문득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난 18년 동안 가게를 하면서 고객하고 말다툼을 벌인적은 없었다. 그 배면에는 물론 나의 상업적인 계산이 깔려있겠지만, 결국 고객하고 대립을 해봐야 대외적인 이미지만 나빠지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알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오늘은 손님하고 대판 싸움을 벌렸다. 내가 잘했다고해서 이렇게 내글을 읽는 독자에게 공개한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가게를 하다보면 별의별 사람 다 있다. 백인백색이라는 말도 있지않은가. 어찌 다 좋은 사람만 고객으로 올수 있겠는가. 그래주기만 한다면 더 바랄나위야 없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고객들의 비위를 다 맞춘다는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겠지만, 될수 있는 한 내가 양보를 하는편이다. 대저 가게하는 분들이나 크고작은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 맥을 같이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암운의 그림자는 조금만 빈틈이나, 헛점이라도 보일라치면 이내 들이치고 만다. 그런 일이 어제 있었다. 그 여자 셋은 동서들이라고 했다. 두 여자는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는 새댁처럼 보였고 까만 외투를 입은 한 여자가 맏동서로 보였다.  시어머니 생일이라 형제들끼리 모여 먹을 고기라며 주문을 했다. 거기까진 좋았다. 우리가게에 오는 손님들은 대개  “제가 고기에 대해서 멀 아나요? 맛있는것만 골라주면 되죠.” 라며 나의 생각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 믿음이 모멘텀 되어 단골 고객을 확보할 수 있지않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때때로 예기치 않은 일들이 생기게 된다. 몇 년 전이였든가? 어떤 부부가 가게에 들러  산적용 고기를 주문했었던 적이 있었다.

 

거의 손질이 끝난 고기를 비닐안에 넣고 있는 데 그 커플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는가. 속으로 ‘ 볼일이 있다해도 손질이 다 끝이 났는 데, 갖고 갈 것이지 저렇게 가누? 갔다가 다시 올려면 그만큼의 시간이 더 걸릴텐 데....’ 라는 생각으로 그들의 등뒤에 대고 “다 되었으니 갖고 볼일보러 가시는게 낫지 않을까요.?”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가야겠어요.” 라는 말과 함께 휑한 바람을 일으키며 사라진다. 잘못을 저지른 아이가 부모로부터 꾸중을 듣고 정수리를 한 대 얻어 맞은 거 같은 현기증에 한참동안 석고처럼 굳어졌었다. 그들의 말이 너무 황당해서 할말을 잃은 채 허탈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고,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그런일도 웃을 수 있었는 데....

 

육절기에 고기를 넣고 슬라이스로 썰었고, 그들이 원하는 가격이 되었지 싶었을 때 전원을 끄고 슬라이스로 썰려진 고기를 저울위에 올렸다. “8만 2천원 인데요. 8만 1천원만 주세요.” 고기를 도마위에 내려놓고 칼로 등분을 낼려는 데 맏동서 뒤에 서있던 한여자가 맏동서를 밀치고 고기를 보드니 “아니 고기 가장자리가 시커멓네요. 못 사겠어요.” 라는 말을 남기고 휑하니 돌아섰다. 실지 그다지 수준이 높지 않은 우리동네는 국거리 용도의 고기는 많이 판매되지만, 로스구이 용은 잘 사가지 않는편이다. 국거리 용보다 7천원이나 비싼 등심부위는 선뜻 구입해가기 힘들것이고, 수요가 많지 않아 냉장고에서 휴면을 하는 날들이 더 많다. 부자동네는 없어서 못 판다는 말도 들리는 데 말이다. 서민들이 많이 사는 동네의 비애라고하면 돌팔매질이라도 당할까? 나역시 그런 동네에 살고 있으면서 이런말을 한다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맏 동서일 것 같은 여자의 팔을 잡았다. “아니 이렇게 썰어놓고 그냥 가면 어떡해요?” “그럼 이 고기를 사가란 말이에요?” 라며 눈꼬리를 치켜뜬다.

 

“그럼 그 부위는 다 잘라드릴께요.” 그래도 못사겠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아니 이렇게 썩은 고기를 어떻게 사가란 말이에요?” 순간 열이 낫다. “아니 이게 당신 눈에는 썩은 고기로 보여요?” 라며 그녀의 얼굴을 한 대 때렸고, 그 옆에 있던 동서들이 고함을 지르며 난리를 떨었다.  “이게 어디다 손을 대고 그래?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그러나 본데, 맛을 한번 보여줘? 파출소 전화해야겠어.” 라며 엄포를 놓았다. “그렇게 백이 좋은가보죠? 얼마나 백이 좋은 지 모르지만, 나도 댁만큼은 백이 있으니 어디 한번 해보자구요.” 이미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내가 이대로 물러난다는 건 그들의 행동이 옳음을 인정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그들이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은 엄포에 불과했고, 그들의 남편들에게 전화를 하는것이었다.

 

 ‘괘씸한 것 같으니라구. 나이도 아직 젊은 게 어디서 몰상식한 행동을 해?’  가격이 얼마되지 않는  다면 손해보고 그냥 돌려 보낼수도 있었겠지만, 액수가 크다는것도 한 원인이였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몰상식한 행동이 더 화나게 만들었다. 그들의 남편들이 가게에 속속 들어섰고, 그나마 이성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던 젊은 남편은 고기를 가지고 갈 듯 했지만, 아내 되는 여자가 뒤에서 눈짓으로 ”안돼”라는 의미의 바디랭귀지를 날린다. 다시 건장한 한 남자가 나타나드니 “다들 나가 있으라” 며 아내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 남자 역시 생각은 그의 아내들과 다르지 않았다. 싸움이 길어지자 이웃에서 남자들이 나서서 그 사람을 추슬렸고, 마침 손님이 들어서자 손님에게 집중하고 있는 사이 그들은 못이기는 척 다들 집으로 가고 되고 싸움은 끝이 나게 되었다. ‘손님은 왕’ 이라는 그릇된 사고방식과 손님은 어떤 말을 해도 상인은 들어넘겨야 된다는 편향된 사고방식은 고객과 상인들과의 거리감은 요원하기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