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어떤 생일 날

정순이 2005. 11. 30. 12:18
 

 

연일 수은주의 눈금이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드니 오늘은 수은주의 눈금이 꽤 올라간 듯하다.  가을의 막바지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봄의 화신이 질투를 할 만큼  포근한 날씨다. 육절기의 기계가 큰 덩치로 날 가려주고 그 안으로 컴퓨터가 있어 가게안을 기웃거리지 않거나 "아무도 안 계세요?" 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손님이 왔는지 알수가 없다. 처음 우리가게에 오신분들이나 가게에 컴퓨터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고객들은 주인을 기다려주는 경우도 있고, 앞에서 가게하는 분들이 불러줄 때도 있다. 그럴때는 여간 민망하지 않다.  그나마 가게에 자주 오는 고객들은 내가 컴앞에 있다는 걸 알고 안을 기웃거리며 불러준다는 데 대해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항상 고객을 기다리는 자세로 있는 가게들이 많음을 알고 있기에,  미안한 마음일 때가 많지만, 컴을 떼어놓고 나를 생각할 수 없다는 생각이 우선순위에 들어 있어 앞으로도 변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컴앞에 코를 박고 있는데  측면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 니는 하루종일 컴앞에 앉아있나? 사람이 들어와도 모르네.”

 

" 언제 왔었어?" "방금"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그렇게 글감이 니 머리속에서 나올 수 있는지?" 전혀 그런생각을 하고 있지않은데 그녀는 내가 쓴글의 양을보고 현기증이 일어난다며 너스레를 떤다. 난  내가 글을 써놓고도 다시 읽어보는 시간을 잘 갖지  않는다. 해서 오타가 보일 때도 있을테다. 그러나 관여치 않는다. 어쩌다 마음이 내켜 다시 읽어볼 때면 부끄러워 얼굴을 가리고 싶어진다. 오타 투성이에 앞 뒤의 문맥이 맞지 않은 텍스트들을 보고 있으면 얼굴이 화끈거려오고 몇 사람이 내 블로그를 다녀갔는지부터 확인한다.^^ 그래도 귀차니즘이 알력을 행사할 때는 꼼짝없이 꼬리를 내리고 만다. 해서 내가 다른 블로그에 마실 가지 않는 제일 큰 이유이다.

 

그런 그녀가 며칠 전 생일이었나보다. 자신도 자랑할 거리를 찾던 중  아주 멋진 광란의 밤을 보낸 이야기를 소프라노의 옥타브를 높였다. “얼마 전에 ‘7080’ 에 가지 않았겠어?” 7080이라면 70년 대 80년 대에 많이 불려진 노래들과 사람들이 어울리는 카페 비스무리한 공간이라는건 작년에 처음 알게 되었다. 놀이문화를 유난히 즐기는 친목회 회원 중에 한사람이 있다, 그분 덕에 가본 곳이지만, 꽤 괜찮은 분위기였다. 삶에 허덕이며 그런곳에 한번도 발길하지 않고 살고 있는 나자신의 건조한 일상의 연속이다. “그 7080이 어느동네에 있더라? 내가 가본 그곳이 맞는가 모르겠네.” “연산동에 있어” “아마 5층이였지싶어. 그리고 듣고 싶은 음악이 있으면 메모에다 적어주면 들려주는 거 같더라” 얼마나 순진해 보이는 지...“아냐 8층이야” “그런가? 그래서~~?” “그날 생일을 맞은 사람을 스테이지로 불러올리더라구, 그냥 노래나 한곡 부르자 싶어 나가게 되었는 데 그만 일등이 됐지 머야?” “그래? 기분 좋았겠다.”

 

“그래...그리고 자그마한 선물 하나받고 집으로 돌아왔는 데 이튿날 등수에 든사람들이 다시 결승전을 벌리는 모양이더라구. 관심이 없던 나는 대수롭게 생각했었지. 그런데 한 친구가 그러는거야 ‘야, 너 노래 잘하는 데 한번 더 가봐라’ 고 자구 부추기는거있지? 그래서 ‘그래볼까?’ 라는 생각에 참석하게 되었고, 노래를 부르게 되었지. 몇 달에 걸쳐 일등으로 당첨 된 사람들의 경합이니 오죽하겠어? 일등이 될꺼라곤 생각도 못했는 데  덜컥 일등으로 걸렸지머야.” “야, 정말 축하한다. 그럴게 아니라, 한턱 내야 하는거 아냐?” “니가 언제라도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한턱 쏠 생각은 진작부터 하고 있었으니 말이야.” “정말? 참 상품은 머였어?” “제주도 왕복 항공권 두매하고 가이드료, 숙박료....” “꽤 큰 상품을 탄거네.” “돈으로 환산을 해보니 50만원 정도 되겠더라구” “좋겠다. 야, 그럼 남편이랑 같이 제주도 가겠네.” “아냐, 여자 친구들하고 같이 가기로 약속했어.” 부러운 눈을 하고 “나도 좀 데려가라 야~” “니 남편만 허락해준다면 그까짓 껏 문제도 아니지” 그녀의 남편의 사업이 욱일승천 하고 있어 얼마간의 돈은 돈으로 보이지도 않나보다.


그녀는 직접 손으로 곡류를 쪄 말려 곱게 빻고 난 후면 항상 가게에 들러 많은 양을 덜어주고 가곤한다. 항상 얻어먹는 처지라 한턱쏘라는 말은 농담처럼 했는데도 그녀는 흔쾌히 승낙했다.“니가 간다면야 당연히 데려가지.” 설사 마음은 그렇지 않고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해도 엔돌핀과 아드레날린이 전두엽을 거쳐 뇌 신경세포를  자극해주는데 공헌을 하지 않겠는가.^^ 더불어 수명도 연장될테구....우리는 이렇게 기분좋게 해주는 말들이나 행동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 이라는 어긋난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음을 알수 있다.  가깝게는 살아가는 주변에서 난폭한 성격을 갖고 있는 사람들, 직장에서, 멀게는 정치인들이.... 남을 제압함으로써 자신의 위치가 올라간다는 그릇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리라. 우리는 가끔 언어의 덫에 걸려 존재의 가벼움을 겪곤 한다, 신이 아닌 이상 누구나 실수는 할수 있지만, 그 실수를 얼마나 만회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상대방의 성격을 이해하게 되고 서로 언어의 통로를 개방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선까지 이르게 된다는걸 주변에서 익히 보아왔다. 해서 ‘말 한마디가 천냥빚을 갚는다‘ 는 속담도 나오지 않았나는 생각이다. 가볍게 할수 있는 말한마디에 상대방이 즐거울 수 있다면 좀 해주면 어떨까? 돈도 들지 않는 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