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이 2005. 11. 28. 11:41

나잇값을 구하는 등식이라도 있다면 계산하기가 아주 수월할텐데 그렇지않아 우리는 상대의 말에서 또는 행동에서 종종 나잇값을 가늠하곤 한다. 즉 " 나잇값도 못한다" 거나 " 그 나이 되도록 여태 머하고 살았어?" 라는 말로 상대방에게 나잇값도 하지 못하고 살아왔음을 질책하곤 한다. 이를테면 공부를 해야할 나이인데도 공부를 게을리한다든가 취직을 해야 함에도 취직할 생각은 않고 부모등에 기대고 캥거루생활을 한다던가.....같은 맥락으로 자신의 나이를 앞세워 상대의 깍듯하지 못함을 나무랄 때는 좀 더 너그럽지 못함도 보인다. 그러나 자신보다 한참이나 나이 어린 사람이 오만해 보일 정도로 함부로 말하는 것 또한 볼썽 사나운 행동들이다.

사회생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지금이야 많이 건전해졌지만 직장 상사라고 해서 또는 오너라고 해서 마치 직원을 종적인 위치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돈을 보태주는 고객의 위치에 있다고해서 상인에게 가슴아픈 말로 자신의 속좁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람.... 이 모든 행동들을 나잇값의 범주에 포함시킨다면 아마 그 속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다모임 사이트는 수준이 나은 편이다. '인터넷 신문'을 향유하다보면 육두문자를 쓰며 댓글을 다는 사람을 종종 본다. 아무리 익명을 앞세운 댓글이라지만 그들을 보면 먹었던 음식마저 올라올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가꾸지 않고 함부로 방치한다는건 다른사람들도 역시 자신에게 함부로 대해 준다는 걸 왜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어디 그뿐이겠는가! 비근한 예로 자신의 마음고생했던 시절을 며느리에게 되물림하고 싶은 시어머니들은 자신의 우위를 앞세워 며느리를 억누른다든가 자신이 시동생이라는 위치를 앞세워 형수의 사소한 잘못도 이해를 못하는 철분이 부족한 시동생....인간 자체가 부처나 예수 등과 같은 성인이 아니니 모두 허점 투성일 것이고 실수투성이 일 것이다. 나잇값은 외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니 자신의 내면의 소양을 가꾸는데 지난한 노력을 했을때라야지만 성취할수 있는 영광스런 훈장이 아닐까.

시어머니가 시어머니 답지 않은 행동을 할 때 며느리가 며느리답지 않은 행동을 할 때 우리사회는 결국 끝없는 반목의 길을 걸을 것이다. 그 한 예로 우리가게에 오는 손님중에 며느리도 있고, 시어머니 되는 사람도 오신다. 어느날에는 며느리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며느리 말이 옳은 듯하고 또 어느날은 시어머니 되시는 분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또 시어머니되는 분의 말이 옳다고 느껴진다. 이말의 문맥을 따라가다보면 시어머니 말을 들었을 때는 시어머니 말이 옳은 듯 느껴지고, 며느리 말을 들어보면 그나름데로 이유가 있는거 같아 며느리를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한쪽의 말을 들어 보지 않은 상태에서 나머지 한쪽을 판단하는 잣대를 들이대기에는 무리가 따르지 않나는 생각이다.

흔히 남자분들은 술이 어느정도 들어가면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술의 힘을 빌려 평소 가슴에 담아두었던 말들을 쏟아내며 야누스의 모습으로 변한다. 그러나 그게 상습적이지 않으면 훌륭한 면죄부가 된다. "술김이니까" 하며 관대해지거나 명분있는 퇴로를 준다. 이 얼마나 편리한 관습인가. 남편이 남편 갖지 않아서 또는 아내가 아내같이 행동하지 않아서 자식이 원수같아서라는 말로 자식과 아내와 남편을 닦달한다면 세상은 너무 삭막하지 않을까.상대와 마주보며 반목하고 있을 때는 자신의 크다란 흠은 보이지 않고 상대방의 얼굴에 묻어있는 작은  티만 보고 그것으로 흉을 잡는 치졸함을 드러낸다.

외출이 그의 없다시피 하는 나는 가끔 출근하기 위해 길거리를 지날때면 되바라진 아이들과 자주 부딪치곤 한다. 아직 여명이 밝지 않은 새벽시간이면 어김없이 10대들의 불순한 행동이 눈에 거슬리곤 한다. 10대 후반이거나 20대 초반으로 보이니 나이는 분명 20살 전후라 계상하기 쉽지만 나잇값을 상계하자면 모호해진다. 그럴때는 눈을 돌려버리고 가던길을 가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은 충고라도 할 양이면 그들은 눈을 부릅뜨고 대항할 듯 한다. 어리니까 이해심이 부족하니까...라는 등식을 무기삼아 어른들에게 저항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두렵기까지 하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한쪽이 닳았다면 나머지 한쪽도 닳아야 형평성이 맞지않겠나는 말로 정확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할말은 없다.

나도 나잇값을 못한다. 실수를 않고 한평생을 살아간다는건 지난한 여정임에 틀림없다.그러나 그것을 거울삼아 더 노력하는 나 자신이고 싶다. 리트머스 시험지 위에 내 나잇값을 올려보는 하루다.
 

이글도 오래 전 자주가는 사이트에 올려두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