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번호이동성 제도

정순이 2004. 1. 12. 11:15

봄날 햇살만큼 따뜻함을 내리쬐던 태양도 오후의 나른함에 못이기는 듯 꾸벅거리고 있다. 그에 힘입어 자꾸만 감겨지려는 눈꺼풀을 애써 밀어올리며 졸음을 쫓고 있었다.

이동통신3사가 번호이동성제도로 인해 야기된 치열한 경쟁으로 연일 통신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라있다. 남편의 친구분도 KTF에 다니고 있다. 꿈속에서 아련하게 들려오는 한 전화벨 소리에 쉬이 일으켜지지 않는 몸을 전화기 앞으로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겼다.
“여보세요?”
“제수씨요? 춘식입니다.” 매번 전화올때마다 자신을 시숙이라고 고집하는 남편의 친구분이다. 농담을 아주 잘하기도 하거니와 타고난 후덕함에 계원들은 다들 그분의 성격을 좋아해 그분의 말이라면 호응을 잘 하는편이다. “언제 형수님이라고 부를꺼예요? 인제는 해가 바뀌었으니 형수님이라고 불러야지 않겠어요?” 그분의 농담에 가벼운 조크로 대응하는 나 또한 농담은 아주 잘하는 편이다.

“해가 바뀌었다고 나이가 달라지나요~?”
“그럼 주민등록을 꺼내 서로 대조를 해봐야겠어요. 누가 나이가 많은지를...”
“그거야 자신있죠. 주민등록상으로는 내가 용만이보다는 나이가 많을텐데요.” 아무래도 밀릴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고 남편에게 전화기를 건냈다. 남편은 자신의 생년월일보다 한살 많게 등록되어있다. 그래서 남편친구와의 대화에서는 상대방에게 형소리를 듣길 원하는지 모른다. 농담이겠지만 말이다.^^ 40대의 동시대를 살아온 우리들은 다들 형제의 이른 죽음이나 아님 태어나고 난후 출생신고를 늦게 하는 경우가 허다해 자신의 나이보다 많게 등록이 되어있거나 아니면 몇 살 적은 경우도 있고, 바로 위의 형이나 언니가 일찍죽었다면 언니나 형의 주민번호를 자신이 물려받아 사용하는걸 본적이 많다. 수화기를 남편에게 건내도 그 같은 농담은 이어진다.

“니는 언제 철들래? 아직 형수란 소리가 쉽게 나오지 않는걸 보니 철들라면 아직 멀었는거 같다~.” 남편의 짓궂은 농담에도 곧잘 응대해주는 그런 분이다. 그래서 꼬치친구를 찾게 되고 초등학교 다닐때의 친구가 더 살갑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지금의 아들이 3살무렵이였으니까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다. 남편이 동원예비군 훈련에 갔다가 뜻이 맞는 몇몇 친구분들과 친목회 모임을 결성한적이 있었다. 인원수가 많지 않아 개개인에게 한사람씩 데려오라는 할당을 주게 되었고, 그 와중에 모임의 멤버로 이 친구분을 끌어들인것이다. 이분과는 마음이 잘 통하기 때문임을 익히 알고 있다. 그래서 항상 모임이 파하고 나면 이 친구분과는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집까지 오는 경우도 있었고, 그분의 집에 가는 경우도 제법있었다. 그래서 스스럼없는 농담을 주고 받고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부담이 없다.

그런 그분에게 직장에서 직원 개개인에게 휴대폰 40대를 팔라며 할당이 나온 모양이다. 몇 년전에도 휴대폰단말기가 할당 된 적이 있었다. 그당시는 무료라 주는걸 공짜로 받아쓰기만 했다. 아마 KT 에서는 한달동안 쓰는 휴대폰 요금만 입금 되게 하는걸로 되었었는데 이번에는 경우가 달라졌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시중에 판매하는 휴대폰 단말기 가격과 같은 조건으로 직원들에게 떠 맡긴 모양이다. 기존적으로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번호만 이동하는걸로 착각할지 모르나 그게 아니였다. 편법할인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듯하다. 우리가정같은 경우야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으니 구입하는데야 문제가 없지만 요즘같은 세상에 각 가정마다 가족수만큼이나 널리 보급되어 있는 휴대폰이라 다시 구입한다는건 적잖은 고민이 될터이다. 이제 겨우 8대밖에 팔지 못했다며, 우리부부에게 아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를 좀 해달라며 휴대폰 단말기를 들고 가게에 내방했다. A4용지에 휴대폰 단말기 이미지가 잔뜩 찍혀진 걸 우리들앞에 내밀었다.

지금같이 이동통신사들끼리 경쟁이 치열할 때 휴대폰을 구입하면 많은 이득을 볼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이다. 한 이동통신사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구형단말기를 가져가면 최소한 10만원까지 보장을 해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를 미혹하고 있는모양이다. 그리고 월 8만원이상 사용을 하면 약정할인제를 받을 경우에는 단말기 가격은 공짜가 된다는 뉴스도 들린다. 그말에 현혹되어 휴대폰을 교체하는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귀가 솔깃해지는 뉴스임에는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