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해맞이 행사를 다녀와서...

정순이 2004. 1. 2. 07:32
올해에는 해맞이를 한번 보러가자는 남편의 생각에 내 생각이 보태어져 일찌감치 마음을 정했다. 아무래도 산에서 맞이하는 일출광경이 더 멋질 것 같다는 생각에 둘째주에 다녀온 ‘고당봉’에 오르기로 했다. 21세기 첫해를 맞이하는 밀레니엄 축제는 고당봉 아래 북문광장에서 다채로운 행사를 벌렸었다는 소리도 들려왔다. 결혼하고는 한번도 축제에 참석해보지 못하고 살아왔었다. 뜻 깊은 날이되면 축제가 있다는 소식은 자주 듣긴 했어도 움직이기 귀찮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어 한번도 참석하진 못했다.

며칠전에 지나간 성탄절에도 무의미하게 하루를 보냈고, 보름달이 뜨면 해운대에서 쥐불놀이 축제도 해마다 다채로운 행사를 벌린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을 행사장에서 무사히 빠져나온다는건 고생을 자초하는 일이라며 그들을 비웃곤 했었다.
그러나 올해...생각이 달라진 우리부부...그들과 합류를 한다는건 멋진 추억거리로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에 모처럼 남편과 의견일치를 보았다.^^ 어제 늦은밤 TV를 시청하던 남편은 아들방에서 컴앞에 앉아있는 나를 향해 뉴스를 본 소식을 전해왔다.

“내일 해운대에서 축제한다네.고당봉 가지말고 해운대로 갈까?”“해운대에서 신년맞이 축제를 하나보죠? 그럼 해운대로 가요.”
고당봉에 오르려던 생각을 해운대로 유턴을 하였고, 자명종은 5시쯤 울리게끔 알람을 맞추어놓았다. 그 시각쯤 집에서 출발을 해야 축제하는걸 볼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6시 20분부터 축제를 시작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축제를 벌리고 있는 행사장까지 걸어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라 일찌감치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작년 5월달인가 해운대 비행장 자리에 문을 부산 컨벤션센터까지만 택시를 타고 거기서 내려 공연하는 곳까지는 걸어가기로 하였다. 12월달의 겨울 한가운데 있지만, 바람만 불지 않으면 체감하는 추위는 덜하다는 부산날씨에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가죽장갑으로 무장을 하고 길을 나서 그나마 나은듯했지만 연신 남편은 추위에 떨고 있는 나를 이해못하겠다는듯 힐난한다. 이른 새벽이라 피부에 와닿는 겨울바람은 유년시절 동토의 추위의 기억들이 빠르게 뇌리를 스친다. 이른아침 밖에 있다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동그란 문고리를 잡으면 손이 달라붙어 잘 떨어지니 않았던 지난날들의 그 매서웠던 동토의 추위의 사금파리들...

한참을 내달려 우리가 내리고자 백스코 전시장 입구에 우리부부를 내려놓고 회색빛 연기를 연막처럼 내뿜으며 횅하니 사라져갔다. 멀지 않은곳에 광안대교에 밝혀진 꼬마전구 불빛에 벌써 마음은 축제 분위기에 편승하는 듯 했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귓불을 타고 가슴에 닿는 그 느낌은 지난날 비릿하게 다가오던 바다내음과는 비교할수 없을만큼 상큼한 아침 공기였다. 육교밑으로 해조음도 추임새를 넣어주고 있었다.

멀지 않은 백사장에 무대가 설치되어 있는게 보였고, 조금이라도 가까운곳에서 축제를 보기위해 잰걸음을 옮겼다. 백사장 곳곳에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솔가지들을 긁어모아 모닥불도 피운 정겨운 모습도 보였고, 옆으로 나있는 길위로는 아직 잠에서 덜 깬 파스텔톤의 얼굴을 한 아가씨들의 하품하는 모습, 아이를 앞세우고 나온 가족들, 강아지를 데리고 축제분위기에 편승할려는 사람들 백인백색들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생각으로 축제와 해돋이를 보기위해 백사장을 가득 메꾸고 있었다.

임시로 설치된 무대 주변... 사방으로 밝혀진 화려한 조명등에 붉을 밝히는 순간 ‘2004 해돋이 축제’ 라는 고딕체로 쓰여진 글씨가 하얀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 무대위 프랜치 코트를 입고 등장한 부산 mbc 아나운서의 바리톤 음성이 어둠을 가르고 축제를 견인했다. 축제분위기를 달구려는 듯 곳곳에서 공중으로 쏘아올리고 있는 폭죽.....군악대의 축하 나팔소리와,상쇄를 앞세워 사물놀이단들의 북소리 행사는 역동적인 부산사람의 성격을 대변하는 듯 했다. 샹송음악과 함께 이어 ‘빛’ 이라는 함축어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남녀들의 무언극,,,그들이 보여주는 행위가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뜻은 알수 없었지만 그들의 춤사위에 교감을 느끼려고 애썼다. 바다위로는 15척 여대의 선박들이 해상퍼레이드를 벌리며 축하에 동참했고, 상공에서도 축하를 하기 위해 비행을 벌이고 있는 경비행기나 헬리콥터들... 그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무리를 지어 군무를 펼치는 갈매기들..... 돌고래 형상을 한 조형물...눈에 다 담기 힘들정도로 바쁜 움직임의 내 시선이였다. 경비행기 꼬리에 "2004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라는 글이 부직포에 쓰여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이윽고 색색의 종이 꽃가루가 비행기 뱃속에서 쏟아져 내려왔다. 그 모습을 보니 도마위에 올려진 생선뱃속에서 생선알이 한묶음 쏟아져 나오는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해가 뜰 시각이 되니 더 많은 인파들이 속속 해운대백사장으로 꾸역꾸역 몰려 들고 있었다. 백사장 모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축제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해 운집해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안개에 가려진 수평선 너머에는 해가 떠오를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주위는 불그스럼한 해무리만 가득보였다. 달무리 같이 해무리들이 샘이라도 내는 듯 안개를 헤치고 금방이라도 얼굴을 내밀려는 해를 방해하는 듯 했기 때문이다. 해를 보려는 성과는 거두지는 못했지만 몇시간의 추억거리를 제공해준 해운대를 뒤로하고 택시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