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흔적...

정순이 2003. 12. 21. 12:35

"걱정이예요...."
일하기 적당한 키 높이로 맞추어진 진열대 위 나란히 배열되어 있는 국끓이는 솥위로 김이
모락모락 난다. 지나는 사람들의 후각을 자극해 가던길을 멈추고 사가는 고객들도 꽤 된다.
맨 왼쪽에 보이는 선지국솥, 추어탕국, 시래기국 그옆으로 언제라도 전화주문이라도 오면 민첩하기 대처하기 위해 항상 보글보글 끓고 있는 다시물솥도 보인다. 다시물을 낼때에는 양파를 넣어두고 파는 망사를 이용하는 것 같다. 언제인가 그 망사가 우리 인체에 좋지 않는 물질이 소량함유되어있어 사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어느 독자의 글이 떠오른다. 다시물을 내기위해 망사안에 다시마며 무,멸치,양파....갖가지 재료를 넣고 푹 끓이면 그 맛이 아주 구수하다. 국수를 삶았을 때 다시물로도 활용하고 시래기국 끓일때도 다시물을 활용한다.

"무슨 일이라도 있어?"
나이가 나보다 열살이나 어린 그녀이지만 사회에서 만난 사람이라 딱뿌러지게 말을 놓기란 쉽지않아 말을 높을때도 있구, 낮추고 말을 할 때도 있다.
조금 전 식당하고 있는 주인장인 그녀가 선지국에 들어갈 재료를 주문하고 재료를 사러 간사이 식당에 들렀을 때 그녀의 투정(?)아닌 걱정을 듣는다.
"요즘 같으면 제가 이가게에 필요치 않거든요."
"그래? 그렇게 장사가 안돼?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장사가 꽤 잘 되었잖아..."
"네.아주머니께서 병원에 다니는 그 공백시간에는 제가 필요하다는걸 느끼지만 그렇지 않으면 굳이 필요치 않거든요. 그래서 제가 말씀을 드렸죠. 집에 놀고 있으니 많이 바쁜 시간에 집으로 전화를 하면 달려오겠다구요. 그랬드니 더 기다려 보자는 말을 하는거 있죠."
"영은이 엄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까 기다려 봐야지 않겠어. 정 안되겠다 싶으면 무슨말을 하겠지. 내 살길을 찾자면 하루의 인건비라도 아낄겸해서 그만두라고 하겠지만 기다려 보라는 건 고마운 말이지..."

한달 전 쯤인가 식대를 올려야 겠다며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매미의 내습으로 인해 푸성귀 가격이 급등해서 음식을 팔아도 이윤이 없다는 말로 볼멘소리를 한적이 있다. 시장 가격에 비례해서 식대료를 올린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였고, 당연한 일이었지만 시장상인들에게는 먹히지 않았나보다. 가격을 올리고부터 사랑방처럼 부담없이 들락거리며 발걸음이 잦던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는 듯 했고, 두 번 걸음할걸 한번으로 줄이는 듯했다. 무엇보다 시장 상인들의 반응이 달라지는 듯 했다. 따지고 보면 5백원이라는 가격이 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생각의 기저에는 몇 블록 떨어진 다른 식당에서는 가격을 동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무시하지 못할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침체 된 경기도 반영된 것이리라.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이 안 든건 아니였다. 그래서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박리다매'로 승부수를 띄우는 사람들이 꽤 많음을 알수 있다. 신문이나 메스컴에서는 온통 수십억이니 수백억이니 천문학적인 숫자 놀음으로 하루해가 짧은 듯한데... 정치인들이나 위정자들은 한끼에 몇십만짜리 식사를 한다는 뉴스도 본적이 있다. 먼나라 이야기 같이만 들리고, 상대적으로 너무 초라해 보이는 우리의 자화상 들이다.

그렇게 맑은 웃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그녀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 빈자리를 식당아들이 대신하고 있는게 보인다. 바리케이드 너므로 들려오던 해맑은 웃음소리가 멈추어 버린지 얼마되지 않았지만,기억속의 추억으로 한 페이지에 책갈피처럼 꽂혀져 있다. 정말 그녀와는 코드(?)가 맞는 듯했다. 그녀와의 소중했던 이야기들이...
인제 볼수 없고, 만날 수 없는지 모르지만 하늘아래 살고 있다면 언제인가는 다시 만날날이
있으리라. 그때까지 그리운 이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