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무종교...

정순이 2003. 11. 20. 12:10

"일요일마다 쉬세요~?"
웃음을 입안 가득 베어물고 말을 걸어오는 그녀는 우리가게와 그렇게 멀지않은 곳에서 제과점을 하는 새댁이다. 나즉하게 속삭이는 그녀는 타고난 수줍음이 많아서인지 가게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언제나 남편의 몫인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가게에 들릴때마다 그녀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니... 부부는 상대적인 성격이 만나야지만 조화롭게 잘 산다는 말이 있다. 수줍음 많이 타는 아내와 여러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지낼것 같은 남편분의 사회성 짙은 성격...

"왜요? 다가오는 일요일에는 남편과 등산을 가기로 약속을 했지만, 일요일마다 쉬지는 않아요. "
"그럼. 일요일 오전에 잠시 짬을 내어 저하고 같이 교회가보지 않을래요?"
하얀치아를 드러내며 말을 걸어오는 그녀는 언제나 봐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는거 같아 그녀를 만나면 내게도 즐거움이 전염되는 듯 해 같이 있으면 기분이 업되는 것 같아 웃음을 머금게 한다.
"교회요?...."말끝을 흐리며 대답할 말을 잊은 듯 얼버무렸다.

딱히 종교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굳이 종교를 선택하라면 성당에 다니고 싶은 솔직한 심정이다. 시댁의 종교가 '카톨릭'이라서이기도 하지만, 교회에서 받았던 나쁜 기억들이 나를 망설이게 한적이 있다. 언제였던가 조카친구의 부탁으로 교회에 한번 간적이 있었다.
성당과는 달리 교회에서 작성한 매뉴얼에 '십일조' 하라는 강요된 규칙이 있다. 교회를 운영될려면 운영자금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꼭 월급에 10%를 교회에 헌금하라는 세부규칙은 강요성이 짙어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니셔클로 묶어둘려는게 역력하게 보였다. 오래전 교회에 다니는 몇몇분들이 우리가게를 단골로 정하겠다는 말을 하며, 토요일이나 무슨 행사가 있으면 아주 많은 양(신도가 아주 많아서)의 고기를 주문하는 말의 말미에는 꼭 교회에 나오라는 말을 덧붙였다. 종교도 마음에서 우러나야지만 될 것 같은데도 그들은 협박성 짙은 말을 해오는데는 아연해지고 만다.

"교회나오지 않으면 인제 고기 사로 오지 않을 꺼에요."라며...그들의 끈질기고 지나친 전도에 식상함과 거부감이 드는 것이었다.그래서 그 후로는 교회 다니는 분이 가게에 와서 전도를 하는 말을 걸오온다던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일이 생길때면, 일부러 딴청을 부리거나, 할 일이 남은 듯 자리를 피하곤 한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 한명도 같이 교회에 한번 나가달라며 연거푸 사정을 해온적이 있었다. 교회에서 아는 사람을 한사람씩 데려오기로 할당을 준 모양이였다.

거절하기 민망할 정도로 자꾸만 다그치듯 해 황당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교회와는 달리 성당은 그렇지 않다. 전도를 받은 기억도 없을 뿐더러 아는 지인이 성당에 다닌다면 '성당에 다니라'는 가벼운 말 정도로 끝을 맺고 만다. 그리고 성당은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건 자신들이 공금을 착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교회는 헌금으로 재정상태가 비대해지자 사목들이 개인의 영달을 꽤하는 걸 몇 번 들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성당은 그렇지 않다. 성당에 입적하는 성직자가 되면 결혼을 할수 없을뿐더러 봉사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가깝게는 시누이부터 시작해서 멀리는 수녀들...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어림도 없는 일을 아무거리낌없이 그들은 나환자촌을 방문해 봉사를 하고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나환자를 처다만 봐도 소름이 돋을 것 같아 피했던 나 자신의 모습이 대비되고 말아 부끄러움이 자리하고 있다. 언제이든가 추석 명절 때 였다. 결혼하기 전이였으니....세명의 조카들을 데리고 오륙도를 구경시켜주겠다며 보무도 당당하게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물어 물어 찾아간 곳은 나즈막한 상등성이를 넘어 퀴퀴한 냄새가 진동을 하는 마을로 접어들었다. 역한 냄새에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앞을 바라본 순간 까무러칠뻔했다. 멀지 않은곳에서 명절을 맞이해 귀향을 한 듯 보이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느 신혼부부의 앞에 선 노인분의 손에 파리가 우글거리는게 보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상황판단이 안되었고,이상한 생각이 들었던 건 그 다음이었다. 집집마다의 건물 외벽은 회색빛으로 어두컴컴하게 보였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본 병원간판에는 나병을 치료하는 병원이라는 간판의 글자가 선명하게 각인되어 왔다. 아무래도 발을 잘 못 들었다는 생각과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깊숙히 들어왔다는 생각에 계속 앞으로 내달렷다. 조카들한테는 차마 말도 못하고, 그냥 손을 꼭 잡은 체 내달음질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점점 더 깊숙히 마을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얼마쯤 달렸을까. 드디어 바다가 보이는 듯 했고, 마음이 놓였다. 자갈이 깔린 포구가 보였고, 인제 배를 타면 오륙도를 구경할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살았다는 안도감도 잠시..눈앞에 보이는 나환자 인듯 그분의 눈썹은 보이지 않았다. 욱하며 묵구멍을 타고 올라오려는 걸 꾹 참으며 어느분께 물었다. "오륙도 갈려면 여기서 배를 타야 하나요? " "오륙도요? 여기서 가는게 아닌데..."
아뿔싸...ㅜㅜ

저멀리 바라다 보이는 오륙도의 작은 섬들은 걸어가기만 해도 바로앞에 있는듯 했는데 아득하게 보이는 오륙도가 원망스럽기만 했다. 그 순간 내게 길을 안내해준 낯모르는 사람만 원망하며 갔던 길을 다시 돌아오는길이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긴 내 생애에 처음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성당이던, 교회던 자신의 마음이 우러나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언제라도 시간이 나면 성당에 다니면서 가난해진 마음을 살찌우고 싶은 생각은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