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피아의 양면...

정순이 2003. 11. 8. 12:03
IMF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사업하는 사람들은 높아진 이자율 (한달이자가 15%까지 갔다.)때문에 겪어야 하는 자금압박으로 시달린다는 우울한 소식뿐이였고, 넉넉한 자금을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이야 남의 이야기로 들렸을지 모르지만 짧은 밑천으로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은 높아진 시중금리에 날마다 기업이 도산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누란을 겪고 있던 기업들은 워크아웃을 해야 한다는 정부시책이 하달되는 듯 했다.그러나 동전의 양면처럼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는 법...

높아진 금융이자를 노리는 나같은 사람도 있다. 투자신탁에 잉여금을 맡겨두고 있었던 우리부부는 높아진 이자소득으로 연일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3개월동안 맡겨두었다가 찾아보니 고리로 붙어진 금융이자에 흐뭇해하는 날들의 연속이였고, IMF의 심각성은 전혀 체감되지 않을만큼 매출에도 변동이 없었다. 이렇게 몇 년만 지나면 우리도 부자(?)대열에 합류할수 있을 것 같다며 청사진을 펼치곤 했고, 남들이 직장에서 그만두는 정년퇴직할 나이가 되면 우리도 가게를 그만두고 노후를 즐기자는 남편의 말도 나의 꿈을 부풀리는데 일조하고 있었다.

여유로운 마음에 주식시장에도 눈길을 돌리게 되었고, 어느날에는 하루에 아파트 한채를 살 정도로 많은 시세차익을 얻기도 했었다.^^그러나 그런 꿈도 한낮 백일몽에 지나지 않았으니....어느날 애널리스트에게서 전화가 왔다.
"만기가 되었는데 다시 가입을 하셔야죠?"
"그럼요. 요즘은 어떤 상품이 있어요.?그쪽 방면에는 잘 아실테니 좋은 상품 있으면 추천해보세요."
불안한 정국에 혹시나 원금이라도 100% 다 찾지 못하는 날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한자리하고 있어 물어본것이였다.
"금리가 또 오를지 모르니 변동금리로 들어두는게 좋을 듯 한데요. 생각이 어떠세요?."
"그런 정보가 들리던가요?"
"네..."

자금이 시중에 원할하게 유통되지 않는다는 소식이 들리는걸 보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에널리스트의 말을 따라 변동금리로 3년짜리로 묶어두었다.그러나 왠걸.... 날마다 추락을 멈출줄 모르는 날개꺾인 새마냥 곤두박질 치는 시중금리에 우리부부의 얼굴은 날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3년만 지나면 펼쳐질 장밋빛 청사진은 물거품처럼 멀어지고 있었고, 설상가상 이라는 사자성어가 우리에게 해당되는 말처럼 레임덕현상이 오는 듯 했다. 비로소 체감되어지는 매출감소...심리전에서 밀리기 시작하고보니 어두운 터널에 들어선듯한 느낌마저 엄습해왔다. IMF칼바람이 휩쓸고 지나가고 난 지금...옛날 꿈같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노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만큼 여유는 있는 지금의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