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bigbang

정순이 2003. 9. 24. 09:43
이웃하고 있는 가게가 드디어 문을 닫고 말았다.
주위에 있는 많은 가게에서 올리는 하루 매출에 적지않은 견인차 역할을 해왔었던
가게라 적지않은 충격으로 다들 허탈한 기분으로 술렁이고 있다.
먹음직스런 음식들이 가판대 위로 백화점식으로 나열되어 지나가는 고객들의 시각을
호객하는데 부족함이 없었고,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직원들은 새벽부터 하루
판매할 음식준비에 분주히 움직였었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이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사람이 누가 있으랴... 비영리를 목적에
두지 않는 이상 손익계산서를 따지지 않을 수 없으니 데리고 있는 많은 식솔들(거느리고
있는 직원이 꽤 있다.)과 임대료를 감당해내기에는 힘에 부쳤었는지 드디어 셔터를 철시하고 말았다. 자그마한 체구에
어디서 뿜어져 나오는지 모르는 그 강단에 일하는 직원들이나 주위 사람들은 그녀의
행동에 적지않게 놀라워하곤 했다.

그도 그럴것이 하루에 소비할 물량만큼만 만든다던지 손익계산서에 마이너스가
된다면 과단성있게 직원들을 내쳐야 할 것 같은데도 그러질 못했다. 주위에서 몇사람이
주인장에게 어드바이스를 해주었다. 5척단신으로는 믿기지 않을만큼 배포또한 커서인지
직원들을 해고시키지 않고 위태롭게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그녀의 배포를 가늠할수 있는 말한마디의 에피소드는 내 기억에서 오랫동안 회자되리라.
주문한 고기를 가지고 그 가게에 들렀더니
“그 집 팔렸다면서요?”
“네.”
“얼마에 팔렸데요?”
“그야 모르죠. 주인이 말을 안하시니...가게세가 제법 많이 나오니 꽤 많이 받았을꺼에요.”
“나는 그정도의 돈이 내 수중에 있다면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아요.”
“그럼 어디다?”
“생각을 해봐요. 한달에 가게임대해서 들어오는 돈은 이자하고 엇비슷해요.
그러나 사업하는데 투자를 해보세요. 그 몇배의 수익을 노릴수 있어요.
그래서 나 같으면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을꺼예요.“

우물안 개구리마냥 정해진 룰 속에서 살고 있는 나 자신에게는 그녀의 말은
충격적인 말이 아닐수 없다. 산술적으로는 맞는 말인지 모르지만 모험은 하고
싶지 않을만큼 내게 주어진 삶에서만 연금술로 무두질을 하며 살 것이다.
인제 그 가게가 떠났다. 텅 비어진 가게에 며칠전부터 수리를 시작하고 있다. 망치소리가 툭닥이는걸보니...

두개의 점포를 벽을 사이에 두고 쓰고 있던 전에
사람과는 달리 이번에는 벽을 허물고 하나의 점포로 만들고 있다.
외벽은 벽돌로 미장을 하는 듯 보이고, 바닥재는 타일을 붙이기 위한 전 과정으로
세멘을 바르고 그 위에 타일로 내장재로 마감한단다.
인제 그녀는 떠났다. 5년여동안 풍미했던 5척단신의 그녀.....
우리들의 기억속에 사라지려면 꽤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