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童顔인 그녀...

정순이 2003. 9. 22. 08:57

그분을 보고 있으면 그분의 송고한 아가페사랑에 고개가 저절로 수그러들게 된다.
사선을 그어 몇 블럭 지나면 그분은 자그마한 자투리 공간에 베니어보드판위로 짠 나무위로 떡 가판대가 보인다.
두 부부...법없이도 살아갈 것 같은 착한 마음에 벤댕이 속인 나는 그분과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고개가 숙여지고 만다.

그분은 며느리 둘을 본 시어머니의 위치에 있으며, 중증인 치매가 있는 팔순 노모 시어머님을 모시고 살아가는
평범한 주부이다. 주부라고 이름붙이기에는 늙어버린 나이이지만 아직 며느리
에게 치매기가 있는 시어머님 수발을 맡기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며느리된
도리를 다하고자 애쓰는 모습이 옆에서 그분을 보기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치매...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힘듦을 이해하지 못한다할 정도로 간병하기
힘드는 병이다.
긴병에 효자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분의 시어머님은 벌써 회수로 3년이나 긴 치매로 며느리를 고생시켰다.
시아버님 기일이라며 가게에 들린 그분은 오랜만에 우리가게에 들린게 마냥
미안한 마음인 듯이 변명을 하신다.
"지난 설 명절때는 며느리가 제수용 고기를 사와서 못 왔구, 기일때는 떡 살을
팔아주는 거래처에서 잘 포장된 선물을 받아 고기를 사러 오지 못했다우.혹시라도
집에가서 모자라면 또 사러 올께요." "말씀만 들어도 고마워요~"
"참! 시어머님 증세는 어때요?아직 병원에 계시나요?"
"네. 어쩔수 없이요. 그 성질 조금만 줄이면 집에서 모실려고 했는데..."
하시며 말끝을 흐린다. 그분의 시어머님은 중증인 치매환자다.
하루왠종일 장사를 하고 힘든 노구를 이끌고 집에 가면 시할머니는 자신의 손에 닿이기만 하면
어느 물건이라도 들고 며느리를 못살게 할만큼 자신의 생각을 방어하지 못할정도로 판단력이 흐릿하고,또 언제 흉기로 돌변할지 모를만큼 그분의 시어머님은 중증인 치매환자이다.

그 성질또한 아주 괴팍해 착하기만한 며느리를 힘들게 한다. 아내의 힘듦을 보기가
안쓰러워 하던 어느날 남편되시는분이 고뇌의 결단을 내리셨다.
치매가 있는 분들이나 몸이 불편한 노인분들을 일정액을 받고 운영하는 병원이 있다.
한달에 백만원정도를 병원비로 내면 병원에 입원시킬수 있는데 장사하는 분들이 매달 마련하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병원직원들이 간병을 맡게 되어 편하긴 하다만 병원비가 만만치 않아 가계에 아주 부담이 크다.
아내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아는 그분의 남편의 뜻으로 인해 그곳에 자신의 어머님을 모셔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고, 작년 이맘때쯤해서부터
그곳에 입원해 계신다. 그분은 시할머니의 입원으로 인해 자신의 몸은 편해졌지만 자식된 도리를 다 하지 못하는거 같아 늘 미안한듯이 말씀을 하신다.
시할머니는 그 병원에서도 타고난 성정으로 즉응하기가 힘든지 혼자서만 생활하는 독방으로 안내되고 말았단다. 한 병실 옆 침대에 있는 노인분이 다른데로
옮겨달라는 부탁이 있었단다.

"힘드시겠어요. 하루종일 힘들게 벌어들인 돈을
시어머님 간병에 병원비를 충당할려면요.
"누가아니래요. 증세가 조금이라도 덜하면 집에서
모실수 있겠는데...."한달에 한번 병원에 방문할때마다 옆에 계시는 분들이 시어머님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해오시니 제가 민망해서 얼굴을 들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면회를 갈때마다 떡을 잔뜩 해가곤 해요.
그렇게 했는데도 불가항력이라 다른 병실로 옮겼지만요."

구획된 삶처럼 포위되어있는 틀속에서 살아가야하는 우리(시장상인)들은 척박한 생활속에서 하루나마 즐거움의 향연을 노래하곤 하는
행사가 일년에 두어번 봄과 가을에 있다. 이름하여 야유회라는 명목으로 우리의
찌든삶에서 잠시나마 일탈하고자 산으로 계곡으로 떠난다. 백화점소핑으로 종이가방 몇 개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과는
피안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아날로그 인생들...

디테일한 삶에서 유일하게 하루를 자신의 날이되는
정해진 하루...같이 있는 분들이 술이라도 한잔 권해 한모금이라도 마시기만 하면 홍옥사과처럼 홍조를
띄우며 발그래해지고 만다.
그분의 앞날에 웃음짓는 날들의 연속이길 진심으로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