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도...
“민규 아빠? 나 배가 너무 아파요.” 컴앞에서 웹서핑을 하고 있던 남편은 “갑자기 배가 왜 아퍼?” 좀전까지만해도 남편과 함께 컴앞에서 이야기했던 아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는 말에 로그아웃 시키는 기계음이 ‘웅웅’하고 들렸다. 음식을 잘못 먹고 배가 아플때는 화장실에서 배설물을 쏟아내고 나면 통증이 멎는 게 일반적인데, 화장실에서 설사를 쏟아내고 기운이 없어 10분 동안 앉아있어도 정체모를 통증은 좀체 멎질 않았고, 세면실에서 나오자 말자 드러눕고 말았다. 컴이있는 아들방에서 큰방으로 건너온 남편은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으면서 “의로보험 카드는 있나?” “아뇨, 어저께 민규가 병원갔다오고 난후 돌려받지 않았어요.” “그래도 일단 응급실이라도 가보자”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통증을 멎게 할려면 잠시라도 지체하지 않아야겠지만, 꼼짝도 하기 싫을만큼 몸상태가 복잡미묘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아프다고 고통스러워 하던 모습들이 중첩되어왔다. ’그렇구나, 다들 이정도로 고통스러워 했었구나‘ 지난 번 시어머님이 고통스러워할 때 ’고통스럽더라도 좀참지 않구 그렇게 소리를 질러?‘ 라며 방정맞은 소리를 목울대 안으로 삼키곤 했던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 벌받는건가?‘ 더 있어봐야 통증이 멎을 것 같지 않아 옷을 대충 챙겨입었다. 우선 벗기 편한 복장으로 반바지를 입고 짧은 폴라티를 껴 입고 현관에선 신고 벗기 편한 슬리퍼를 신었다. 평소 때는 느끼지 못했던 남편의 자상함이 내가 아파서야 내면의 자상함을 발휘를 한다. 고통스러워하는 아내어깨에 팔을 두른 남편은 “조금만 참어”라고 어깨를 다독인다. 시원한 바람마저 성가시게 느껴질만큼 모든게 귀찮았고, 참으로해도 나자신도 모르게 신음이 나왔다. “아이고 아퍼” 집에서 나와 몇 걸음을 옮기자 택시 한 대가 <빈차> 라는 불을 켜고 올라오는 게 눈에 뜨인다. 아파트 아래에 택시 회사가 있지만, 차고로 들어가기 위해서 오는 택시라면 굳이 <빈차> 에 불을 켜 두지 않았을꺼라 생각하며 남편이 손을 들었을 것이다. 나도 같은 생각이였으니....택시는 손을 드는 남편을 외면하고 미끄러지듯 여러대의 차가 주차되어있는 택시 회사로 들어가버리고만다. 그래도 택시를 잡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나올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계속 통증을 호소하며 길거리에 쪼그린 체 앉아있는 아내가 안쓰러웠는지 잠시 기다리던 남편이 택시 기사를 향해 “요 앞에 있는 세웅병원에 갈려는 데 잠시 태워다 줄수 없어요?” 옆에서 머뭇거리고 있던 낯썬 남자도 거드는 듯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택시 기사의 손사래치는 몸짓이 앵글에 잡히며 절망했다. 아마 교대할 시간이였는 지 모른다. 그랬다면 ’<빈차> 에는 머하러 불을 켜 두었담?’교대시간이 되어 차고로 입고할 시간인지 모르지만,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을 위해 잠시 시간을 내주며 안되나?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택시를 잡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신호등이 가로놓여있고, 우리가 가는 뱡향으로 가는 차들이 많지 않아 택시를 잡기가 참 미묘한 길이다. 마침 <빈차> 라는 불이 깜빡거리는 차가 지나갔고, 손을 들었지만, 그냥 휑하니 가버린다. 늦은 시각에 남녀 둘이서 차를 세우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분루를 삼키며 다시 <빈차> 라는 불을 켜고 미끄러지듯 달려오는 택시에게 손을 번쩍 들었다. 두 대를 그냥 보내고 난후 타게된 택시, 우리나라의 후진성이 이정도였구나 가늠이 되었다.물론 다 그렇다는건 아니겠지만, 신문매체를 통해서 익숙히 봐왔던 터이다. 그 늦은 시각에 무슨 교통량이 그렇게 많은 지 걸어서 가는 시간보다 더 걸렸다. 술집들이 밀집해 있어서인지 밤의 흥청거림의 문화와 함께 아무데나 주차해놓은 차들 사이로 빠져나갈려니 곡예운전을 하는 듯 몸이 이리밀리고 저리 밀렸다. 고통스러운 나에겐 더없이 긴시간이 지나가고, 드디어 병원앞에서 내렸고 서둘러 응급실 문을 밀쳤다. 두명의 간호사와 한명의 담당의가 의자에 앉으라는 말과 함께 “어디가 불편하셔서 오셨어요?” “ 오늘 4시 쯤 이였나? ”
옆에서 남편이 “ 4시는 무슨 4시고 7시 쯤 이였을 텐데...” “재첩국을 먹었는 데 그게 잘못 되었나봐요. 8시 쯤 퇴근했는 데 조금 있으니 자꾸 몸이 가렵기에 보니 두드러기가 나있지 머에요. 심하지는 않았지만 그냥 두면 안되겠다 싶어 약을 사먹었어요. 약사는 두알을 먹어라고 했지만, 두알을 먹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거에요. 해서 두알을 더 먹고 좀 있으려니 갑자기 아랫배가 아프기 시작하는 데 너무 아파오는 거 있죠? ” 남편은 눈을 흘긴다. 두드러기가 가시지 않아 두알을 더 먹겠다는 나의 말에 “조금만 더 기다려 봐라.”는 남편의 말을 무시하고 두 알을 더 먹었든 게 화근이 된터이라 할말이 없었다. 오래 전 아침마다 재첩국 동이를 머리에 이고 아침을 깨우던 아주머니들의 행상들이 사라진지 오래다. 그때 맛있게 먹었던 상상을 하며 어제따라 재첩국을 먹고 싶었다. 아침 식탁에서 “내일 반찬을 뭘로 할까. 조기 매운탕을 끓여볼까?” 라는 나의 고민에 “생태를 넣고 매운탕 끓여보세요.” 군대에서 동태로 매운탕을 먹었던 기억이 나는지 아들이 내 고민을 해결해 주었다. 해서 지난 번 때 다 사용해버리고 없는 무와 쑥갓, 두부, 생태 한 마리를 사서 냉장고 속에 두었다. 내일 찬거리르 해결 된 셈이지만, 어제따라 왜 그렇게 재첩국이 먹고 싶었는 지....“민규아빠? 우리 재첩국 사먹을래요?” 많은 양을 혼자 해결하기에는 언제나 부담스러워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남편의 의견을 묻곤한다. 남편은 그렇게 재첩국을 좋아하진 않아서인지
“내일 찬거리는 사두었다며?” “그건 모레 먹으면 되죠 머? ” “생태는 싱싱할 때 먹어야 맛이 있는 데..” 남편의 대답이 불분명해 포기할까 하는 데 “그래 사와바라. 술안주로 하지머” 말이 떨어지기가 바쁘게 재첩국을 사왔고, 그 속에는 부추 약간과 청양초 하나가 들어있다. 청양초로 개운한 맛을 즐기라는 뜻에 넣어두었으리라. 부추를 가위로 잘라 넣고 청양초도 가위로 잘라 재첩국에 넣었다. 옆집 식당에 가서 밥 한공기도 사와서 퓨전시켰다. 조금 싱그운 듯 했지만, 싱겁게 먹어야하는 남편을 생각하며 그대로 먹었다. 아무리 싱겁게 먹어야 한다지만, 내입에 간이 맞지 않는 음식은 맛을 못 느낄 정도다. 반을 더 남겨두고 남편은 벌써 숟가락을 놓은 듯했고, 재첩국을 사왔다는 도의적인 책임에 혼자서 해결해야만하는 할당량이었다.“이렇게 많은 양을나혼자 먹어라구?” 항상 남은 음식을 앞에다두고 서로 많이 먹었다고 목소리를 높이곤 한다.^^
이것 저것 물어보며 문진을 계속하고 있는 의사를 향해서 소리를 냅다 지르는 남편이다. “ 아니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 앞에다두고 얼른 응급처치를 해줄 생각은 않고 뭘 꾸물거려요?” “절차가 있죠. 어디가 어떻게 아프는지 알아야 치료를 하든지 할거 아니에요?” 남편에게 가만히 있어라는 말을 하기보다 손을 저으며 가만히 있으라는 시늉을 대신했다. “우선 소변부터 받아오세요. 소변 검사를 한다음 주사 놔드릴테니요.” 간호사가 건네주는 투명한 비커를 들고 화장실에 갔으나 소변이 나오지 않았다. 10여 분을 앉아있으려니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자신도 모르게 하느님을 찾았고,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소변 받으러 간 사람이 나오지 않으니 무슨 일이 있나 싶었던 남편은 화장실 앞에서 “머하고 있노?” “소변이 나오지 않아요.” 더 이상 앉아있을 수 없던 나는 빈 비커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우선 주사부터 맞고 싶었다.
소변 검사는 나중에 해도 될 것 같아서다. 우선 통증부터 해결하고 싶었다. 침상에 엎드려 주사 한 대를 맞고 손등에 수액바늘을 꽂았다. 수액이 몸속에 퍼졌을 것 같은데도 통증은 멎지않았고, 고통의 몸부림은 계속되었다. 엎드렸다가 누웠다가를 반복했다. 아주 잠시동안 잠이 들었지 싶었는 데 눈을 뜨니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야 살것 같았다. 남편도 “이제 좀 낫나?” “ 네..” 수액을 맞았으니 이제는 소변이 나오지 않겠나? 좀 있다가 소변 받아와라“ ”알았어요.“ ” 세상은 참으로 좋아졌제? 이시간에도 소변을 받아 검사도 해주니 말이야. 검사를 맡은 의사도 퇴근하지 않고 밤을 새운단 말 아니가?“ ”그렇겠죠. “ 다행히 소변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소견이 나왔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느냐고 의사에게 물으니 자세한건 다음날 정확한 검사를 한 후에야 알수 있다는 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옆에서 간호사가 거들었다. ”모르긴 해도 갑자기 장이 충격을 받았든가 봐요. 배 아래쪽이라면 산부인과 쪽인 데 내일 산부인과에 검사 한번 받아보세요.”
응급실을 나오는 나는 남편에게 코맹맹이소리를 하며 어리광을 부린다. “민규아빠, 나 좀 업어줘요.” 한숨을 돌린 남편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며 무슨 소리를 다 하냐며 무시하며 길을 재촉한다. 유황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아,통증없는 밝은 세상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