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관료주의와 탁상공론의 변증법

정순이 2003. 9. 2. 09:31
몇 년 전의 일이였는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아마 정육점을 시작한지 오래지 않아서 있었던 일인거 같다.

거진 매일 카드단말기 판매점에서 전화가 걸려왔었다. 날마다 걸려오는 그들의 구매요구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오늘은 '삼성'이라는 카드판매점에서, 이튿날은 'LG'판매점에서 날마다 전화를 거는 사람이 달라질만큼 그들은 많은 여직원을 확보하고 카드 단말기를 구입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전화로 강매를 하였다. "내가 단말기를 구입하지 않은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물어보아도 그말에 대해서는 묵묵부답 이다.
그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 우리 가게 전화번호를 알아내었는지 그것까지는 알고 싶지 않다.

하루에 몇 번씩이나 걸려오는 그들의 카드단말기 강매에 필요성을 못느꼈지만 구입할수 벆에 없었다.
“내가 가게하고 있는 재래시장에는 사람들 수준이 높지 않아서 단말기가
필요하지 않아요. 그리고 고객들이 단말기 비치하고 있느냐고 묻지도 않구요, 카드소지하고 오시는 분들도 없는걸요.
영세한 상인들이라는 생각을 해서인지...
그러니 단말기 구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요.“

거듭 말해보았지만 소귀에 경읽기였고, 막무가내로
다음날도 또 그다음날도 여지없이 그들은 전화로 구매할때는 자사제품을 구입해달라며 제품소개를 하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자영업자들의 세금포탈을 막고자 하는 정부의 시책이니 우리들이 무슨 힘이 있나요?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데로 힘없는 우리는 따라갈수 밖에요.“
여러 군데에서 번갈아가며 걸려오는 그들의 단말기 구매요구에 귀찮아진 우리부부는 무릎을 끓고
말았고, 정부의 탁상공론에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러나 정말 단말기를 사용하는 건 가뭄에 콩나듯 한다.자기앞 수표를 가지고 물건을 구입하러 와서 두어번 부도수표가 아닌지 확인차 사용했을뿐 두꺼운 투명비닐을 덮어쓴채 얌전하게 한쪽 귀퉁이에
잠자고 있다. 그런 날들의 연속이니 먼지를 닦아주는게 보통 성가신게 아니라 아예 보자기로 싸서 냉장고위에 올려두었다. 아무래도 더 쓰일 일이
없을듯해서이다.

정부에서 하는일에는 하위직 공무원들은 따를 수밖에 없음을 안다. 그러나 정말
사용하지 않고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는 단말기라는걸 고위공무원들인 그들은 알고나 있을까!
그런 일이 있고 난 지금은 사문화되다시피 해버린 단말기 구입..정말 탁상공론의
피해는 우리같은 영세업자들만 골탕먹이는 일이 아닌가!
가게를 하면서 고객들의 카드소지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필요성을 느끼면 정부에서 구입하라는 요구가 없어도 자신의 사업을 위해서 구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