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시아버님의 기일

정순이 2003. 8. 24. 17:28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치러지는 시아버님의 기일이 돌아오지만 결혼을
하고 세 번이나 시아버님의 기일을 잊어버린거 같다. 그때마다 절묘하게 위기를 모면하곤
했었는데 그 이유로는 추석 한가위 보름전이라 날짜를 기억해두지
않아도 제수용품을 준비하기위해 시장에 들리는 큰 동서의 손에 들려진
양만 보아도 '시아버님 기일이구나' 라는 미루어 짐작으로 시아버님의 기일을 잊는
실수를 아슬아슬하게 넘겨 모면하곤 했었다. 실수도 거듭 반복을 하면
그 실체가 드러난다고 했던가~
그런 어제였다. 시아버님의 기일이 다가오는걸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나는 어제 큰 동서의 방문을 받고 손에 들려진 콩나물양이 많아
의아한 듯 물어보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간다'
는 문구가 있다.가만히 있었으면 눈치로 알아차렸을 시아버님 기일을
큰동서의 방문이 반갑다는 말을 그렇게 인사로 대신 한데서 드러나고 말았다.

"형님~! 뭐하러 콩나물을 이렇게 많이 샀어요?"
"@@@뭐야!몰라서 물어!?"
하는 대답이 일초의 여유도 주지않고 돌아왔다.
"아뿔싸....^^"
큰동서는 말은 않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그런생각을 했을 것이다.
'한 집안의 며느리가 시아버님의 기일을 잊고 있었다니..' 서운한
생각으로 혀를 끌끌 찼을 것이다. 그러나 큰동서의 넉넉한 품성으로
능히 이해하고 넘어가리라!

아주 오래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기억을 하나 들추어내자면 그런적이 있었다.
네명의 며느리들이 모여 음식장만에 여념이 없을 때 도착해야할 셋째동서가
오지 않았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려도 시계의 시침만 찰칵 거리며 움직일뿐
셋째 동서의 모습은 나타날 생각을 않고 있었다. 기다리다 못한 큰
동서는 셋째 동서에게 전화를 하기에 이르렀고, 전화를 받은 셋째동서는
정말 잊고 있었는지 큰동서의 걱정스런 소리가 들렸다. 큰동서의
목소리의 톤과 내용만 대충 들어도 미루어 짐작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당시 나는 적이 놀랐다. 일전에 나도 그런 기억이 내가슴 저류에서 비집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명절하루전 음식장만에는 나는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시댁에서 치르는 제수음식만드는일에 참여를 안하고 있지만 기제사에는 참석을 해서 그때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는 가게를 하고 있다는 프리미엄으로 동서들의 마음넓음에 내가 덕을 보고 있다 다름이
아니라
"니가 없어도 우리끼리 음식장만할수 있다'는 동서들의 말과, 시어머님의
따뜻한 보살핌이 있어 해마다 음식준비에는 참석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제사때는 한가한 날이라 시댁에 들러 얼굴이라도 내밀고 인사치례라도
하곤 했다. 그런 어제는 참석을 하지 않아 시어머님의 걱정을 들었다.

"아범이 가게를 보라하고 잠시 와서 음식장만하는데 거들지 않고..."
시어머님의 말씀을 듣고서 순간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를 위해 둘째 동서는 나를 감싸고 든다.
"우리 끼리도 다 할수 있는걸요."
"그래도 그렇지 음식하는데 거들진 않아도 얼굴은 내비쳐야 하지 않겠나"
따끔한 한마디에 할말을 잊고 말았다. 우리가게에 들리는 시어머니의 입장에서
말씀들을 하시면 "어떻게 며느리가 그럴수가 있느냐"며 공감대를 형성하며
공분을 하며 장단을 맞추곤 했었는데 말이다.

에필로그:易地思之의 사자성어를 깨닫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산다니 실수의 연속성속에 내가
裸木으로 서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