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tory

소리없는 아우성

정순이 2003. 8. 6. 22:07

벌써 일주일 째 아들이 운동화 좀 씻어주지 않는냐고
볼멘소리로 부탁을 했다.
듣는 그 순간은 아들한테 그러마고 대답은 잘했었는데...
엊그제는 드디어 운동화 신을 일이 있다면서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현관앞에 얌전히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운동화가
두켤레 밀려 있는데도 아직 씻지도 않은체 어제는 다시
운동화를 한 켤레 샀다.
컴앞에 앉았다하면 아들이 밥달라하는 소리를 세 번은 기본적으로
들어야하고 거듭되는 아들의 채근에 마지못해 행동에 옮기는
나를 보고 아들은 여지없이 '우리 엄마 맞나' 는 수식어 붙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지금은 훌쩍 커버린 아들이 이제는 모자간 이기보다 친구같은
듬직함으로 다가올때가 있다. 때로는 비염의 목소리로 나긋나긋하게
다가가 아들의 뭉뚱해 있는 심기를 달래주곤 한다.
'좀있으면 아버지 오실 시간인데 그때 까지는 니가 밥먹는 시간을
연장하면 되지 않겠나." 황금같은 두시간이 내게 주어진 유일한
자유시간인데 아들의 방해(?)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좀은 서운하지만
일어선다.(남들의이해를 돕기위해..남편은 퇴근하면 컴앞에 앉아
있는걸 꺼려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들이 어떤때는 내게 충고도 잊지 않는다.
"어머니 절대 남자를 만나거나 사귈 생각은 마세요."
그소리에 뜨끔해진 나는 아들을 통해 나 자신을 뒤돌아 봐지고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갖게 하는 우리 아들...나의 소중한 결실이 아닌가.

아들은 옷을 벗기 전에도 바지 옆 박음질 부분이 튿어져서 기워야
한다는 말을 몇번이나 거듭했다.
세탁기에 넣을 때 까지만 해도 내 기억은 남아 있었고 빨래를 개켜
다림질 할 때 까지는 그 기억력은 살아 있다.
그러나 다림질이 끝이나고 나면 잊어버리기 일쑤이니...
나 치매 조기증상인가...이럴때는 우째야 하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