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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길들이기(?)...

정순이 2005. 8. 16. 11:55
 

 

고령화 사회로 들어서면서, 젊은 여성, 아내들의 목소리가 크지고 있다. 세태가 그러니 노인들의 입지는 줄어들고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아지게 된다. 메인 스트림이 젊은 여성들 쪽으로 기울기의 추가 옮겨지니 시어머니라고해서 며느리의 행동이 못마땅해 목소리라도  높였다간 고려장 당하기 십상이다. 며칠 전 TV 어느 프로그램에서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손자가 다쳤다는 이유로 며느리로부터 시어머니가 뺨을 맞는 화면이 방송 된적이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감히(?)시어머니라고해서 목소리를 높였다간 무슨일을 당할지 알수 예측할 수가 없다.

 

어제, 제수용 식재료를 사기 위해 가게에 들렀던 그 젊은 여성은 시어머니를 교육시키듯 하고 있다. 큰 며느리인데도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명절 때 시댁이 있는 시골에 가지 않는단다. “명절에도 가지 않는다구요? 어떻게 시댁에를 가지 않을수 있어요?” 그녀의 당돌한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 내게 대수롭지 않은 듯 “길을 들여야죠. 둘째 동서나 세 째 동서는 시어머님을 자주 찾아 뵙는걸요. 그렇게 잘해주게되니까 시어머니의 요구가 끝이 없나보더라구요.”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명절인데도 시댁에 찾아가질 않누’ 나이가 젊은 여성이라면 그나마 이해의 폭을 좀 넓히겠구만, 우리 세대라면 자신도 시어머니 입장에 설 날이 멀지 않았다는데서 느껴지는 동병상련도 있을 듯한데, 40대 중반에 있는 그녀가 그러는 행동을 보인다는 건 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나 역시 시댁에 가는 걸 썩 달가워하진 않지만, 며느리로서의 의무감이라는 생각에 무게중심이 기울어져 있다.


그녀는 목에 입을 주고 입을 뾰족거리며 “엊그제 시댁이 있는 시골에 다녀왔어요. ” 남편 휴가였던가보죠?“ ”네,“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쌀통에 쌀도 떨어졌구.  해서 시어머님이 도정 해놓은 쌀이나 좀 가져올까, 며느리의 도(아이러니컬 하지만)를 다해야겠다는 생각에 시골에 갔지 머에요. 시골 근처에서 시어머님께 전화를 드렸어요. 머 필요한 거 있으면 사갖고 갈려구요. 시댁이 있는 곳은 외곽 쪽이라 불편한 점이 많을꺼에요. 해서 필요한 게 없느냐고 물었드니 목소리가 심드렁하드라구요. 시댁에 찾아오지 않는 맏며느리가 못마땅 했을 꺼에요. 그래서 근처에 와있다고 말했죠. 그랬드니 목소리가 밝아지면서 ”아무것도 필요없으니 얼른 집으로 오라는 거있죠? 그렇게 좋으신가봐요.“ ”그걸 안다면 가끔 시골에 갔다오지 그래요?.“ 라는 내 말에 ”아무리 시부모라고해도 너무 잘해주면 안되요. 잘해주기 시작하면 끝이 없더라구요. 내가 결혼하고 난 후 딱 두 번 갔었어요.“그녀의 말에 아이가 몇 학년 인지 머리를 굴렸다.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이니까 대충 셈해도 11년이 된다. 11년 이라는 긴 세월동안 딱 두 번만 시댁에 갔다왔다니... 그 생각에 이르자 말문이 막혔지만 표정관리 하기에 숨가빳다.

 

마침 가게에 들렀던 분이 자신도 맏이라며 일년에 열 몇 번은 제사를 지낸다며 맏이의 고통은 누구보다 잘 안다며 “누구 제산데요?"라는 질문에 ”달력에 표시는 해두었는 데 누구 제산지는 모르겠어요.“ ”@@@“누구의 제사인지 물었던 그분은 말문이 막혔지만, 차분한 음색으로 ”누구의 제사라는 건 알고 있어야죠.:그말을 남기고 총총히 사라지고 난 후 “시어머님께 물어보세요. 창피 한 건 순간이지만, 앞으로 자식들이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 꺼에요?” 수긍이 가는 지 무언의 눈빛을 보냈다.

 

"같은 아파트 아래층에 나와 나이가 비슷한 사람이 살고 있어요. 토요휴무제인 주 5일근무를 실시하면서 시간이 많아진 그사람은 토요일만 되면 시댁에 가야하나봐요.그러니 자기 시간이 어딨겠어요? 매일 시댁에 전화하지 않으면 시어머니의 불호령이 떨어지고, 한달에 생활비로 30만원을 드리지만 어쩌다 날짜라도 지나치면  전화가 와서 난리를 치나봐요. 집도 좀 꾸미고 싶어도 시어머니가 역정을 내나보더라구요. " "아니 집을 꾸미는 데 왜 시어머니 눈치를 봐야 한데요?" "그 아파트를 시어머니가 장만 해주셨나보더라구요. 언젠가 자신(시어머니)이 맏이하고 같이 살꺼라는 생각에 꾸미지 말라고 한 모양이에요. 지난 달에는 남편 직장을 다른데로 옮기면서 월급을 받는 공백이 생겼데요. 해서 이번달에는 시어머니 용돈을 못 드리게 되었다고 전화를 드렸드니 금세 심드렁 해진다지 머에요. 마침 그 다음달에는 상여금이 나와 두달치 용돈을 드렸다고 하더군요."

 

그런걸 보면 자신은 시어머니 길들이기에 성공한 사람이지 않느냐는  듯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