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지는 젠틀맨들..^^
언제 만나도 부담없는 친구들이다. 인원이 많다면 각기 의견이 분분해 친목회라는 모임형식이 자칫 흐트려지기
쉬우나 4쌍의 커플들이라 단촐하기도 해 시쳇말로 코드가 잘 맞다.
다른 친목회 모임도 있지만, 동부인해서 만나는 모임은
유일하다. 광안리 바닷가 부근에서 1차를 끝내고 헤어지기 아쉬워하던 일행중 한 회원이 자신이 2차를 책임지겠다며 따라나서길 강요했다.
모임이 있을 때 가끔 2차로 들리는 곳인데 아주 괜찮은 곳이라며 손목을 잡아끌었다. 바깥 구경을 할 기회가 많지 않는 나는 모임이 끝나고나면
광안대교를 한번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잘되었다 싶었다. 그런 엊그제 "민규아빠, 우리 모임이 끝나고나면, 둘이서
바닷가 바람이나 쐬고 와요." "비가 온다했는 데 어딜 간단말이고?" 남편의 핀잔을 들으며 입을 삐죽였다. "비가 오면 더
운치있을 것 같지않아요? 바닷물에 떨어지는 물보라를 봐도 괜찮을테고...." "나는 비가 오면 안갈끼다. 비맞으며 다녀바라, 그게
무슨 청승이고. "
"그럼 나혼자 홀가분하게 걷다오죠 머..." 그만큼 요즘들어 막힌공간에서의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모임장소가 광안리 바닷가가 아니였다면, 혼자라도 바닷가 구경을 한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다행히 모임이 있어 억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반기를 드는 일 없이 가게만 지키고 있는 아내의 기분은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것일까? 그런 생각조차 갖고 있다는 게 이햊해되지않을까? 왜 반영 할 생각조차 않는단 말인가? ' 라는 생각이 들자, 남편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아무리 바깥 세상으로 통하는 통로가 막혀있다고해도 보는 눈까지 청맹과니는 아니라는 것쯤은 알텐데, 생각까지 없는건 아닌데도 귀를 기울일 생각조차 않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남자몸속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은 남자다움만 강요하는 호르몬인가!?
그런 생각이 인프라 되어있는 데 친구분이 2차를 가자고 했으니 흔쾌히 동의할 수밖에...여행사를 하는 한 커플은 선약이 있다며 먼저 가야한다기에 서운했지만, 우리들끼리라도 즐기고 싶었다. 밖으로 나온 우리일행은 부슬부슬 내리는 비도 아랑곳하지않고 여자들팀과 남자팀으로 나눠 만날 장소를 정한 다음 택시에 몸을 실었다. 우리일행을 내려주고 난 택시는 다음 고객을 태울요량으로 휑하니 꽁지를 내뺀다. 노면에 발을 내딛으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니 온통 밤문화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흥청거렸다. 늦은 시각인데도 불구하고, 유흥가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이골목에서는 카페가 밀집해 있었고, 다시 골목을 돌아서니 이번에는 갖가지 음식들이 냄새를 풍기며 후각을 자극했다. 몇 골목을 돌아서 큰 건물앞에 선 한 회원이 "다왔어" 라며 성큼성큼 앞서간다. 엘리베이트를 타고 8층으로 올라가니 문앞에서 몇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깍듯이 고개를 숙인다. "어서오십시요." 그들이 안내하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니 이미 많은 사람들로 인해 비어있는 좌석이 없었고, 손에는 각기 형광물질이 든 막대기를 흔들며 리듬에 맞춰 흔들고 있었다. 우리일행은 창가쪽에 안내되었다. 세라복을 입은 아주 앳되보이는 아가씨가 주문을 받기 위해 "주문하세요." "우선 맥주 6병하고, 과일안주 좀 갖다줘요." "여기는 VIP석이라 기본으로 맥주 열병하고, 과일안주와 마른안주를 주문해야합니다."
우리들이 VIP석으로 달라고 요구한 것도 아닌 데 비어있는 자리가 없다보니 안내된게 아닌가. 몇마디의 실랑이가 오고간 뒤 일행중에서 '돈병철' 이라고 소문난 회원한 사람이 "00양주는 얼마에요?" "13만 5천원입니다." "그럼 그거 한병하고, 음료수 하고 맥주 좀 갖다줘요."이름은 '오병철' 이지만, 부모재산이 많고, 돈 쓰는 매너가 좋아 그렇게 불려지곤 했다.
무대에서는 어느가수가 차분한 목소리로 반주에 맞춰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다시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자, 앉아있던
사람들이 너도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리듬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흔들어댔다. 춤출수 있는 스테이지가 만들어지지 않아 아쉽긴 했지만, 그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현란한 몸동작으로 주위의 시선을 끌었고, 가수는 모든 사람이 같이 동참할 것을 요구하며 춤사위를 이끌어낸다. "오늘
여기 오신 여러분 중에 생일이라든가, 불륜의 날이 백일이 되었다든가 하는분 은 제게 말씀해주세요. 축하노래를 불러드릴께요~" '불륜의 날이
백일째라면 축하노래 받을 일인가?' 그말을 듣는 순간 가벼운 조크로 받아들였지만, '세태의 메인스트림이 그러나' 라는 생각이 들자 마른웃음이
나왔다. 일행중 웃음제조기 맨인 한사람이 일어서서 분위기에 편승하자, 옆에 있던 다른회원도 일어서 춤사위에 동참하며 축제의 밤은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