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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자식의 비빌언덕이어야만 하는가!

정순이 2005. 6. 12. 13:11


사례1
양손에 든 쇼핑백이 힘에 부친 듯 힘겹게 가게안으로 들어오는 그분의 시선을 잡으며 "그저께 제삿날인 줄 알았드니 아니였나보네요." "내일이에요." "오늘은 왜 혼자세요? 며느리는 어떡하구요?" 그저께 며느리와 같이 시장을 보러온걸 기억하고 한말이란 걸 느꼈을 것이다. 3~4 년 전 맏아들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부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분가를 시켰다는 말도 들었다. 다행히 착한 맏아들이라 자신이 벌었던 돈과 부모가 약간의 돈을 보태 아파트를 한채 구입해 입주를 했다는 대견스러운 말도 들었다.

 

일주일에 한번 주말이면 한번도 거르지 않고 아들은 며느리와  본가에 들린다는 말을 들을때마다 자식이 참 착하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은 부모를 찾는경우가 많이 희박해졌다는 말을 익히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요즘은 시장을 올때마다 며느리와 같이  다니는 것이 아닌가. 본인이 말하기 전에 궁금증을 해갈하기에는 무안해 질지도 모른다는 지레짐작에 의문부호에 현재진행형의 당의정을 입혀놓고 강태공이 월척을 기다리듯이 기다렸다. 그런 엊그제 제사가 있다며 제수용음식을 사러 시장에 들렀을 때  며느리와의 동행이었다. 자그마한 얼굴에 착해보이는 모습이 '참한 며느리를 봤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뿐며느리라 무거운 것 들리기조차 아까웠는지 가벼운 가방만 들고 집으로 가는 걸 보았다. 그러나 어제는 자신의 체격에 무리가 갈 정도로 많은 양을 혼자서 낑낑거리는 그녀의 모습이 안쓰러웠고, 속이 상했다. 정작 손길이 필요할 때는 며느리가 보이지 않은게 아닌가.

 

"아니, 며느리는 어떡하구 무거운 걸 혼자들고 다니세요?" "얘 봐야죠." "그래요? 얘기가 있었군요. 그럼 그저께는요? " "그저께는 마침 아들이 집에 있어서 봐주었죠." "네....며느리 배가 불러보이는 것 같아 인제 임신한 줄 알았어요." "...." "아마 우주복을 입고 있어서 그렇게 보였나보네..." 멋쩍은 나머지 그렇게 변명을 둘러댔다. 연전 쯤이였든가, 그녀는 푸념처럼 "며느리에게 아직 아기소식이 없다" 는 말이 상기되었고 그생각에 여세를 몰아 그렇게 말을 했든 것이다. "벌써 3개월째인걸요." "그래요? 벌써 그렇게 되었나보네요. 그러고 보니 결혼한지도 몇 년 되었죠?" "벌써 5년 째인걸요."  "네........" "요즘은 아들내외가 우리집에 들어와 있어요." "좋죠 머, 같이 살면 제반적인 경비도 절감될터이구요."

 

"그래서 집에 들어온 건 아니에요. 하루는 아들이 집에 와서 아버지께 그러는거 있죠.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전세를 놓고 세입자한테 받은 돈으로 자그마한 장사를 해보겠다면서 세들어 있는 사람들을 내보내고 그 방에 자신이 들어와 살겠다는거 있죠. 다들 깜짝 놀랬죠. 내아들이라 그런게 아니라, 아주 착실했거든요. 회사생활도 원만하게 잘했구요. 직장도 꽤 괜찮은곳이었는 데 느닷없이 자영업을 하겠다는 폭탄 선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죠." " 막상 아들이 사업을 시작할려니 주변에서 경기가 너무 안좋다는 말들을  많이 하더라구요. 정말 걱정이에요." "그러게요. 우리가 피부로 느껴지는 체감경기가 바닥을 헤맨다는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만큼 심각해요" "손해를 봐도 해보고 싶다는 데 어떡하겠어요?" "나름데로 생각이 있겠죠." "남편은 기왕 마음먹은 거 몫이 좋은 데 얻어라고 아들의 용기에 힘을 어시스트하긴하지만, 왜 남편인들 걱정이 되지 않겠어요." "그러게요..." "아랫층에 세를 들고 있었던 사람을 내보내고, 아들내외가 그방을 차지했어요. 그러니 며느리가 시집올 때 해갖고 온 모든 가전제품들을 다 어떡하겠어요? 여기저기 쌓아두고 있으니 마치 전쟁터를 피해 다니는 난민같지 머에요.^^

 

사례2
같은 아파트에 사는 그녀는 몇 년간 단골로 오지만, 아직 한번도 자식에 대해서는 말을 않고 있었다. 대저 남편 흉은 보기 쉬워도 자식 흉은 보기 어렵다. 자식흉은 곧 자신 허물의 유산이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고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그녀를 알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자신의 팍팍한 삶이야기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 그런 엊그제 답답해서 못견디겠든지 자신의 손으로 가슴을 치는 게 아닌가. " 왜 얹혔어요?" "얹힌거 같이 가슴이 답답해서요." "왜요? 무슨일이라도 있어요?" 말을 않는다. 한동안 심호흡을 가다듬드니 기운없는 목소리로  "딸때문에요..." "큰 아들이 객지에 나가있다는 말은 들은거 같은 데, 딸은요? "

 

"지금도 딸하고 한바탕 하고 나왔어요. 아무하는일 없이 집에만 박혀있거든요. 딸래미를 보고 있으면 내 가슴이 답답해서 미칠지경이에요." " 친구들 만나러도 밖에 나다니지 않나보죠?" "처음에는 친구도 만나러 다니곤 했죠. 그런데 하루이틀, 한달 두달 일년 이년 지나다보니 친구들도 만나기 싫은가봐요. 그냥 집에만 있어요." "하긴 요즘 취직하기도 힘이든다니 그런가보죠?"

 

"처음에는 우리나라 굴지 그룹인 대기업에 취직을 했죠. 한달동안 잘 지내다가 하루는 집에 왔더라구요. 일을하면서 자신의 몸에 부쳤는지 현기증이 일어 몇번 쓰러진적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요즘같이 사람구하기가 쉬운 데 쓰러지곤 하는 사람을 계속 고용하고 싶어하겠어요. 그러니 "집에가서  몸조리 하고  다시 오란다" 고 했다지만 그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다 알죠. 그때부터 딸은 바깥생활을 몰라요. 늘상 집에만 박혀 지내죠. 그런데 놀고먹어면서도 부모한테 미안한 마음은 전혀 가지지 않고 무슨 짜증을 그렇게 많이 내는 지,  자식이 아니라, 원수예요, 원수....."

 

그래, '소도 언덕이 있어야 한다' 언덕이 있어야 소도 가려운 곳을 비비거나 언덕을 디뎌 볼 수 있다는 뜻으로, 누구나 의지할 곳이 있어야 무슨 일을 시작하거나 이룰 수가 있다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그맥을 같이하여, 더 멀리 더 높이 뛰기 위해  부모를 비빌언덕으로 여겨 워밍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유권해석을 내리면 위안이 될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