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찾아라!!
5월의 온산이 이팝나무 꽃과 상수리 나무 꽃으로 뒤덮여있다. 하얀 자태를 드러내며 지나가는 등산객의 시선을 잡아끄는 그들에게
오랫동안 눈길을 떼지 못하고 가던 발길을 멈추고 그들과 눈짓으로 교감을 주고받았다. 아침 산책길에 잠시 만나는 봄의
향연이지만, 그 푸르름만 보고 있어도 온 마음은 봄속에 뛰어든 듯 상쾌한 아침을 맞곤한다. 봄! 여자의 계절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봄을
만끽하지 못하는 현실속에 갇혀있다. 나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특명이 떨어졌다. 하수구에 빠져버린 시계를 찾기 위한 테스크포스크팀 구성이 짜여졌다. 행동강령이 하달되었다.바위같이 무거운 돌을 들어올려야 하는 장정이 서너 명이 필요했고, 오수도 마다하지 않고 하수구 깊숙히 손을 넣어 시계를 찾을때까지 지하수 저변을 쌓쌓이 뒤져야하니 심장이 아주 강한 사람이 필요했다. 대충 구성원이 짜여졌지만, 다들 처해진 상황에 노출 되었다는 사실이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
"점심시간인가보죠?" "응 밥먹을려구. 점심은 먹은거야?" "방금 먹었어요." 나보다 몇 살 연배라 말을 놓는 데 굳이 테클을 걸지 않는 건 말을 놓음으로써 말을 놓는 상대와 사이가 더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하는 나의 지론이 도킹했기 때문이다. 물론 말을 놓지 않는 분도 있다. 실지 그분들은 나보다 몇 살 연배라는 이유로 소소하게 많은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지만 그분들은 시골에서 자란 분들이라 아주 정이 많다. 제사를 지냈거나 무슨 행사라도 끝나고나면 꼭 음식을 크다란 함지박에 이고 와서 이웃들과 같이 나누어 먹곤한다. 그런 아주머니가 점심을 먹기 위해 손을 씻고 있었다. 가게하는 몇 명이 어울려 점심때마다 밥을 해먹는다.
식당에서 밥을 사먹는 것도 한끼 두끼고 한 달 두 달이지 너무 오랫동안 먹는 매식도 질렸는 지 구성원 몇 명이서 돌아가며 밥을 짓는 서정적인 풍경이 점심때만 되면 연출되곤 했다. 옆에서 보니 맛있어 보이는 지 멀리서 가게하는 사람도 먼거리까지 원정을 와서 합류를 한 모습도 보인다. 손을 씻던 그녀가 갑자기 얼굴이 노래지며 소리쳤다. "시계가 하수구에 빠져버렸어. 어떡하지? " 그녀가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는 18k로 만든 금시계였다. 한때 금시계가 유행했을 때 그녀도 하나 맞췄다는 말을 익히 들어온 터라 김시세를 생각하니 나 역시 황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어쩌다가요?" 어쩌다 시계를 하수구에 빠졌는지 그녀가 우매해보이기까지 하는 게 아닌가. "글세, 손을 씻는 데 손목에서 머가 툭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손목을 보니 시계가 보이지 않는거야. 안그래도 시계끈이 느슨해 00금방에서 나오면 시계를 맡길려 생각했었는 데..."
잠시 손씻는 동안 시계가 하수구에 빠져버려 자신도 황당했는지 했든지 안절부절이다. 조그만 틈새가 보이는 하수구 돌 옆으로 손을 뻗어보지만, 하수구 틈새보다 굵은 팔뚝이 들어갈리 만무라 포기하고, 이번에는 셔터를 내리는 기다란 대롱을 갖고 와서 하수구 아래로 넣어보지만, 셔터 고리에 다렬올라 오는 건 쓸모없는 것들 뿐이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든지 휴대폰의 폴드를 열고 남편에게 sos를 타전했다. 얼마있지 않아 '정' 이라는 공구를 들고 나타난 그녀의 남편은 틈새로 정을 집어넣고 하수구 뚜껑을 들어올려보려하지만, 힘으로나 기구로는 도저히 무리인 듯 햇다. 여러 가지 공구들이 공수되었지만, 무거운 하수구 뚜껑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모여들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멀리까지 들렸는 지 식당하는 어느 남자분도 합류를 했다. 몇 몇 이서 들리지 않는 하수구 뚜껑을 낑낑거리고 있으니 안타까웠는 지 그들을 물리치고 자신이 정을 들었다. '어여차' 라는 신호와 함께 꿈쩍도 않던 하수구 뚜껑이 들어올려졌다.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시계를 잊어버린 그녀의 남편 되는 분이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벌려져 있는 하수구 틈사리로 굵은 손을 넣었다. 하나 둘...프라스틱 접시를 비롯해 가위, 티스푼...여러 가지들이 셔터내리는 갈고리에 매달려올라왔지만, 아주 오랜 시간동안 하수구 바닥을 훑었지만 시계는 달려 올라오지 않았다. 자신의 실수로 남편을 동원시켜 고생시키는게 마냥 미안한 마음이였는지 " 아이고, 바보같이 시계를 다 빠뜨리지않나...."
라며 자신을 힐책하며 더러운 하수구 속으로 손을 밀어넣은 채 고달프다는 표정하나 없이 자신을 도와주는 남편의 마음을
위로하려 말을 했다. ^^그런말이 오가는 사이 갑자기 그녀가 소리쳤다. 나왔어요. 나왔어. 그렇게도 찾아도 달려올라오지 않아 혹시 떠내려갔나
했드니 이 접시속에 있었네. 그러니 셔터고리에 걸려올라오지 않았고, 손가락 끝에 느껴지는 감각조차 없었나보네."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하수구
안이라 물살이 없으니 무거운 시계가 바닥으로 가라 앉았을테니 떠내려갈리 만무라며 시간과 냄새를 맡아야하는 역겨움이 동반되겠지만, 찾지 못할
꺼라는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나 제법 많은 시간동안 찾아도 보이지 않는 시계를 포기까지 해야하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힘들여 장사하는 처지에 거금 60만원을 투자한 시계라 아까운 마음이 더 큰자리를 차지했을테다. 찾았다는 소리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사람들이 다시 모여 웅성거렸다. "오늘 냉커피 한잔 사야겠네~""냉커피 가지고 되겠어~?" 다들 한마디씩 거들었다. 시계를 하수구에 빠뜨린 사람도 응대를 한다." 까짓껏 커피가 문제겠어?" 잠시동안 잃어버린 시계가 다시 제자리로 오는 데 걸린 시간은 길고 지루했지만 왠지 횡재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 시계를 건져내고 기분이 좋아진 그녀와 그녀 남편은 하수구 바닥에 석회처럼 단단히 굳어져버린 덩어리를 세포대나 건져올렸다. 그분은 인상하나 찡그리지 않고 그많은 기름덩이들을 손으로 건져올렸다. 그건 돼지 수육을 하고 난 후 물을 버리면 찬 공기와 맞닿으면서 굳어진 기름덩어리 들이였다.
옆에서 재활용비닐과 버리는 수고까지 해주면서 그들은 친절을 배풀었다. "커피는 니가 사야되겠다." "한잔 사죠머~" 그래도
기분은 좋다. 아침에 출근을 해보니 가게앞이 깨끗이 청소되어있었다. " 말도 마라. 어제 민규엄마 퇴근하고 난 후 그 무거운 포대를 치우느라
세사람이 얼마나 고생을 했는 지 몰라." "가져가긴 다 가져갔나보네요." "그러게 돈을 좀 줘야한다는 말이 오가기까지 했었는 데 말끔하게 그냥
가져간 것이다. 이렇게 기분이 상쾌할 수가.....하수구를 온통 기름덩이로 뭉쳐있어 물이 잘 빠져내려가지 않을 것 같이 보였는 데 그 많은
기름덩어리들을 말끔하게 해치웠으니 기분이 날아갈 듯 했다.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