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이 2005. 4. 29. 11:46


며칠 전부터 가슴 밑에 통증이 느껴진다. 숨을 들이 쉴때나 내 쉴 때 찌르는 듯 한 통증이 며칠이 지났는데도 멎지를 않았다. 어디에 부딪친 기억도 전혀 나지 않는다. 혹시 어디 부딪쳤을수도 있다싶어 파스를 붙여보기도 했으나 좀체로 통증이 멎질 않았다. 기분이 영 개운치가 않은 게 신경이 온통 통증 부위에만 쓰였다. 하루, 이틀 사흘....안되겠다 싶어 가까운 내과병원에 들렀다. 항상 시원스런 성격에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남자의사는 "오늘은 뭐 때문에 오셨어요~?" 인제 겨우 두 번 째 방문이건만 나를 기억하고 있는 듯 나의 방문을 궁금해 했다. "여기가 아파서요." 손으로 통증부위를 가르키며 정말 아픈 사람처럼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세요? 한 3일치 약을 지어드려볼테니까 드셔보세요. 이약 드시면 금새 나을 겁니다." 늘 고객을 그렇게 대하듯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은 듯 걱정하는 나를 안심시킨다. 의사들은 대저 그렇듯이 위약효과의 순기능을 역설하며 환자를 대할 것이라는 생각에 나역시 금새라도 다 나을 듯 기분이 홀가분해짐을 느꼈다.

 

 '진작 올것인데...' 라는 생각과 함께 홀가분한 마음으로 병원문을 나섰다. 3일치 분 약을 먹으면 나을 것이라는 말과는 달리 통증이 멎질 않았다. 다시 병원에 들렀다. 은근히 짜증이 나는 게 아닌가. "3일치 약을 먹었는 데도 통증이 멎질 않아요." "그래요? 어디 부딪쳤거나 해도 통증이 오래가는 수가 있거든요. 그러니 다시 3일치 분을 지어드려볼테니까 드셔보세요." "3일치 분 약을 먹어도 통증이 멎질 않으면요?" "그래도 낫지 않으면 CT 촬영을 해보셔야합니다" 순간 현기증이 일었다. '어디가 탈이 난거지?' '왜 약을 먹어도 통증이 가라앉질 않지? 혹시 큰병은 아닐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일어났다. "이부위에 무슨 장기가 있어요?" "늑막 부위입니다" 다시 한번 현기증이 일었다. 무엇보다 가족병력이 자신의 병에 대입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23년 전에 돌아가신 친정 큰오빠 얼굴이 중첩되어왔다. 그랬다. 대궐같은 집을 지어놓고 2년동안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시선을 받았다. 어느날 어디 외출을 했다 집으로 돌아와보니 큰오빠는 방에서 옆으로 누운 채 통증을 호소하고 계셨다. 통증이 심해 허리조차 피지를 못할만큼 통증이 심한 듯 보였다.

 

 옆에서 두사람이 큰오빠의 팔을 깍지끼고 가까스로 몸을 추스리고 병원문을 두드렸다. 진단결과는 '맹장염' 이라고 했다. 흔히 맹장염이라고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충수염이 바른 말이다. 며칠 입원해 수술만 하면 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던 생각인지 큰오빠는 그렇게 입원을 하고 나서부터 좀체로 나을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수술이 잘 되었다며 퇴원을 했지만, 통증이 멎질 않은 듯했고, 다시 큰 병원으로 입원수속을 밟았다. 그 병원에서는 "늑막염" 이라는 진단과 함께 왜 이렇도록 방치를 했냐며 보호자로 따라간 올케 언니를 나무랬단다. 그때 처음 늑막염에 대해 들었다. 그 당시만 해도 잘 들어보지 않았던 생소한 병명이였으니....그렇게 입원한 큰오빠는 며칠에 한번 씩 늑막에 고여있는 물을 빼냈다. 물배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오빠의 심적 고통과 육체적인 고통이 겹쳤는지 좀체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큰오빠의 입원은 부산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다시 부산으로...피폐해진 심신을 쉬게하고 싶어 종교에 의탁하기로 했다. 아직까지 그 포교원이 그 자리에 있는 지 모르겠다.

 

 한때 영상매체가 떠들썩 할 정도로 그 포교원의 비리가 심하다며 연일 영상매체를 달구곤 했다. 경찰들은 포교원의 비리를 낯낯이 캐낼꺼라며 의지를 불태우는 것 같드니 얼마있지않아 수사는 흐지부지 되는 듯했다. 큰오빠는 종교에 귀의하고부터 마음이 한결 평안해보였고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는 듯했다. 가끔 큰오빠를 찾아갈때마다 손에는 항상 책이 들려있었고, 책을 보면서 자신의 처해진 상황을 다스리는 듯했다. 그렇게 몇 년을 투병하시다 홀연히 하늘나라로 가셨으니 그 애닮음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는 레토릭이 있지만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시니 그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새삼스럽게 큰오빠 얼굴이 밀려온다.

 

 그 의사가 지어준 3일치 약을 먹어도 정말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나의 불안감은 극도에 달했다. 7일주일 째 되는 날 같은 동네에 있는 종합병원엘 들렀다.  담당의사는 날 올려다보며 문진을 계속 했다. 조금 머뭇거리는가 싶드니  "혹시 담배 피우세요? " "아뇨. 제가 피우는 건 아니지만, 남편이 많이 피우긴해요." "얼마나요?" "하루에 세갑정도..." "그렇게 많이 피워요? 하루에 세갑정도라면 옆에 있는 사람도 간접흡연으로 한갑정도는 피우는 셈이죠." 가끔 영상매체를 통해 간접흡연에 대해 듣기는 했지만, 3분의 1 정도로 흡연하는 양이 된다는 사실까지는 몰랐다. 그 순간 남편이 원망스러워지는 마음이 불현 듯 들었다. 한 달 여 전 큰방문을 밀고 들어서는 순간 담배냄새가 거슬린다고 느꼈을 때 그때부터 내 병은 진행이 되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엑스레이를 찍어보자며 재촉했고, 촬영을 했다. 엑스레이상으로는 이상이 없는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검진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담당의사의 눈빛만 유심히 살폈고, 조금 전 촬영한 X-ray 필름을 불빛이 새어나오는 뷰박스안에 꽂았다. 유심히 들여다보던 담당의사는 필름상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에 노랗게 변했던 얼굴이 비로소 안심이 된 듯 화색이 돌아왔다. 그러나 약을 복용을 해도 통증은 좀체 가라앉지 않았다. "정확도는 어느정도에요?" "80%됩니다." " 더 정확하게 알려면요?" 나의 질문에 담당의사는 빤히 올려다보면서 "CT죠." "비용이 얼마나 드나요?" "22만원합니다." "보험이 된다고 들었는데요. 아닌가보죠?"

 

"CT를 찍은 결과, 이상이 있으면 보험 혜택을 봅니다. 아무 이상이 없으면 보험 적용이 안 되죠." 다소 안심이 된 듯 했지만, 그러나 '일주일동안 병원에 다녔고, 통증이 멎지 않을 걸 생각하면...'갑자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어떡해야하나 '병은 자랑을 하라' 는 선인들의 말을 떠올리며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하게 되었다. "기왕 검진할꺼면 큰병원에 가서 검진 받으세요. 아무래도 기계시설이 잘 되어 있는 병원이 더 정확하게 집어내지 않을까요.?"에서 시작해 " 작은 의원이라도 잘하는 병원이 있어요. 그리고 자기와의 연대가 맞는데도 있구요. " 의사 실력보다 설비기계가 더 정확하게 진단한다는 말에 일순 공감대를 형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