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관계맺음

정순이 2008. 11. 18. 11:52

 


 타임캡슐에 넣어두었던 소식적 삶의 편린들을 헤집어보면 마음맞는 사람들과 의형제를 맺곤 했었던 적이 있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으면 형, 언니 높은 연배라면 의부모로... 각박하고 건조한 삶에 온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는 이런 관계맺음이라면 측량할 수 없는 삶의 노정에 엔돌핀이 늘 생성되지않을까.

 


하얀 미소를 날리며 가게에 들어선 그녀는 좋은 일이 있었는지 연신 미소를 날렸다. “어딜 다녀오셨어요..? 요즘 통 보이지 않던데...” 나의 반색에 “두 달 동안 우리나라 유람하고 왔어요.” “그러셨어요? 좋으셨겠네요.”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딜 갔다왔다는 말만으로도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그간의 이야길 듣길 즐긴다. “아들이 날 구경시켜주겠다며 부러 집까지 찾아왔지 뭐예요.“ ”아드님이요..?“ 엄마의 디테일한 마음까지 헤아려주는 세심한 성격을 가진 아들을 뒀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강원도에 살고 있는 아들이 있어요." " 의를 맺은  아들이예요." "의 라구요..?" "몇 년 전 많이 아팠던 적이 있었어요. 두 달동안 입원해있었던적이 있었어요. 그때 병상에 누워있으면서 별별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 .'이대로 죽는 건 아닌거' '이대로 자리보전하고 못 일어나는건 아냐..?'그런 방정맞은 생각이 앞서자 공연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는거예요. 여행 한 번 제대로 다녀보지도 못했는데, 나를 위한 삶을 제대로 살아본 적도 없는데...퇴원을 하면 이젠 나만의 시간을 가져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여행을 결심했어요. 뭐 거창하게 외국 여행까진 아니였구요, 우리나라 곳곳이라도 다녀보면 마음이 많이 풍요로워지지 않을까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이들도 이제 내 손길이 필요치 않을만큼 장성했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됐구요. 마침 내 생일도 며칠 앞두고 있어 결심을 굳히기에 더없는 명분이였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시골에 살고 있는 언니한테서 연락이 왔더라구요. 놀러오라구요, 육색배낭에 몇 가지 옷들만 챙겨넣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여행길에 올랐죠. “


“해가 기웃기웃 저무는 해거름일 무렵 언니집에 도착했드니 얼마나 반가워하는지...결혼하기전에는 가까이 살며 자주 만나자고 약속까지 했었으나 서로의 삶이 다르고, 몇 시간이 걸리는 지정학상 거리감 때문에 서로 소원했었죠. 그날 밤 언니는 내게 멋진 생일선물을 준비했더라구요, 언니가 직접 손으로 뜨개질 한 볼레로였는데, 아주 마음에 들더라구요. 언니집에 머문지 며칠 후 강원도에서 떠오르는 태양과 서산으로 기울어지는 저녁노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비췄드니, 강원도에 사는 자신의 며느리에게 전화해놓을테니 지역특성이나, 지리에 밝은 조카로부터 가이드 받으라는거예요. 한 시간 여 비행기를 타고 강원도 비행장노면에 발을 내딛으니 조카딸이 마중을 나왔더라구요. 뭐 먹고 싶나며 내 의중을 묻는데 알 수가 있어야죠. 해서 반문을 했죠. ‘강원도에선 어떤 음식이 제일 맛있느냐’구요. 조카딸이 어디로 전화를 하더라구요. 몇 분간 통화를 하드니 자신의 팔에 조카딸이 팔을 두르드니 잡아 이끄는거 있죠? 30여 분을 달리다 도착한 곳은 외향이 깔끔한 한정식 집이였어요. 음식을 주문해놓고 음식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낯이 선 젊은 남자가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거예요.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조카가 소개를 하는거예요. 자신을 가르켜주는 교수님이라구요. 식사를 하면서 교수가 그러더라구요. ”전 이모님이라기에 연세가 많으신가해서 간단하게 인사나 드리고 갈까했는데, 아주 젊어신데요~?.“


그 교수가 착각할만큼 뺨에 홍조를 띠는 모습이 10살은 낮춰 볼만큼 동안이시다. “그런 만남이 있고 난 후 강원도에 머무르는 동안 몇 번 같이 식사를 하게됐고, 자신과 의를 맺고 싶다는 의중을 밝히더라구요. 그러고 난 후 사찰에 들럴 기회가 있었는데, 스님께 물어볻라구요. 어머니와 자식으로 의부모를 맺으면 어떻겠냐구요. 스님도 괜찮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렇게해서 아들이 한 명 생긴셈이죠. 성격도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저한테도 아들 이상으로 잘해요. 해마다 여름이면 꼭 부산까지 차를 갖고 와 날 데리러오는거 있죠?” “정성이 대단하네요. 부럽습니다.” “나도 그만큼 잘하니까 그렇죠. 일방적인게 어디 있나요? ”그래두요. 강원도에서 부산까지 오기가 쉽진않잖아요.“ ”그렇긴해요, 키는 자그마한데 성격은 아주 밝아요. 배우지 못한 나를 왜소하다는 감정 느끼지 않게 배려 하는 마음도 웅숭깊구요, 교육자집안에서 가정교육을 잘 받은 사람이라서인지 다르긴 다르더라구요. 하루는 그 친구가 손목에 차고 다니라며 팔찌를 하나 주더라구요. 두 개의 팔찌를 구입해 자신이 하나차고 나머지 하나는 내게 채워주는거예요. 두 사람의 인연의 고리를 연결해주는.... 주술적인 성격이 함축되어있긴하지만, 그 마음씀씀이가 얼마나 대견해요.“


자신의 여행담으로 한 시간을 할애한 그녀는 하얀 미소의 여운을 남기고 돌아갔다. 가깝게는 입양으로 인연을 맺는 가정이 있고, 멀게는 삼국지에서 도원결의로 의를 맺은 유비. 관우. 장비가 있다. 건조한 삶에서 한 줄기 단비를 맞는 듯 나 역시 그녀로부터 행복의 바이러스 백신을 맞은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