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정순이 2008. 7. 20. 11:30


어느 대중가수가 부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라는 노래가 있다.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랫말의 의미는 외적인 것보다는 내적인 아름다움의 뉘앙스를 바탕에 깔고 있을터이다. 가끔 접속해 있을 때 메신저 교신으로 인사하는 정도, 오프라인으로 한 번 밖에 만나보진 않았지만, 언니를 알게 되면서 느꼈던건  '꽃보다 아름다워' 라는 노랫말이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는 성정은 무뚝뚝하지만, 내면은 아주 보드라운 심성을 갖고 있다는걸....처음부터 이런 감정을 느꼈던건 아니다.

 

언니와 날 연계해준 매개체(媒介體 )는 멀리 서울에서 사는 분이고, 중환자실에서 자리보전을 하고 있는지가 석달 째 접어들었다. 그 분의 글을 대할때마다 '어쩜 이렇게 좋은 필력을 갖고 있을까' 였다. 지명도 있는 소설가 못지않은 어휘력이며 문장력, 유기적연대감으로 배열시켜 놓은 텍스트를 볼때마다 부러움과 시기심이 공존을 했다. 학교 다닐 때 글 쓰는데는 자신이 있었으나 고등학교 2학년이 될 때부터 회의가 일었다고 한다. 정말 자신이 글을 잘 쓰는지...진로를 영문학으로 결정하고, 글쓰기를 치지도외 했다는 그 분... 그 분이 소개해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고 생각한 언니다.  나와 같은 지역에 산다는 것과 나와 같이 글쓰기를 즐기는 분(비교할 수 없을 정도지만)이니 앞으로 잘 사귀어놓으면 나한테 도움 될 것이라며 추천해 주셨다.
 
같은 지역에 산다는 것이 무엇보다 살갑게 다가왔고 친밀감이 느껴졌다. 아는 분이 소개를 했으니 친구등록은 당위적이라는 생각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우선 나보다 한참이나 선배라는 사실에 조심스럽긴했지만, 접속할 때 메신저로 반가움을 표현했다. 그런데 언니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뭐가 못마땅한지 달가워하는 것 같지않았다. 인사라도 건네면 겨우 대답하는 정도였다. '뭐 답답한게 있다고 내가 이러지?' 하는 회의감이 잠시 일기도했다. 알고보니 내가 먼저 내민손을 마주잡지도 않았던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됐다. 당연히 내가 내민손을 마주잡았겠거니 생각했다. 그런 어느날 친구목록에서 언니의 이름이 보이지않았다. 등록해놓은걸 삭제했다는 생각이 앞서 기분이 꿀꿀했다. 속 상했던 표정을 애써 억누르며 언니를 소개한 분이 접속하자말자 투정부리는 아이마냥 그 언니에게 서운했던 감정을 쏟아냈다. 소개한 분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그 언니는 나를 친구등록 하지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접속을 해도 보이지않았던 것은 당연했다.

 

그 언니의 변은 "한 번 친구 등록을 하고 난 후 마음이 틀어지면 지우기도 쉽지않다."가 친구등록을 하지않은 이유였다.  내심으로 '흥!자기가 뭔데!자기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야?! 혹시 소개해준 분이 자기한테 보이든 관심이 줄어들까 질투를 하나보네!' 나름데로의 모범답안이라도 내린듯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나자신을 위무했다. 그런데 정말 언니의 말대로 소개를 해 준 분이 몇 달째 접속을 하지않았다. 그 분의 아이딜 클릭하면 복면을 한 모습만 보이는걸 보니 자신을 감추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 어느날은 '존재하지 않는 아이디'라는 메시지가 떴다. ' 혹시 나로 인해 탈퇴라도 한 걸까?'  가끔 그 분의 홈피에 들어가보면 올린 글마다 조회수가 몇 백을 훌쩍 넘은건 예사였고, 천단위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다.

 

몇 번 홈피에 들렸다 썰렁해진 걸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리곤 했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지 일년 후 아이디는 달랐지만, 낯익은 닉네임이 앵글에 잡혔다. 알아본 결과 그 분이였다. 거진 일년동안 잠적했다가 다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보이지않는동안 그 분은 카페를 아주 멋있게 꾸며놓으셨다. 그 분의 간곡한 부탁으로 카페 가입을 했고, 나보다 많은 선배들이 주축돼 있고 포진해있어 부담스럽긴 했지만 가입을 했다. 가입을 하고 난 후 이번에는 그 언니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뜨악하긴 했지만, 나도 손을 마주잡았다. 어느날 카페에 올려진 그 언니의 사진을 봤다. 프랜치코트 깃 뒤로 길다랗게  머플러를 늘어뜨리고 거실 창문에 비친 측면모습은 아주 냉소적인 인상을 풍겼다.  아주 냉정한 성격의 소유자 같았다.

 

그런 어느날 카페를 통한 번개모임이 있었다. 참석하지 않으려다 그 언니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생각에 머물자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충동감이 강하게 일었다.  막상 만나보니 온라인에서 느꼈던 이미지, 사진을 통해서 가졌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손으로 직접 뜨개질을 한 듯 품 넓은 갈색 니트 윗도리에 가볍게 두른 머플러 자연스럽게 빗어넘긴 머리....수더분한 외양이 인심좋은 맏언니의 모습이였다.

 

경험자들의 표현을 빌리면 인터넷을 통해 느꼈던 이미지와 오프라인에서 느꼈던 이미지는 180도 다르다고했다. 물론 같은 사람도 많겠지만...호기심이 일어 만나긴했어도 집 걱정에 끝까지 합류하지 못하고 서둘러  돌아왔지만, 언니의 모습은 일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눈에 선할만큼 수더분한 인상이 상징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언니와 날 연결 지어준 분은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며 중환자실에 죽은 듯 누워있지만, 그 분을 매개로해서 만난 언니와 난 인연의 끈을 이어가기에 현재진행형이다. 언니의 <사용자정보>직업란에는 '방송. 출판. 광고'로 설정돼 있다. 글을 쓴다는 사실은 언니와 날 연결 해 준 분을 통해서 알고 있었지만, 출판사를 한다는 사실은 초문이였다.  소개로 언니와 난 인연을 맺었지만, 시간에 좇기듯 살아가야하는 현실과 남편의 생각을 무시하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성격이 못 돼 언니가 추천을 한다해도 응할 수 없다. 마음은 무척이나 고맙지만....

 

그런 며칠 전 언니가 접속해 있었다. 그 날 역시 가벼운 인사정도로만 끝낼까하다가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언니, 혹시 책 한권 정도 낼려면 비용이 어느 정도 드는지 아세요..?" 하고 물었지만, 그 물음 저변에는  '출판' 이라는 직업이 궁금증을 해소하게끔 종용을 했다.  그런 직업을 설정하기까지의 배경이 있다.  언젠가는 직업란에 '예술가' 라 했다가 언니와 날 소개한 분이 "예술가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상한 생각을 하니 바꾸는게 어떻냐"고 하셨단다. 그런 지적이 있고 난 후 자신의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다는 사실에 <방송. 출판사.광고>라고 한 모양이다.

 

그리고 언니에게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때까지 언니는 내가 블로그를 통해서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모양이다. 내 미니홈피에 하이퍼링크를 걸어뒀었는데. 모르다니...그러니 아직 한 번도 내 홈피를 방문하지 않았다는게 아닌가. 그런 사실에 조금은 서운했지만, 타고난 성격이니 어쩔 수 없었지않나는 생각으로 위무를 삼았다.) 언니는 내가 쓴 글을 20편까지 정독을 하고 난 후 충고를 했다. "음...글이란건 있지? 상대방이 내 글을 보고 난 후 뭔가 진한 여운을 남겨야 하는데...그게 없어. 내가 좋은 분을 추천할테니 수업받아보지 않을래? 다른 사람들은 열달 동안 교육을 받아야 할 것 같으면, 자넨 두 달만 교육받아도 될 것 같은데...." 너무 고마웠다. 언니와 알고 지난지 이태쯤 됐지만, 언니마음속에 이런 따뜻한 사랑이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리고 엊그제 추천하신 분이 쓴 책과 언니 자신이 쓴 책 두권을 택배로 보내왔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꽃보다 아름다운 마음씨>를 갖고 있는 언니...정말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