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耳懸鈴鼻懸鈴...

정순이 2005. 3. 19. 13:43

 

한무리의 건장한 남자들이 가게안으로 밀고 들어섰다. "장사 잘되요?" 멀지 않은 곳에서 같은 업종을 하고 있는 사람이 앞서 들어서고 뒤이어 들어서는 남자들은 넥타이에 검은 양복 차림을 한 사람들이 서너명 더 따라들어오고 있었다. 낯익은 사람이 "우리 지부에 지부장님이세요." 그의 말과 함께 뒤이어 들어서든 지부장이라는 사람이 가볍게 고개를 까딱한다. 낯선 사람들의 방문에 컴앞에 앉아있던 남편이 이방인들을 맞는다. 지부장이라는 사람은 남편과 안면이 있는 듯 악수를 건내며 " 좀 도와주세요. 이렇게 가게만 지키지 마시구요. 전에는 활동도 하시드니 요즘은 통 볼수가 없네요..."

 

"위 시장(재랫장의 규모거 커서 윗시장 아랫시장으로 분류한다.) 에서 장사하는 분들이 협조도 안하고, 담합도 잘 되지 않는데 나가봐야(활동) 머합니까?" "그럴수록 나오셔서 발언을 하셔야죠." "말한다고 먹힐 사람들입니까? " 하긴 그랬다. 군데군데 들어서는 규모 큰 마트에 위기의식을 느껴서인지 쉬는날에도 가게문을 열겠다며 선전포고를 했었다. 그 후로 차츰차츰 쉬는 날도 없어져버렸고, 매달 회비만큼은 꼬박꼬박 내던 회원들도 탄력을 잃어버렸다. 서로 회장을 하지않겠다고 꽁지를 빼나하면 총무자리도 몇 년동안 공석으로 있었다. 그러니 어디 협회가 원할하게 운영되겠는가. " 달달이 회비를 내봐야 협회 입김이 중매인들에게 전달되지 않는지 운임료도 20%나 인상되었던걸요." " 말도 마세요. 우리도 그들과 얼마나 싸웠는지 알아요? 말을 하지 않았으면 20%가 아니라 50~60%는 올랐을겁니다. 그나마 우리 입김이 있었기에 그정도로 인상되는걸로 합의를 본거죠. "

 

 "참 위생복은 받으셨어요?" "위생복이라뇨?" "얼마 전에 위생복을 다 나누어 드렸는데요." "전 아직 받지 못했어요." 멀찌감치서 서있던 아가씨를 불렀다. "어이, 0양 일로 와봐요." 벙거지 모자를 꾹 눌러선 아가씨가 쪼르르 달려왔다. "왜 위생복을 드리지 않았어? 며칠 내로 한벌 갖다드려." 내키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 회원으로 계시다가 탈퇴를 한걸요." "그래도 한벌 갖다드려..." 대답대신 내 눈치를 살핀다. "사모님이 말씀을 하셔야지 될 것 같은데요." "그럼 회원이 아니라서 줄수가 없다는 말이에요?" "가슴쪽에 회원마크를 찍어두었거든요." "그렇다면 할수 없죠. 회비를 낸다고 해서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굳이 회비를 낼 필요가 있어요?" 되묻는 나의 질문에 옆에서 듣고 있던 건장한 남자분이 말을 잇는다.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모르셔서 그렇지, 수시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는걸요." "일전에 단속이 나왔는데도  정보를 주지 않던걸요. " 옆에서 듣고 있던 여직원이 억울하다는 듯 그분의 말의 허리를 자른다. "제가 전화 드리지 않았어요."

 

" 이미 단속 나오고 난 후 였죠." 그녀가 말을 못한다. "불시에 단속을 나오면 저희들은 모를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굳이 회비를 낼 필요가 있나요? 위생적으로 하면 단속에 걸릴 염려가 없죠. 그렇지 않아요?" 말을 못한다. 사실이 그런걸....그래도 협회 여직원은 가게앞을 지나가며 그냥 지나칠 수 없었는지 가게에 들러 상세한 정보를 주고 간적은 있다. 그때, 아주 고맙다는 마음은 있었다. 잠자코 있던 아가씨가 " 참 구청에서 공문이 오지 않았나요?" "왔었죠. " 서랍장 위에 서류를 올려둔 기억을 더듬으며  몇장의 종이를 꺼내 " 규정이 너무 까다로워 실효성이 없어보이든걸요. "그렇죠? 안그래도 우리도 그 문제 때문에 구청에 가서 항의도 하고 있어요. 조만간 무슨 답변이 있을꺼에요" 남편이 옆에서 거든다. "어느정도 지킬수 있는 규정을 만들고 이행하라 해야지 따르지, 이행할수 없는 규정을 정해놓고 그대로 따르지 않아 올가미에 걸려들기만 하면 벌금을 내게 할려는 수작인거 같이 느껴지든걸요. " "정말 그래요. 한때는 카드 단말기를 억지로 구매하라고 매일이다시피 구청에서 전화를 해대드니 다 무슨 소용이 있었어요? 그때도 가게에 단말기를 비치해놓지 않으면 벌금을 내게 한다고 요란법석을 떨드니 종래에는 흐지부지되고 말았었죠." 모든 조항이 그렇다. '태산명동 서일필' 이라는 고사성어처럼 처음에는 요란하게 떠들드니 종래에는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지금과 같은 경우도 그렇다.

 

자체위생관리 기준의 준수여부를 점검하여 이를 점검일지에 기록하여야 하고, 최종 6개월은 보관하여야 한다고 명시해둔게 보였다. 위반시에는 과태료가 20만원, 기재하라고 공지한 사항을 작성치 않았을시에는 과태료가 10만원이란다. 실천 할 수 없는 까다로운 규정을 정해놓고 실천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려야 한다는 게 말이나 되지도 않았고, 설득력도 없어보였다. 일례로 시계, 반지, 목거리, 머리핀 등 장신구를 착용하지 말라는 규정이며, 영업장내에서는 음식물섭취, 껌씹기 등도 삼가야 한다. 위생복 등을 착용치 않을 경우에는 식육을 취급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영업장내 출입시 신발을 세척 또는 소독해야한다는 세세한 규칙까지 나열하자면 몇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언제인가 그러니까 5년 전 쯤으로 기억을 소급해보면, 위생복을 입어라는 공문이 우편으로 왔고, 너도 나도 다들 구입했다. 현실성이 결여되어있어보였고, 지켜지기나 하겠나싶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구입은 했지만, 아무도 착용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다들 입지않고 벽에 걸어두는 전시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또, 자영업자들의 탈세를 막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카드단말기를 구입하라는 공문이 내려온적이 있었다. 물론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이 많다면 공문이 내려오지 않아도 당연히 단말기를 비치해야하지만, 기층민들이나 중산층들이 밀집해 있는 동네에서 몇 명이나 카드를 소지하고 고기를 사러오겠는가.  몇 명의 고객(일년에 서너번)을 위해서 백만원 단위의 카드단말기를 구입해야 한다는건 공권력으로 밀어부치려는 그들의 횡포에 다름아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먼지만 뽀얗게 쌓여진 채 구석에 보관되어있다. 공권력만 들이대면 못하는 게 없다. 막강한 힘으로 불도저처럼 밀어부치는 그들의 무소불위에 오늘도 영세자영업자들의 목을 옥죄어온다. 얼마나 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