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Out of sight Out of mind

정순이 2008. 6. 15. 10:46

 

 벌써 병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지가 두 달을 넘기고 있다. 그분이 열정과 애정을 다해 만들어놓은 인터넷 카페의 시샵자리가 두 달째 주인을 기다리며 공석으로 남아있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카페에 시샵이셨던 그분이 병고로 중환자실에 입원한지 두 달을 넘기고 있다. 가느다란 호스를 통해 가벼운 유동식이나 겨우 호흡만 할 정도니 더 기다려봐야 별 뾰족한 수가 없다는 사실과, 체계를 잡으려면 마냥 공석으로 비워둘 수도 없다. 컴을 켜고 로긴을 하니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투표해 다른 분을 카페 시샵으로 추대하자는 내용의 쪽지가 도착해 있었다. 기실 공석인 시샵 자리를 마냥 비워둘 수 없다는 생각이 공감대를 형성했으리라.


 ‘그래도 아직 살아계시는데, ’좀 더 기다려보면 안 될까...’‘그 분이 만든 카페인데...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는건 좀 그러네...'그 분은 비록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긴하지만, 그렇게 쉽게 쓰러지실 분이 아니라는데 생각이 정체돼있다. 그 분을 면회하고온 회원이 보여준 사진을 보니 회복될 가망이 한 자리 숫자로도 보이지않았다.  너무 병약해보이는 형상과, 코에 호스를 꽂은 모습을 보니 너무나 안쓰러워 눈물이 왈칵할 것 같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서운한 생각이 자꾸만 머릴 헤집는지...그분도 회원 중 카페에 열정을 쏟는 사람이 시샵을 맡아, 자신이 시샵으로 있을 때보다 더 카페가 활성화 되길 바라시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가끔 몸상태가 좋지않았을때도 카페에만은 들러보곤 하셨다. 음악방송을 맡아 할 사람이 없어 늘 번민하셨고,(음악방송을 하지않으면 방송매체에서 아이피를 착취하듯 가져가버리면 음악방송을 할 때마다 아이피를 다시 받아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 분이 없는 카페에 회원으로 님아있다는 것도 마뜩찮았다. 그 분을 매개체로 해서 만난 회원분들이긴하지만, 댓글로나 메신저 교신으로 정이 들었던 분도 계시고, 오프라인에서의 한 번 만남으로 얼굴을 익힌 분도 계신다.  그렇지만, 그 분이 계시지않은 카페는 내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늦은 나는 회원들과 많은 교감을 나누지않아 서먹하다는 생각이 앞섰고, 공동체에서 요구되는 주인의식.공동체라는 조직 문화에  활발한 활동을 하지도 못하는   내 성격에 부합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회원 모든 분들이 나보다 연배가 높으니 운신하기도 여간 조심스럽지않았다. 카페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않는데도 늘 공지사항이나 안부를 묻는 메신저를 보내오곤 할때는 미안한 마음이 더했다.

 

 그럴때마다 낯이 설었다. 이젠 탈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눈치가 보였다. 시샵이 입원해계시고,  회원들 기분도 어수선할 때, 꼭 탈퇴를 해야하나는 미안한 마음이기도 했다.  그러나 탈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난 뒤부터는 남의 집에 눌러앉아있는 이방인 같은 기분이였다. 그런 생각이 밑바탕 되어있으니 마음이 다급해졌다.

 

 회원들이 접속하기전에 탈퇴를 하는게 나을 듯했다. 설득력이 없어 탈퇴한 연유를 물어보면 딱히 변명꺼리도 생각해두지않았다는게 더 나의 마음을 서둘게했다. '자주 가는 카페' 등록되어있는 곳을 클릭했다. 회원 중 아무도 접속해 있지않았다. 얼른 탈퇴 버튼을 클릭 하고 재빠르게 빠져 나왔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서울에 사는 언니가 탈퇴한 걸 알았던 모양이다. 자신도 탈퇴를 고려하고 있다고했다. 시샵님의 적극적인 권유로 가입을 했었던 분이다. 나 역시 그런 케이스지만, 덕분에 이런 멋진 언니도 만날 수 있었고, 부산에 사는 어느 언니는 출판사를 겸하며 문인의 길을 걷고 있는 분도 시샵을 통해서 소개받기도했다. 정말 소중한 분들이다.

 

 서울에 산다는 그 분을 한번도 뵌적은 없지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뭐든지 새로운걸 보면 배우고싶어하는 호기심에 포토샵을 배우고 싶다고했드니 직접 전화를 해서까지 아르켜주고자했다. 그 분은 카페에도 아주 열심이셨다. 카페 메인화면에 늘 영상을 올리고 노래를 올리는걸 도맡아하셨다. 그런 열정이 시샵님을 감동케했다. 오죽했으면 시샵님이 그분을 만나면 무릎을 꿇고 백번이라도 절을 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을까.

 

 그 분은 늦은 나이(마땅한 표현이 없어)에도 불구하고 컴을 아주 잘 다뤘다. 손수 영상을 만들기도 하셨고,  멋진 연예인 몸매에 회원들 얼굴을 붙여 합성을 한 이미지패러디나 크리스마스 복장을 입히고 머리에는 고깔모자도 씌우는 트리밍 작업도 완벽하게 잘했다. 직접 책을 구입해 혼자서 터득했다고하니 그 열정이 대단하고 부럽다. 마음씨까지 고와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원의 농장을 소개하며  도우기를 발벗고 나서기도 한 60대 여성이다. 그런 그 분도 탈퇴할 생각으로  동정을 살피며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는 중인 듯 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고 하든가...열정을 갖고 만들어놓은 소중한 카페가 이제 새로운 얼굴들로 채워지고, 다른 모양으로 변모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