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퍼머하는걸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미용실을 자주 이용하는 건 아니지만, 한가닥으로 머리를 묶는 걸 선호하다보니 퍼머를 하지 않으면
매끄러운 카락이 자꾸만 머리묶은 끈 틈 사이로 빠져나오고 말아 파머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곧잘 한다. 질식할 것 같은 퍼머약품 냄새와
머리카락을 당겨 말아올리는 롤에 두피가 아파오는걸 감수해야 한다는건 나로서는 여간 고통스러움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퍼머를 하고 난 후 마음에
들기만 한다면야 그정도의 고통을 견딘다는 건 감내할 수 있긴하지만, 5~60대 아주머니들의 헤어스타일과 아프리카여인들의 모습으로 변해진 모습을
거울을 통해서 볼때면 짜증아닌 짜증이 난다. 가게에 오시는 손님들의 헤어스타일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의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들 때 그런 모습을
상상하며 미용실마담에게 건의를 해도 퍼머를 하고 난 후의 내 모습은 영 아닐 때는 생머리로 있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성을 다해 신경을 써주곤 하던 미용실마담이 이사를 가버리고 난 후 돌연 이용하던 미용실이 없어지면서 떠돌이 이방인처럼 아직 마음에 드는 미용실마담을 만나지 못했다. 그런 며칠 전 크다란 쟁반 위 일회용 은박지 접시에 시루떡을 잔뜩 담아 머리에 이고 이가게 저가게에 나눠주고 있는 어느 여성분이 우리가게에도 들어와 쟁반 하나를 내려놓고 예의 자신이 떡을 가지고 찾아오게 된 이유를 밝힌다. "오늘 미용실 개업했거든요. 그러니 한번 찾아오시면 성의껏 해드릴께요." 라며 약도가 그려져 있는 팜플렛을 놓고 사라진다. 가벼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 했다. 잦은 퍼머로 인해 머리카락 끝이 갈라지곤 해 언젠가는 갈라져 있는 머리카락끝을 잘라내고 고약한 화학약품으로 고생한 머리는 숨을 쉴 수 있게 한동안 생머리를 고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으로 떡을 주며 위치를 아르켜주었던 위치를 더듬으며 미용실을 찾아갔다. 가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이층이었다. 잠시 계단을 올라가려던 걸음을 멈추고 낯이 설지 않은 미용실 앞에서 들어갈까를 망설이며 지나간 시간들이 밀려왔다. 연전 쯤이었던걸로 이 미용실을 두어번 이용한 기억이 났다. 처음에는 머리를 커트하기 위해, 두 번 째는 퍼머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나마 머리를 자를 때는 괜찮게 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넉넉한 몸매에서 풍기는 여유로움과 가게에서 멀지 않는다는 지정학적 계산에 이용을 할까도 생각 했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두 번째 퍼머를 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다. 대저 어느 미용실을 가면 한쪽 벽면에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다 물론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은 하나의 전시용일뿐이라고 생각한적은 오래전의 일이다. 하다못해 미술학원에서 배운 원생들이 미술대회에 나가 수상을 했다든가 음악학원에 다니는 원생들이 대회에 나가 상을 받았다는 건 한갓 짜고 치는 고스톱에 불과하다는건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수상한 액자하나 없는 건 괜찮지만, 자기 발전을 위해 끊임없는 테크닉 훈련을 게을리한다면 미용실이 도태된다는 것 쯤은 했어야지 않을까는 생각이다. 동네아주머니를 상대로 가게를 꾸려갈 생각이였다면 몰라도 말이다.
나와같은 생각을 한 여성들이 많았는지 그 미용실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은 미용실 마담이 가게앞을 지나가면서 한 말이었다. 미용실이 잘되지 않아 다른 업종으로 전환을 했단다. 그랬다면 2년 여가 지난 지금은 다른사람이 개업을 했을꺼라는 생각에 멈춰섰던 발이 계단을 천천히 밟고 올라갔다. 몇 발자국 계단을 올라서니 잔잔한 음악이 미용실에서 흘러나왔다. 두꺼운 유리문을 밀치고 들어서니 양옆으로 개업을 축하하기 위한 화분이 일렬횡대로 정렬되어있었다. 고객의 머리를 손질하고있던 낯선 아가씨가 잠시 하던일을 멈추고 미용실을 찾아온 손님을 반갑게 맞이했다. '주인이 바뀐 모양이지? 다행이네...' 기억자의 양 벽면에는 거울로 잔뜩 벽을 채웠고, 그 아래는 제법 돈을 투자한 것 처럼 편액들이 걸려있었다. 거울 앞에 있는 회전의자에 앉았다. "어서오세요." 시선이 닿지 않는곳에 있었던 듯 한 마담이 얼굴을 내민건 오래지 않아서였다. 길을 지나칠 때 서로 가벼운 묵례는 하고 다니는 처지인 것은 확실하나 오래 전 두어번 자신의 미용실을 찾아오다가 그 후로 한 번 도 자신의 미용실을 이용해주지 않았던 서운함이 묻어있었는지도 모른다. 마담의 인상을 무시하고 " 개업떡을 나눠주기에 고마워서 찾아 와보았드니 아는 사람이네요. 전에는 다른 업종으로 바꿨다한거 같은데요?" "그랬죠. 업종전환을 해도 별수가 없더라구요. 해서 배운 재주 어떡하지 못하고 다시 시작한거예요." 바닥을 헤매고 있는 경기탓인지 개업날이었음에도 손님은 별로 없었다.
주인마담은 말을 하면서 긴 의자에 앉아 손톱을 다듬기를 시작했고, 새로 고용한 듯한 아가씨가 나의 머리를 맡았다.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커트 하는거 쯤이야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하지 않아 걱정이 덜 되었다. 연륜이 주는 노련함은 없었어도...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차분한
성격의 아가씨는 고객들의 머리를 많이 만져본 듯 노련한 솜씨로 머리를 자유자재로 다스리는 듯했다. 머리를 다 잘랐나 싶드니 물을 채운 문무기로
머리에 뿜드니 드라이를 시작했다. 머리카락이 뜨거운 열기를 받으면서 굵은 웨이브의 헤어스타일로 변신을 했다.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던 나는 아주
마음에 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런퍼머를 할려면 비용이 얼마나 들어요? " 마음에 들어 같은 스타일로 퍼머를 하고 싶은충동이 일었다.
"네,이렇게 하는 것 디지털 퍼머라고 하는데 4만원이에요. 디지털 퍼머로 하면 머리를 감고 말라도 항상 그 상태를 유지하죠. 마음에
드시나봐요?" 대답으로 엷은 미소를 띄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어제 다시 미용실을 찾았고, 그들이 말하는 '디지털 퍼머'를 했는데 일반 퍼머란
별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