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트레져
햇살에 반사된 설백이 눈이 부시다. 서설이 내린 건 구랍 31일 새벽이었고, 눈이 귀한 부산에 눈이 온게 벌써 두
번째이다. 지난 번에는 밤새 소리없이 내렸기에 눈의 풍요로움을 만끽하지 못해 아쉬움이 없지않았는데 이번눈은 늦은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어제
아침 출근하려던 남편이 다시 현관문을 밀치고 들어선건 5분쯤 지나서였을까? 가지고 가려던 물건이라도 빠뜨렸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눈이 오니
레인코트를 입고 가야겠다" 낮은 톤의 소리라 잘 알아듣진 못했지만 분명히 눈이 온다는 말같았다. "지금 눈이 온단말이에요?" "그래..."
마음이 급해진 나는 대답을 뒤로하고 거실문을 열어젖히고 베란다로 나갔다. 정말 버티컬 틈 사이로 하얀눈이 탐스롭게 내리고 있는 게 보였고,
언제부터 내렸는지 세워둔 승용차 보닛 위에는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었다. 밖으로 뛰쳐나가 흠뻑 눈이라도 맞아보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달래며 MP3
전원을 켰다.
언제이든가 활자매체를 통해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수명은 78세 라는 걸 본적이 있다. 그러면 내 인생도 이미 중반을 넘었다는 방증이 된다. 물론 평균적인 수치겠지만 나 역시 수명이 그렇게 길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점괘나 미신을 쫓는 건 아니지만, 친정 큰오빠의 끝자리 나이와 친정모친의 연세 끝자리 나이와 내 나이의 끝자리가 동일하다는 생각에 한동안 불안에 떨었던적이 있었다. 여타 사람들도 나와 별다르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같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게되는 날이 닥치더라도 고통없이 이 세상을 하직할수 있다면 하는 바램말이다. 한번의 병원생활도 하지않았다거나, 가족들을 귀찮게 한일도 없이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했다면 주변사람들이나 가족들이야 서운한점도 없지않겠지만, 본인에게는 더없는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런걸 감안한다면, 인생을 즐기거나 놀이문화를 향유해도 누가 뭐라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곧잘 하곤한다. 그런 생각이 인프라되어 핍진한 삶에서 잠시 일탈을 꿈꿔보기도 한다.^^
같이 등산을 갔다 내려오던 길섶에 세워져 있는 생활벽보판에 붙어있는 영화예고편을 보던 남편이 "우리 저 영화보러가자" 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영화관에 들러 영화표를 예매해 왔다. 등산의 강행군으로 피곤이 누적되었는지 낮시간을 택하지 않고,
저녁시간에 상영하는 표를 예매해왔《내셔널 트레져》다. 살금살금 다락 계단으로 올라간 주인공은 많은 책들속에서 한권을 책을 꺼내들다가 떨어뜨리고
만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할아버지였다. 몰래 다락에서 자신의 책을 뒤적이는 손자가 못마땅한지 노기에 찬
목소리로 다그치다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손자에게 묻는다. "궁금한게 머냐"시며.....그때 알게된 수백년간 닫혀진 비밀의 문, 그곳을
열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부각된다.
미 건국 초기의 대통령들이 숨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어마어마한 보물을
3대째 찾고 있는 가문의 후손 벤자민(니콜라스 케이지 분), 아무도 그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보물의 흔적을 찾아 시공을 가로지르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모험을 떠난다.
미 독립선언문과 1달러 짜리 지폐에서 얻어낸 결정적인 단서들을 통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마지막 장소인 비밀의 문 앞에 마침내
다가가지만, 그것마저도 또 하나의 거대한 암호임을 발견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