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연애 못하면 몇 급 장애자라꼬?

정순이 2007. 12. 16. 09:30

 

 한 장 남은 달력에서 하루를 더 할 때마다 丁亥年도 서서히 역사속의 뒤안길로 사라져갈 것이다. 이제 내 나이테에도 줄 하나를 더 그어야한다...

 

 "똑똑한 사람 말년이 와 그렇노..?"

여기 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로 시장안이 시끌벅적하다. 무슨 일이 생겼나는 생각에 진원지의 동선을 따르니 몇 블록 떨어진곳에서 건강원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업을 하던 사람이 자살을 한 모양이다. 2002년 의약 분업 출범에 맞춰 약사자격증없이 약국을 하는 사람들을 일제 단속한다는 뉴스가 있고 난 후 그 약국은 리모델링을 하고 건강원으로 상호를 바꿨다.

 

 의사가 끊어주는 처방전으로 약국을 이용해야하는데 병원을 낀 문전약국과 대형 약국은 전망이 괜찮지만, 동네에 있는 군소약국들은 문을 닫아야하는일이 비일비재할꺼라며 커버스토리를 장식했었다. 사업을 하던 자영업을 하던 누구나 매스컴의 동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전하는 뉴스하나로 많은 이윤을 남기기도 하지만, 그들의 입놀림 한 번에 많은 害損을 입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늘 주변에 사건이라도 터지면 제일 먼저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달하는 목소리 큰 아주머니가 있다. 드라마나 시트콤을 본 이야기를 한다거나 뉴스를 전달 할 때도 한자도 틀리지않을만큼 똑 소리난다. 기억력 또한 대단해 옆 사람과 같이 겪었던 몇 년전의 이야기를 할 때도 焉烏가 나지 않을 정도다. 자기 현시욕 또한 강해 가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하는 50대 아주머니다.  

 

"경찰이 건강원 앞에서 기웃거려 무슨일이 있냐고 무슨 일이 생겼냐고 물었드니 00곳에서 차량한대가 완전 불에 타 전소됐는데...주소를 보니 건강원으로 돼 있어서 나왔다." 구 하더라구....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랬을지도 몰라. 여자가 꼬리치는 데 넘어가기 않는 남자가 어딨누?" 에서부터 "그래도 그렇지, 예쁜 아내를 외면하고 외도할 수 있어?" "약국 2층에서 레스토랑을 그 아내가 했었는데, 키가 자그마한게 아주 이뿌더라구..."올 여름에는 처형과 그 아들이 건강원에 와서 난리를 쳤나보더라구...""잘 죽었다, 잘 죽었어. 다른 여자하고 바람피다 벌 받은거지머..." 입바른 사람들의 질책이 쏟아졌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했던가? 남성들은 자살한 남성을 옹호했다. "이혼했다면 바람을 피우던 무슨 짓을 하던 무슨 상관이야?" "이혼을 했어도 양육비를 주지않았다든가 이유가 있었겠죠.." 죽은자는 말이없고, 산 자들만의 공방이 이어졌다.

 

목좋은 곳에 자리한 약국은 동네 사람들의 도움으로 많은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업종을 바꾸며 시작한 건강원은 날이가고 해가 바뀔수록 소득은 감소됐고, 손님의 발길은 뜸했다. 사재정이 든든한 사람들은 면허도 없이 하는 건강원을 믿지 못해 이용을 꺼려 대개 한의원을 이용할 것이고, 살기 빠듯한 사람들은 몇 십만원이나하는 값비싼 건강식품을 사먹기에는 부담스러워할꺼라는걸 상계하지 못했던 듯하다. 그러한 계산착오와 시행착오로 매달 조세처럼 내야하는 3백만원의 가게임대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고, 未久에는 사채까지 끌여다 사용한 모양이다.

 

몫이 좋아서인지 가게 한 쪽 모서리에 자리를 하나 만들어 장사를 하게 해도 될 듯했다. 그렇게되면 가게 임대료 부담도 덜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군침 흘릴만한 자리에 가판대를 놓고 머리핀, 허리띠, 헤어밴드...잡다한 물건들을 판매하는 여성이 들어섰다. 가끔 지나다 보면 젊은 층의 아가씨들은 가판대앞에서 머리핀을 고르느라 분주했다. 어쩌다 오전 나절에 머리핀을 사러온 고객에겐 건강원 쥔장이 나와 팔아주기도 했고, 가벼운 건강식품을 사러 건강원에 들리면 그 여성이 대신 손님을 받기도 했었다. 건강원 주인과 그 여성이 둘이서 식사 하는 모습이 앵글에 잡히기도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앵글에 잡히기도 했었다. 아내도 있을텐데...소문이 아내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어떡하나는 불안감도 내재해있었다. 그 여성도 멀지 않는 거리에 한 쪽 수족이 불편한 남편이 있다고했다.  바람처럼 떠도는 풍문에 의하면 그 주인장은 아내에게 약국에는 출근하지 못하게했다고한다. 아무리봐도 어울리지 않는데...키메라같은 짙은 화장술과 거친 성격의 소유자의 여성같은데...그러길 몇 년.....사채에 허덕이다 속된 말의 난무에 시달리던  그 사람은 결국 자살을 선택했다......

 

공원묘지 앞 도로에 주차 중이던 승용차에서 불이 나 차량 뒷좌석에 타고 있던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 1명이 불에 타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차 문은 모두 안에서 잠겨져 있었으며 사체는 성별조차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숨진 사람의 신원과 사망 원인을 가리는 한편 차량 소유주를 확인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