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국제결혼의 虛와 實

정순이 2004. 12. 15. 15:02

이혼증가율이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시골총각 장가 보내기 일환으로 짝짓기 해주는 국제결혼 전문업체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났다. 많은 업체들이 생겨나니 서로 생존경쟁을 하게 되고, 거기서 살아남기 위해서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있음을 알았다. 외국에 있는 여자의 신상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우리나라 총각을 연결해줌으로써 빚게 되는 이혼이라는 암운이 그들을 기다린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행태에 손도 써보지 못하고 숨죽이며 바라만 봐야 하는 총각들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파왔다. 서로 어려운처에 있는 남녀들이 결혼이라는 과정을 거쳐 행복하게만 잘 살아간다면 더없이 축복받는 결혼생활을 유지 할테지만,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행복하게 사는 커플들보다 그렇지 못한 가정이 더 많음을 TV를 통해 본적이 있다.

 

가게에 들리는 고객 중 중매를 하라는 말을 가끔 들을때가 있다. 거절하는 방법으로 " 난 중매하는데는 재주가 없다." 든가 고개를 끄덕여 주는걸로 즉답을 회피하곤 했다. 그런 어느날 고객 중 한분이 만면에 화사한 웃음을 띄우고 가게에 들린 적이 있었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나보죠? " 했드니 "드디어 우리아들이 결혼하게 되었어요." 하시는게 아닌가. 나이 40을 넘긴 노총각이었으니 그 부모님의 기쁨이 오죽했겠는가. 당사자가 아닌 나도 그 기쁨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게 벌써 연전이다. 그분은 언젠가 한 아이를 업고 시장에를 오셨다. 늦깍이 아들이 나은 아들인 듯 했고, 자신에게는 친손자였다.

 

 적지않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업고 다니시는 걸 보면, 내리사랑이 얼마나 큰무게로 다가오는지 알수 있을 것 같았다. 또 최근에는 동생도 가졌다며 연신 싱글벙글이시다. 이렇게 국제결혼을 해도 행복한 생활을 영위해가는 가정이 있는가하면 어제 들린 고객의 조카는 그렇지 못하다. 교편을 잡았던 남편이 정년퇴직을 하면서 적지않은 퇴직금을 연금형식으로 받았다. 매달 나오는 연금으로 노후를 돈걱정없이 살려다가 일시불로 다받고말았다. 퇴직한 당사자가 퇴직 후 연금으로 받는다면 본인이 살아있을때는 100%를 매달 받게 되지만, 남편이 사망하고나면 그 배우자인 아내는 60%밖에 연금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과 아내가 사망하고 나면 맡겨둔 퇴직금은 소멸되고 만다. 해서 일시불로 받게 되었고, 이듬해 남편은 사망하고 말았다. 일시불로 받은걸 다행스럽게 생각한 아내는 은행과 투자신탁에 분산투자를 해두고 노후설계를 하게되었다.

 

적지않은 액수라 노년을 안락하게 보내리라 짐작했건만, 복병을 만난 건 그로부터 몇 년 후다. 행여나 일시불로 연금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아 돈을 빌려달라고 손을 벌릴사람이 있을까 싶어 주위분들에게나 하다못해 친척들한테도 매달 받는다는 말을 해두었다. 그러나 자신은 아무리 남들에게 말하지 않는다해도 소문은 날개 달린 것 마냥 빠르게 전파되었다. 결혼생활파탄으로 벼랑 끝에 서 있던 그녀의 조카는 고모에게 여유자금이 있는 걸 알게되었고, 고모에게 손을 별리게 되었다. 마음이 여린 그녀는 돈을 빌리러온 조카에게 거절을 못하고 말았다.

 

 조카... 미혼일때는 아주 건실해 집안에서나 바깥에서도 그 착실함을 인정받는 아이라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 두말않고 빌려주었고, 25백만원이란 돈을 꺼내줄때도 돈을 돌려받지 못할꺼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는 그녀... 갑작스런 조카의 출현으로 자신의 노후설계는 다시 수정해야만 했지만, 조카가 잘살기만 바랬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녹치 않는 듯했고, 현실은 착하고 건실한 총각을 시샘이라도 하듯이 괴롭히고 있다. 그녀의 조카, 즉 시댁 큰시숙님의 아들 되는 조카는 30살이 훌쩍 넘어서야 겨우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아가씨 한사람을 소개받게 되었다. 비록 국적은 다르지만, 서로 마음만 맞춰 살아간다면 그깟 국적이 무슨대수겠느냐고 중국인 여자와 결혼을 했다. 처음에는 빨리 아이를 낳자며 남편생각에 고삐를 당기는 아내가 귀엽기까지 했다는 조카...

 

조카는 결혼할 때 빚이 진 돈을 다 갚을때까지는 자녀계획은 조금 더 미루자며 아내를 다독거렸지만 아내의 고집을 꺽진 못했다. 부부가 맞벌이 하면 일년만 열심히 돈을 갚으면 해결될 것 같았는데 어떻게 된건지 아내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한푼도 집에 보태지 않았고, 남편이 받아오는 봉급은 자신의 몸치장하는데만 탕진하기에 바빴단다. 그렇게 고집을 부리던 아내가 결혼 10개월만에 첫아이를 낳고말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자신은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아이를 양육할수 없다며 시댁에 맡기고 난 후 하나씩 드러나는 중국인아내의 진상....행동이 수상해 아내를 다그친 남편....자신이 갖다 준 돈은 어디에다 다써버렸는지 통장은 비어있었고, 수중에도 돈 한푼 보이지 않았단다. 그

 

런 며칠 후 그 아내는 집을 나가드니 종적을 감춰버린지가 벌써 일 년이 되었단다. 혼자서도 이 험한 세상에 살아가기 힘드는데 아이까지 떠맡게되었으니 그 총각의 어려움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물론 엄마가 계시니 봐주기는 하겠지만 언제까지 부모한테 기댈 수는 없는 처지 아닌가. 결혼생활의 달콤함을 꿈꾸며 한푼 두푼 모았을 조카를 생각하면 피를 토하는 심정이 아니겠는가. 자신이 받아야 할 돈은 생각않고, 살아갈 희망조차 빼앗긴 조카를 생각하며 마음이 저려와 몇푼 되진 않지만 돈을 보냈다는 그녀... 이렇듯 순진한 총각들을 울리는 외국인 여성들이 많다는 사실에 그녀와 같이 공분을 느끼며 다른 대안은 없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그녀의 조카 같은 사람이 또 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게 결혼정보업소에서는 철저한 뒷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결혼을 미끼로 한탕 할려는 외국여성들은 고향에 엄연히 남편을 두고서도 처녀라고 속이고 결혼을 하는 여자가 있는가하면,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해 돈을 갈취한 다음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가버리는 여성들이 있다는 사실에 아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