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김장담근 날...

정순이 2004. 12. 7. 11:53

예년에 비하면 김장이랄 것도 없을 만큼 적은 양의 배추를 사다가 김장을 했다. 달포 전 5포기의 배추를 사다가 김치를 담으면서 올겨울은 이정도의 양이면 충분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남편과 내 치아가 부실해지고부터는 김치먹는 양이 현격히 줄어 서너포기만 김치를 담아도 몇 달동안 먹어지곤 하니말이다.

 

것만해도 몇 년 전이다. 유난히 김치를 좋아하는 남편으로인해 겨울초입에 들어서기만 하면 김장 할 걱정이 여간 아니였다. 밥상에 김치가 없으면 밥을 못 먹을 정도로 김치를 좋아했던 남편때문에 겨울을 날려면 최소한 30포기를 담아야 했으니 그 많은 양을 담고나면 며칠동안 몸살을 앓는 통과의례를 거쳐야만 했다. 요즘처럼 배추가 흔하게 유통되는시절도 아니였고, 배추를 판매하는 분에게 절여달라는 생각도 못했을만큼 순진했다.

 

지금이야 필요한 양만큼 그때그때 담아먹으면 된다는 요령을 갖고 있지만, 그당시를 회상해보면 뭐하러 그 많은 양을 담으며 고생을 사서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순진스런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지금이야 꿈같은 이야기지만 그당시만해도 소화기능의 신진대사가 원할하게 작동을 해 세끼를 다 찾아먹어도 무리가 없었다. 그러니 적지않은 양의 김치를 담아도 금새 동이나곤 했다. 김치를 많이 먹지 않고, 양이 적은 집에 사는 분들은 우리가 담는 양을 보고는 자신들은 그 양이면 일년식량이라고 놀리기까지 했으니....^^

 

그러나 지금은 어림도 없다. 아침 겸 점심으로 1시 쯤 돼서 한끼 먹고 나면 끝이고, 그게 하루식사량 이다. 물론 다른 주점부리를 하지 않는건 아니다. 술을 좋아하는 남편덕에 안주거리로 만들어진 음식으로 식탐에 기갈을 느끼고 있는 배를 달래곤한다.

 

달포 전 담은 김치는 친목모임을 우리집에서 하면서 적지않은 양을 소비했고, 적당히 잘 익어 맛이 좋다며 안주삼아 먹는 남편으로 인해 비워진 김치통이 많았고, 급기야는 김치맛을 들이려면 며칠의 날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가까스로 한통을 남겨두고 어제 배추를 사다가 졀여 오늘 아침에 가뭄에 콩 볶듯이 해치웠다. 지난번보다 양을 두배로 담았으니 겨울은 넘기지 않겠나는 생각이지만, 아직 모를 일이다. 익은 김치를 선호하는 남편의 몫은 익히기 위해서 바깥에서 며칠동안 발효를 시켜 냉장고에 넣어야겠고, 갓 담은 김치를 좋아하는 내 몫은 일찌감치 냉장고 속에 넣어 갈무리 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