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胃大(?)한 사람

정순이 2004. 12. 3. 12:02

가게앞을 지나가던 커플인 듯 한 두분이 발길을 멈추고 진열장안을 기웃하드니 가게로 들어섰다. "이거 좀 주세요." 그분의 검지가 가르키는 부위는 모든사람이 선호하는 '삼겹살' 부위다. "얼마나 드릴까요?" 진열장안 스테인리스 쟁반위에 올려져 있는 삼겹살을 썰어 드리기 위해서 용기를 힘겹게 끌어내니 나의 힘듦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남편되시는 분은 정말 결혼은 잘 하신거 같아요"

 

갑작스런 말에 황당함을 이기지 못하고 그분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나에게 궁금증을 해결해준다. "그렇지 않구요?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요? 남편들이 아내 비위를 조금이라도 거슬리게 해보세요, 밥도 안해주는 세상이죠, 집에서 가만히 놀고 있는 여자들도 남편의 하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난리나죠, 어쩌다 퇴근시간이라도 늦거나, 집안일에 소홀히 했을 때는 밥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든걸요. 이렇게 여자들이 기를 펴고 득세를 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힘든 일을 말없이 하는 걸 보니 그런생각이 문득 들어서요."

 

"말도 마세요. 내가 아무리 힘든일을 하고 있어도 남편은 말로 표현을 잘 하지 않아요. 어쩌다 내가 '정말 당신은 장가하나는 잘 간거 같아, 나같은 복덩이를 어디서 얻겠누? 복이 넝쿨 째 굴러들어온거 알기나 하나몰라' 억지로 남편의 대답을 구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시큰둥하죠. '그게 내 복이지머' 로 끝나고 마는걸요." " 만약에 내가 이같은 경우라면 날마다 아내를 업어 줄 것 같구만, 정말 간큰 분이시네요." "그래서 제가 가끔 가다 그러죠,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라구요.물론 제가 말하는 명사의 뜻은 훌륭한 업적을 남긴분을 염두에 두고 한말이 아니란건 남편도 잘 알겠지만, 맞장구를 쳐줘요. "인제 알았더나? 내가 위대한 사람이란걸..."  "네@@@@??" 고객이 가시고 나자, 또 다른 가족이 가게에 들어선다.

 

"찌개용고기 좀 주세요" 찌개용부위를 썰고 있는 동안 그녀 뒤에 서있던 남자분은 아내를 향해 "이거 먹고싶네." 남편의 말에 아내도 고개를 들고 남편이 가리키는 곳으로 눈을 돌리드니 이내 냉소를 날린다. "오늘 돼지고기 잔치 벌릴일이라도 있어요? 찌개용고기를 샀는데 또 무슨 고기타령이에요?" 날이 선 사금파리로 상처난 곳을 헤집는 듯 한말에 듣고 있는 내가 다 무안해짐을 느꼈다. 대저 남자분들이 아내를 무시하는 듯 한 뉘앙스의 말을 하면 한마디 거들었을테지만, 같은 동성인 아내들이 남편에게 조금 전까지의 태도와는 달리 표변하고 마는 아내들을 보면 유연한 목소리로 거절할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고, 그녀의 남편의 안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때 멀지않은 곳에서 어떤 여자의 앙칼진 목소리가 시장안을 흔들었다. 휴대폰을 들고 있는 외피는 아주 선량해보였다.

 

해서 돈을 빌려간 사람이 약속을 어겼다든지 피치못할 사정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는 처지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설마 자기 가족한테 그렇게 심한 말을 하겠나 싶은 생각이 무게중심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법 긴 통화를 하는 것 같드니 종래에는 "집에 들어오지 않아도 눈꼽만큼도 답답하지 않으니 맘데로 하세요." 말을 마치자 말자 휴대폰 폴드 뚜껑을 세차게 닫아버리고 그 자리를 횡하니 떠나고 말았다. 그녀가 전화통화하고 있는 가까운 곳에서 장사하는 분에게 "아니, 누구한테 저렇게 악을 쓰는거에요?" "누군 누구겠어요? 남편이죠." "......." 세상은 점점 각박해져감은 거대한 잿빛 콘크리트 빌딩에 짓눌렸음 때문인가! 세상의 여성 위치가 여기에 이르렀음에도 위대(?)함이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는 남편의 권력누수(레임덕)는 언제 쯤이나 올까? 아득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