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호칭...

정순이 2004. 12. 1. 13:23

며칠 전 가게에 먼저 출근한 남편으로부터 " 니 출근할 때 집에 있는 전화기 한 대 가져나온나, 가게있는 전화기는 먹통이라 전화가 안된다." 지금이야 거래처가 많이 없어 전화기가 먹통이 되어도 걱정스런 마음의 무게가 덜 하지만, 거래처가 많았던 4~5년 전 아찔했던 기억이 뇌리를 헤집는다. 한창 잘 나가던 전성기 때, 가끔 말썽을 부리는 전화기 때문에 여간 곤욕을 치른게 아니였다.

 

어느 거래처에서 주문전화를 했는지 알수가 없으니 물량이 떨어져 전화를 했을만한 거래처로 일일이 우리가 전화를 해야만 했 다. 그렇게 말썽을 부리던 전화기가 참으로 아이러니컬 하게도 집에 갖다놓고 사용을 해보면 말썽없이 통화가 매끄럽게 잘 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왜 가게에만 갖다놓기만 하면, 두달을 못 넘기고 말썽을 부리는지 아무래도 전선에 이상이 있는 듯했고, 급기야는 전화국에서 전화를 받는 여직원에게 전선을 교체해달라고 목소리톤을 높였다. 설치한지 오래되어 피복이 벗겨졌거나, 피복에 물기가 스며들어 부식이 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언성을 높인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오래 전 에도 전선교체를 원했지만, 전화국 직원은 "아직은 괜찮다" 며 전선을 교체해주지 않아 또 이런 말썽이 생기지 않았나는 생각에 은근히 부화가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화국직원은 또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 "엄마,(?) 컴퓨터하고 같이 사용을 하게되면 컴퓨터 옆에 아답터 같은 것을 부착해두어야 하는데 그걸 부착하지 않아서 잡음이 생기는 거에요. 인제 깨끗할 겁니다. 한번 수화기 들고 전화해 보세요."

 

아닌게 아니라 정말 신기하게도 아답터를 꽂고나니 잡음이 없었고, 음질도 깨끗했다. '역시 기술자는 달라' 라며 기술자의 재주에 놀라웠다. "이건 제 명함인데요, 아무나 드리지 않거든요. 특별히 드릴테니 나중에 또 말썽을 부리면 이쪽으로 연락주세요." "이 명함이 그렇게 값 비싼 거에요?" 아무에게나 주지 않는다는 그 명함을 받아 읽어보니 여느명함이나 다를바 없는데도 그 직원은 자신의 자존을 높이기 위한 뉘앙스로 들려 반문했지만, 이내 속깊은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제가 수리를 했으니, 제가 잘 알잖아요. 만약 제가 수리를 하고 간 후 다시 말썽을 일으켜 고장신고를 하게되고, 다른사람이 와서 수리를 하면 또 같은 설명을 반복해야 잖아요. 그런 귀찮음을 드리지 않을려고 미리 말씀드리는거죠." 얼굴 한가득 웃음을 머금고 공손히 인사를 하며 사라지는 직원을 보면서 의미모를 웃음이 입가에 맴돈다. 인제 겨우 대학을 졸업해 취직을 했을 것처럼 동안을 한 전화국 직원은 나에게 '엄마' 라는 호칭을 스스럼없이 사용했다. 듣기가 영 거북해 내얼굴이 표변했다.^^내가 그만한 아들이 없는건 아니라 거부하긴 뭣하지만, 대저 모든여성들은 자신의 나이보다 더 젊게 봐주는걸 좋아하고, '아줌마' 로 불리기보다 연세 많으신 분들로부터는 '새댁' 이나 아들같은 사람으로부터는 '사모님' 이라는 호칭으로 불러주길 바라는 마음이 많다. 누가 그랬던가? 식당에 가서 서빙 하고있는 여성에게 '아가씨' 라고 불러주면 공기밥이 공짜로 나온다는 우스개소리가 있다.

 

자신을 가꾸는데 소홀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요즘 상대방의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때가 많다. 해서 공연히 호칭으로 공욕을 치르기 전에 피상적으로 보이는 나이보다 대여섯살 아래로 보인다는 말을 해보라, 분명히 즐거워 질 것이다. 선의의 거짓말은 역기능을 생산하는게 아니라, 순기능을 채화할 때가 많음을 머리를 세뇌시켜두면 항상 삶의 부가가치가 엎그레이드 될 것이다. 전화국 직원이 돌아가고 얼마 있지 않아,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 전화수리 받았죠?" " 네, 그런데요..." 가만히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조금 전 전화기를 수리하고 돌아간 그 직원 목소리 같았다. "나중에 전화국에서 여직원이 전화를 할꺼에요. 그런전화가 걸려오면, 친절하게 수리를 하고 갔다는 말씀 좀 해주시구요, 칭찬도 많이 해주세요..."

 

 "알았어요~" 직원이 얼마나 친절하게 고객을 대하나 평가를 해주는 제도를 도입한건지, 수리를 받고나면 항상 전화가 걸려온다. 따르르릉~~"오늘 고장 신고하신 전화기는 잘 사용되고 있나요~?" "네, 잡음도 없고, 잘되고 있어요. " 아니나 다를까 전화국 여직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지만, 남편이 받게 되어 칭찬은 하지 못했다. '전화기를 수리한 직원칭찬을 하지 않았다고해서 설마 불이익을 당하는건 아니겠지' 스스로 위무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