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와의 만남...
"언니...." 갑자기 목이 울컥해지고, 눈자위가 스멀거려왔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문객에 황당한 얼굴로 반색을 하는 언니....가게에 들어서면서 언니라는 이름을 참으로 오랜만에 불러보았다. 언니와 내게 서로의 안부와 궁금중을 해갈해주는 건 유일한 통신수단인 전화뿐이었다. 늘 그랬다,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 일년동안 만나는 횟수를 손으로 꼽아보아도 다섯손가락안에 들 정도다. 그런 내가 언니의 집을 찾게 된건 낮에 가게에 들린 막내올케로 인해서였다. 늦은 점심을 먹고 있는 데 막내올케가 가게에 들렀다. 막내오빠가 감기로 인해 입맛이 없다며 쇠고기를 넣고 죽을쑤어달라고 한 모양이였다. 점심상을 물리고 커피한잔으로 둘이 나란히 앉았다.
막내올케와는 두 살차이밖에 나지않는다는것도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하겠지만, 시누이노릇을 하지않으니 가끔 가게에 들러 놀다가곤 한다. 그런 와중에 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지금 머하고 있어?" "응, 방금 점심먹고 막내올케와 이야기 하고 있어." "그래? 그럼 올케 바꿔줄래? 오랜만에 올케와 잠시 이야기 좀 나누게..." 건네준 수화기로 막내올케와 언니는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자주 만나지 않으니 별다른 이야기소재거리가 없으니 종래에는 서로에 대한 안부정도와 언제 놀러한번 오겠다는 말로 끝을 맺는 듯하드니 이야기 말미에 언뜻 들려오는 열흘동안의 언니의 입원이었다. 깜짝 놀란 나는 언니의 입원했다는 소식도 전해받지 못했음에 서운함과 미안한 마음이 교차하며 엄습했다. 서로 같은 부산에 살고 있으면서 언니한테 전화라도 자주 하지 않았던 나의 무심했던 행동들이 내심 고개를 들며 분화를 일으켰고, 디테일한 삶에서 무엇이 그렇게 바빠 전화한통 하지 못했는지 새삼스럽게 나자신을 책망하고 있었다. 같은 지역인 부산에 살고 있으면서도 자주 만나지 못하는 이유가 어디있는지, 자주 전화를 주고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여러가지 이유들이 나의 목을 메이게 했고, 그동안 쌓여있던 앙금들이 자꾸만 자연증식을 일으켰다.
막내올케와의 통화를 끝내고 내게 건네준 수화기로 언니의 입원했던 말을 묻지도 않고 바쁘다며 다급하게 수화기를 놓고 말았다. 거래처에서 발주한 고기를 썰기 위해서였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 막내올케의 눈을 잡고 "언니, 오늘 우리 전포동 가볼래?" "그래, 그러자 나도 실은 한번 가봐야 하는데 하는 마음은 갖고 있었거든..." "그래, 그럼 나중에 내가 전화를 할게 " 전포동에 살고 있는 언니에게 저녁에 가기로 의기투합한 막내올케와 나는 저녁시간이 되길 기다렸다. 6시에 만나 갔다오기로 했다. 5시쯤이면 더 좋겠다는 막내올케의 말에 시장시간이 맞물린거 같아 6시에 만나는것도 많이 양보한 것이라며 볼멘소리로 나의 생각을 관철시켰다. 6시를 넘겨도 도착하지 않는 올케를 생각하며 수화기를 들고 오빠네로 전화를 걸었다. 조금 전 출발을 했다는 오빠의 말을 상기하며 가게를 나섰다. 우리가게로 오는 통로는 하나뿐이라는 생각에 나가다보면 만날 수 있을꺼라 미루어 생각하며....아니나 다를까 몇발자국 떼지않으니 막내올케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둘이 손을 맞잡고 전포동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유장을 향해 부지런히 발길을 재촉했다. 전포동가는 버스노선의 배차시간은 아주 늦다는걸 알고는 있었지만, 10여분이 지나서야 앞창에 <112>번을 단 버스한대가 미끄러지듯 우리앞에서 멈추어섰다.
30분이 지나고, 한시간이 지나갈 무렵에야 안내방송에서 우리가 내려야할 정류소를 말한다. 가벼운 멀미를 하며 내린 전포동...많이 변했다. 유휴지가 있으면 빌딩이 올라서고, 낡은 집이 있으면 허물고 다시 집을 짓는 공사가 어느도심 할것없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15년 만에 발을 딛는 전포동은 많은 발전으로 인해 신경을 바짝 곧추세우지 않으면 길을 잘 못 들어설 것 같은 생각이 들정도로 많은 발전이 있었다. 언니한테 전화를 할까하다가 오지말라고 할 것 같은 생각에 갑자기 행동에 옮긴거라 어림짐작으로 더듬어 찾아가기로 했지만, 한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가쁜숨을 몰아쉰다음에야 언니집이 저만큼서 시야에 들어왔다. 반가운 마음에 언니부터 불렀고, 입원해있는동안 살이 많이 빠졌다는 언니의 말을 생각하며 가슴아파했던 저간의 미안한 마음은 생각보다는 살이 많이 빠지지 않은 듯해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갑작스런 손님에 어떤 맛있는 음식으로 우리를 접대할까 "싶어 먹고 싶은게 뭐냐, 먹고 싶은거 있으면 말하라 "는 말로 반가움을 대신하는 착한 언니..... 음식보다는 이야기를 나누자며 언니의 손길을 끌었다. 가볍게 차린 음식을 가운데 놓고 우리들의 이야기는 채화했다. 서로의 바쁜삶으로 인해 다 채화하지 못한 우리들의 이야기는 전화를 통해 하기로 하고 서둘러 자리를 틀고 일어섰다. 언니의 건강을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