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연리지 사랑

정순이 2004. 10. 26. 12:27

우리는 부부금슬이 좋은 사람을 보면 '잉꼬부부' 라는 말을 곧잘 사용한다. 잉꼬란 새는 암수부부끼리 정도 많고 금슬이 좋다고 해서 곧잘 부부금슬에 잉꼬새를 비유시키곤 한다. 잉꼬새에 버금가는 또 다른 은유법 수사가 있다. 다름아닌 '연리지 사랑' 이다. 땅속에서 뿌리가 다른 나무가 땅위로 가지를 뻗으면서 서로 엉켜 마치 한나무처럼 자라 부부애가 진한 것으로 일러진다. 그 연원을 따라올라가면 《후한서(後漢書)》 채옹전(蔡邕傳)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후한 말의 문인인 채옹(蔡邕)은 효성이 지극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채옹은 어머니가 병으로 자리에 눕자 삼년 동안 옷을 벗지 못하고 간호해드렸다. 마지막에 병세가 악화되자 백일 동안이나 잠자리에 들지 않고 보살피다가 돌아가시자 무덤 곁에 초막을 짓고 시묘(侍妙)살이를 했다. 그 후 옹의 방앞에 두 그루의 싹이 나더니 점점 자라서 가지가 서로 붙어 성장하더니 결(理)이 이어지더니 마침내 한그루처럼 되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채옹의 효성이 지극하여 부모와 자식이 한 몸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리지 외에도 비익조도 있다. 비익조는 날개가 한쪽 뿐이어서 암컷과 수컷의 날개가 결합되어야만 날 수 있다는 새로서 연리지와 같은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가게에 들린 그녀는 "쇠고기 좀 다져주세요." "어디다 쓸껀데요? "대체로 소비자들이 용도를 말하지않는 경우가 있다. 행여나 맛없는 부위나 속는경우가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어서인지 자신이 필요한 부위만을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 해서 다 손질하고 난 후에 용도를 이야기할 때는 용도에 맞는 다른 부위를 주는 경우도 발생하게된다. 단골이 아닌경우나 연고가 있는 친척집에 사들고 가기 위해 사러오는 분들이 대개 그렇다. 그럴 때는 이런 용도에는 이런부위가 더 맛있다는 설명을 하면 그제서야 고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한다.

 

해서 고객이 원하는 용도를 말하지 않는경우에는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그 쓰임새를 묻는게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물론 알아야 할 이유도 있겠지만, 또 다른 이유로는 말을 붙임으로써 인맥의 외연을 넓히고저 하는 마음이 더 큰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모른다. 극도로 지방(비게)종류를 싫어하는 분들은 쌀알만큼의 크기라도 지방이 붙어있으면 지나칠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지방이 적다고해서 다 맛의 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전지같은 부위는 지방은 없어도 찌개를 끓이는데는 맛이 그만이다. 그러나 지방이 없는 부위만을 강요할 때 맛이 질이 떨어지는 후지부위를 준다면 그 고객은 자신의 요구에 응했음에도 불구하고, 맛이 없는 부위를 판매한 상인의 잘못으로 생각하고 다시는 찾지않는 경우도 있음을 유념하지 않을 수 없다. . "남편이 치과를 다니는데 발치를 해서 씹을수가 없거든요."

 

"충치에요? 아님 풍치에요? " "풍치에요." "우리가게에 오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저 우리나이의 남자분들이 풍치를 많이 앓고 있더라구요. 풍치는 잇몸이 약해 치아가 손상받는 경우 치아하나를 발치하면 옆에 치아까지 다 뽑아야 하는 무서운 치과질환인거 같았어요." "안그래도 5년 전 쯤인가 가격이 너무 비싸 망설이다가 그래도 치아가 좋아야 건강을 유지할 수있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따라 '임플란트'를 심었었는데 수명도 다하지 못하고 다시 발치를 다 해야하니 억울한 생각이 드는거 있죠? " "누가 아니래요. 그래서 치아도 오복중에 하나라고 하는가봐요"

 

"남편이 뭘 먹지를 못하는데 옆에서 나만 맛있게 먹을려하니 눈치가 보이더라구요. " "어머, 그래요? 그 나이에도 남편이 식사를 하지 못하는게 마음아파지는가보죠? 나이가 들면서 정은 무뎌질 것 같은데 전혀 아닌가 보다." 엷은 미소를 날리며 그녀의 프로필을 보았다. 애틋한 디테일의 페이소스가 잔뜩 묻어나온다. 지천명의 나이일 것 같음에도 남편의 건강을 염려하는 그녀의 마음이 마냥 고와보이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