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파노라마
“늦은 시각에 어디 가시는거에요?“ 퇴근 길 종종걸음을 지치고 있는 대척점에서 가게 고객이 지나가는게 눈에 뜨여 인사를 하니 ”퇴근하나보죠? 어떡하나, 지금 고기 사러 가는데자기가게에 가는길인데...“ ”가게 남편이 있는걸요, 가보세요.“”나는 자기가 주지않으면 다른 가게 갈껀데요“
자뭇 협박조의 말로 떼를 쓰긴했지만, 진심은 아니란걸 알기에 웃으면서 가던길을 되돌렸다. 가끔 아는 분들이 이런말을 할 때는 조금은 황당스럽긴 하지만, 남편의 성격을 모르는바가 아니기에 그들의 말에 미안한 마음과 함께 공감을 한다. 남편의 무뚝뚝함이 손님을 불편하게 한다는 걸 익히 알고 있기때문이다. 마트에 들러 잔뜩 들려진 무거운 물건을 들고 그녀와 같이 가게로 향했다.
넉넉한 덩치에 무뚝뚝해 보이는 심성이지만, 속은 깊어보이는 고객이다. 자신의 타고난 성격으로 남들에게 듣기좋은 말로 환심사려는 성격은 아니라도, 한번 맺어놓은 인연은 쉽게 져버릴 그런 가벼운 사람으로는 보이진 않는 분이다. 그런 그녀가 전화를 걸기 위해 휴대폰 폴드를 열고 번호를 찾는걸 본 순간 배꼽을 잡고 웃고 말았다. 다른게 아니라 휴대폰 폴드속에는 남편의 번호를 위시해 아이들의 전화번호를 입력해놓은 옆에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일테면, 사랑하는 남편:전화번호입력 , 사랑하는 아들:전화번호입력..이런 식이었다. 내가 웃게 된 이유는 타고난 무뚝뚝한 성정과는 달리 '사랑' 이라는 낱말이 파노라마를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옛말에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은 사랑 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무뚝뚝해보이는 성격을 가진 소유자라도 사랑이라는 고유명사를 외면할만큼 두둑한 뱃심을 가지곤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는 너무 인색한지 모른다. 나도 그범주에서 자유롭지 못해 할말은 없다만은....^^ 가게와 집으로 출퇴근하는 반복되는 일상이라 굳이 휴대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진 않지만, 남편의 휴대폰을 뺏아서라도 '사랑' 이라는 단어를 입력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엔돌핀을 솟게 한다. 아, 그러고보니 휴대폰이 없어 안되겠구나. 어떡한다? 그럼 가게전화번호에라도??^^